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어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비정기 세무조사 축소를 발표했다(국세청 비정기세무조사 축소.
국세청 스스로 비정기세무조사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어제 검찰에 소환돼 11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장에 취임하자마자 본청 인력을 줄여 조사국을 확대했던 행태와 상반된다. 비정기세무조사는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함에도 실제 그런 요건을 갖추고 하는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 비리의 태반이 세무조사 비리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세무조사 절차를 위반해가면서까지 조세탈루사실만 적출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해있는 느낌이다. 정작 납세자 권익을 보호해야 할 세무사는 허위기장 약점이 잡혀 오히려 조사공무원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납세자를 호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 하다. 그로인해 조세포탈범으로 교도소까지 간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상 납세자가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면 세무사도 같이 처벌되어야 한다. 근데 그런 경우가 드물다. 바로 이런 점을 약점으로 잡아 세무사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는 식으로 하는 조사기법의 유혹이 심하다.
국세청에서 비위로 옷을 벗은 조사국출신이 세무자 자격이 없어도 얼마든지 세무조사 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젊은 세무사들을 모아 세무법인을 만들고 자신은 세무컨설팅 회사 대표를 하면 된다. 사무실은 같은 장소다. 이런 부류들은 재주와 능력이 좋아 경찰과 검찰의 수사관들과 교류를 잘 한다. 실상 세무사가 아님에도 경찰 피의자신문조사에 참여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10억만 과세할 것을 100억으로 과세해도 90억을 세무대리인이 빼먹으면 납세자는 고맙다면서 보수를 지급할 것이다. 세무조사는 그 속을 알 수 없다보니 성공의 기준이 애매하다. 조세불복은 고지금액이 정해져 있지만 세무조사는 정해진 금액이 없다. “큰일 나게 됐다”고만 세무사는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까지 줄일 수 있으니까 현금을 준비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어느 세무공무원으로부터 들었다. 세무조사를 나가 조사를 종결하면서 적출한 사유를 설명해줬다고 한다. 근데 납세자의 안색이 순간 얼어붙었다. 세무공무원의 적출금액이 세무사가 현금을 준비하라면서 자신이 최대한 깎아보겠다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납세자를 가지고 논 것이다. 그것도 18년 동안 기장해온 세무사였다. 그 세무공무원도 놀랐다고 한다. 밥 한끼만 세무사와 같이 먹었더라면 큰일 날뻔 했다. 세무사 자신이 세무공무원에게 초쳐놨다고 납세자에게 자랑했을 것이다. 밥 한끼만 같이 먹어도 납세자에게는 다 손 봐놨다고 뻥튀기는 세무사가 적지 않아보인다. 이번 이현동 청장이 구속되면 2003년 이후 국세청장 중 4번째로 구속된 청장이 된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게 국세청장이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