2004년 9월 어느 날,
납세지원국 간부들 아침 티타임에서 사건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공시송달 잘못으로 무효인 과세처분인데도 납세자 재산을 압류해서 공매해 버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국세청장까지 보고되어 청장님이 너무 과다압류를 하였다고 무척 화를 내셨다는 말을 국장님을 통해 전해들었다
사건은 간단하다.
남편이 아내에게 임야를 증여했고 증여세는 900만원 정도다. 임야는 의정부에 있고 면적은 2683평이다.
사실관계가 이정도라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전혀 없다. 사건이 꼬일려고 그랬는지 애매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아내가 미국으로 이민간 딸과 함께 거주하다가 현지이민이 되어 주민등록이 증여일 1년전에 이미 말소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2-3개월만 거주하고 남편과 함께 계속 국내에서 살아왔다.
당초 증여세를 부과한 세무서에선 아내를 국내거주자로 보고 과세미달로 보았다. 부부간의 증여에 대한 배우자공제액이 5억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거주자 과세강화방안에 의하여 서울지방국세청 감사시 거주자가 아니라 비거주자로 봐야한다는 지적에 따라 비거주자로 보고 과세를 하였다.
비거주자는 배우자공제를 안해주기 때문에 비거주자로 보면 증여세를 과세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내의 최종주소지인 도봉구로 고지서를 송달하였고 반송되자 송달불능으로 공시송달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이다.
그 이유는?
재외국민등록부나 의료보험급여기록이나 출입국에관한사실증명원만 떼어봐도 남편과 함께 의정부에 같이 살고있다는 사실을 얼마든지 알수 있기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곳에 송달도 안해보고 막바로 공시송달을 해버렸기 때문에 공시송달은 잘못되었다.
그 후 증여세가 체납되자 주소지 관할세무서장인 도봉세무서장은 의정부 임야를 압류하였고 그래도 체납을 하자 3개월만에 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하였는데 그로부터 불과 3개월도 안되어서 공매가 완료되었다.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공매가 된 이유는 임야 주변 일대가 제한이 풀려 개발계획이 이미 서있었기때문이다. 의정부임야 기준시가는 1억 7,000만원정도이지만 시가는 6억 원을 호가하였다.
이게 세금을 체납하면 세무서가 하는 일련의 업무절차다.
국가는 세금체납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세금을 안내면 체납자에게 재산이 있는지 없는지 등기부등본등 공부상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확인해서 압류를 해버린다. 개인이든 국가든 받을 돈이 있는데 안주면 기분나쁜 거다. 개인은 채무자가 돈을 안주면 민사소송을 해서 돈을 받는 수밖에 없지만 국가는 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실행을 해버릴 수 있다.
그러나 고지서 송달은 명백히 잘못되었다. 그 이유는 원래 고지서 송달은 거주자 주소지로 하면 별 문제가 없다. 대부분의 과세는 그 원칙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나 유독 비거주자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경우는 특별하다. 비거주자인 경우에 과세관할은
1. 증여자의 주소지
2. 증여자도 비거주자인 경우 증여재산 소재지
따라서 증여자 남편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장(의정부)이 고지해야하는데 문제점은 수증자의 국내 최종주소지(도봉구)를 과세관할로 하여 과세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세관할이 전혀 없는 세무서장이 과세한 것이 되어 관할권 잘못으로 무효인 부과처분이 되는 것이다. 결국 도붕세무서장은 나중에 이를 알고 부랴부랴 결정취소하고 증여자의 주소지 관할세무서인 의정부세무서로 자료를 이송하였다.
이를 수증자가 문제삼았다. 무효인 과세처분에 기해 개발예정지인 금싸라기 땅이 공매되었다는 이유로 우선 낙찰자를 상대로 ‘내 땅 돌려달라’는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과세관청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이 무효라는 무효확인소송을,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는 부동산압류공매각처분이 무효라는 확인소송을 각각 별도로 제기하였다. 그러나 과세처분무효확인소는 소각하 판결이 났다. 행정처분이 무효이면 막바로 민사소송(무효인 과세처분으로 손해가 났다면서 손해배상등의 청구)를 해야지 행정소송으로 무효확인을 구하면 확인의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무효라고 확인을 해줘도 다시 민사소송을 또 해야하기 때문에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분쟁해결에 직접적이고도 유효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없어 결국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장실에서 돌아온 후 민사사건 검토담당자인 K반장을 불렀다.
“반장님! 앞으로 우리 과가 이 사건보고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뭘까요?”
그가 말했다.
“우선 거주자로 볼 것인지 비거주자로 볼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거주자로 보면 배우자공제가 되므로 과세미달이어서 과세가 안됩니다.”
“그러면 거주자입니까 비거주자입니까?”
“현재 유추해보건대 비거주자로 판단됩니다.”
“당사자가 국내에서 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 비거주자로 봅니까?”
“증여일 현재 국내 거주기간이 1년 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확인됩니까?”
“출입국관리증명으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왜 거주자로 주장하고 있는거죠?”
“사실판단사항으로 들어가는데 1년 미만이라도 1년 이상 국내거주할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라면 거주자로 볼 수 있는데 납세자는 증여시점 이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1년 미만이어도 계속 국내에서 살 의향이 있고 또 살았다면 거주자로 볼 수 있다는 겁니까?”
“예. 그러나 재산상태, 직업등을 전체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판단하는 이유가 뭐죠?”
“국내에 들어와서 생계유지가 가능한지를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계유지가 가능했다면 되는거네요.”
“그렇죠.”
“그렇다면 거주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총체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건이죠.”
“그러면 왜 과다압류가 됐다는 말이 나오죠.”
“재산이 여러 개인 경우 한개의 재산으로 체납세금이 충당되는데도 여러 재산 전부를 다 압류한 경우는 과다압류가 되고 하나밖에 없는 재산인 경우는 체납세금이 1000만원밖에 안되더라도 몇 억짜리 재산을 압류해려도 어쩔 수 없습니다.”
“체납액이 얼마인데요.”
“1,000만원입니다.”
“900만원이라고 하던데요”
“그것은 본세가 그런거고 가산세 포함해서 약 1,000만원입니다.”
“그때 체납자재산 시가가 얼마죠?”
“공매시점에서 기준시가가액으로 1억 7,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현재 도시개발지역이서 시가 6억이상 되는 땅이라고 하던데요.”
“그건 본인 주장이어서 그것까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1,000만원 받으려고 1억 7,000 되는 재산을 없애버렸다 이거죠. 체납세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증자가 받아갔습니까?”
“받아가라고 했는데 수령 안 해간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하긴 수증자 입장에선 성질 나겠네. 증여세 고지서 한 번 받아보지도 못한채 자칭 시가 6억정도 나가는 땅이 공매되어버렸으니 황당하겠네요. 예상되는 소송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무효확인 행정소송은 각하될 것 같고요.”
“증여세 부과와 압류처분 무효확인소송 말이죠.”
“예, 우리가 결정취소 해버렸으니까 각하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막바로 민사소송으로 와야 할 겁니다. 다만 현재는 본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한게 아니라 공매 낙찰자와 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공매낙찰자인 피고가 국가에게 소송고지한거죠.”
“예.”
“우리보고 방어해달라고.”
“예.”
“어차피 낙찰자가 질 것 아닙니까?”
“예. 수증자인 원고가 승소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낙찰자인 피고의 소송고지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했습니다. 요약하면 낙찰자가 이기든 체납자가 이기든 진사람은 국가상대로 소송이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배상청구?”
“예.”
“손해배상금액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낙찰자가 패소해서 손해배상청구한 경우는 경락금액과 경락비용 그리고 이자비용은 감안해야 합니다. 낙찰자는 그 이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므로 그 정도면 될 것 같구요, 만약에 수증자인 원고가 져서 손해배상들어온다면 거기서는 시가로 당연히 들어오겠죠.”
“현재 시가 6억정도로?”
“예 그것은 본인주장이긴 하지만 어차피 감정해야 할 것입니다.”
“감정해야 하겠네요.”
“예.”
“따라서 소송고지에 대한 의견은 불참의견입니다.”
“책임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던데요.”
“그런데 책임까지 거론하기는 참 힘들다고 봅니다.”
“왜요?”
“원래 도봉세무서에서 거주자로 보고 과세미달 처리했습니다.”
“거주자로 보면 도봉세무서가 관할인가요?”
“예.”
“그런데 본청에서 비거주자 강화 방침이 내려와서 비거주자로 보고 다시 재결정하고 과세하였습니다. 그런데 거주자 주소지 관할인데 유독 증여세만 비거주자 관할은 아까 말한대로 다릅니다. 이런 것을 일선 고참들이나 알까 신참들은 간과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소지로 과세하였습니다. 그리고 재산압류를 했고요. 그런데 압류재산 공매 강화지침이 내려가서 빨리빨리 자산관리공사로 넘겨라 해서 가지고 있던 것을 빨리 넘겨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굳이 직원책임을 묻기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비거주자로 봐놓고도 등기부등본만 봤어도 외국주소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공시송달한 것은 잘못한거죠.”
“그건 그렇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국세징수법의 입법취지가 재산권박탈해서 세금을 징수한다는게 아니라 세금납부를 위한 책임재산보전이 입법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징세를 위해 함부로 재산권박탈을 해버린다는 겁니다. 감사가 무섭다 하는 핑계로 말입니다. 기계적인 징세행정이 이런 부작용을 나오게끔 하는 겁니다. 모든 세정혁신의 방향이 납세자를 위하는쪽으로 가는데 이런 식으로 기계적인 행정을 하게 되면 안되는거죠.”
이 사건을 계기로 감사원은 국세청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후문으로는 납세자가 당시 감사원장의 먼 친척이 된다는 소문이었다. 그러자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먼저 부실과세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였다. 감사원 감사가 나오기 전에 미리 자체적으로 원인과 대책을 세우고자 하였다. 그런 연유로 본청에 부실과세대책반이 구성되었고 법무과에서도 요원들이 차출되었다. 그리고 그 후 감사원 감사가 나왔고 부실과세 원인에 대한 최초의 기획감사가 이루어졌다.
2005년 7월 국세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세청은 7월 13일 과세품질혁신위원회를 개최해 최근 불복청구에서 취소결정된 과세처분 중 담당자가 잘못 처리한 8건에 대해서는 문책을 하고 법령·제도 개선사항 11건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게재하였다. 과거의 “애매모호한 경우에는 과세하고 보자”식의 행정편의적인 직원행태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과세처분의 품질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납세자 위주로 일하는 자세․문화의 조성 및 납세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내가 볼 때 아마 이때부터 국세청에서 부실과세에 대해 제도적인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서울청 법무과의 역활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