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시절 같은 과의 직원 한분이 모친상을 당했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그분이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공정위에 1년차 재직하는 동생 앞으로 들어온 부조금 액수가 10만원대옜고, 주택공사 현장소장인 형은 백만원대인 반면 자기에게는 만원대였다고 했다.
근데 만일 당시 금감원에 다니는 형제가 있었다면 가장 많은 액수의 부조금이 들어왔을 것 같다.
당시 피감기관이었던 금감원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물어 한국은행의 기능을 떼와서 만든 곳이었다. 당시 한국은행을 감사하러 갔을때 부총재가 한 말도 기억난다.
엊그제 내 밑에 있던 사람들이 금감원 지부장으로 가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에 찍히면 기업의 생사가 달렸고, 게다가 나라 전체에 불었던 벤처광풍으로 금감원 젊은 과장들이 거액을 받고 민간회사 감사로 취임하는 열풍이 불었다.
나라 전체가 벤처나 주식으로 미쳐있었다.
당시 국정원장은 DJ 청와대에 다녀온 뒤 간부들을 모아놓고 “도대체 벤처가 뭐냐?”라고 물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그뒤로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기관에는 벤처사업부서가 만들어졌는데 나중에 감옥 안간 사람이 드물 정도로 비리로 홍역을 치뤘다.
당시 산업은행 이사는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이미 그의 명예는 회복이 안되었다.
부하직원이 돈을 상납했다는 진술때문이었다.
까칠하고 돈을 줘도 안받으면 엿먹이는 게 허다한 시절이었다.
희생양들이 많이 나왔다.
아마 국정원도 벤처회사들을 뒤에서 운영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초대 금감원장은 이현재였다.
금감원의 위세는 막강했다.
빌려줘서는 안될 회사에게 돈을 빌려주고 회수를 못하는 금융기관을 살리려고 100조가 넘는 공적적자금이 투여되었지만 회수된 원금은 미미하였다.
부실경영자들의 모럴헤저드로 나라가 거덜나고 그 희생을 직원들을 구조조정시키는 손쉬운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그 모든 고통을 애꿋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전가시켰다.
당시 고시원은 고시생만 있던 곳이었는데 IMF 이후로 돈없고 가정이 해체된 가장들이 머무는 곳이 돼버렸다.
당시 부실경영자들에게 법적책임을 묻고자 재산을 훝어보니 자기 명의로 재산 가진 이는 없었다.
이미 재산을 다 빼돌렸다는 느낌이었다.
나라 금융시스템이 왜 붕괴되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곳간이 비면 적색경보가 울려야 하는데 울리지를 않았다.
요주의라는 황색경보라도 제때 울려야 하는데도 버스가 한참 지난 후에야 울렸다.
그 이유는 규정은 있었지만 실무 관행은 규정과 달랐다.
적색경보나 황색경보가 울려야 하는 시점을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니 절대 대출해서는 안되는 적색기업도 대출이 나갔으니 당연히 대출을 회수할 수 없었다.
그게 모여 조단위가 되었다.
적색임에도 등록시점을 늦춰달라는 청탁을 사소하게 여겼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하였다.
당시 회생기업으로 분류되어 공적자금이 투입되려면 적색기업에는 절대 안되었지만 적색등록을 차일피일 미뤄서 회생기업인양 공적자금을 받아내는 모럴헤저드가 발생하였다.
내가볼땐 관행에 따른 일처리 하나때문에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이런 관행들이 모여 결국 나라 금고에 돈이 비웠어도 경보가 울리지 못하고 금융시스템 자체가 정상작동하지 못하고 그 고통을 애매한 선량한 가장과 서민들이 떠안았다.
그뒤로부터는 기승전 돈이 의식을 지배하고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실리를 챙기는 게 지혜라는 풍조가 공직에도 만연하게 되었다.
그때의 고통이 사람들 의식에 깊이 박혀있다보니서 삶이 불안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져 스트레스를 달고 살게 되었다.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게 되었다.
당시 수천억 수조원대의 국가돈을 축낸 이들은 재산을 은익하고 잘 빼돌려 가족들이 거지되는 일은 없었다.
선하고 순진하고 순둥이 같은 국민들이라 금반지에 금목걸이까지 내놓아 나라를 살리고자 애국심을 낸 반면에 금모으기 운동을 이용해 골드바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음흉한 세력들이 등장했다.
그런식으로 돈벌고 마치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해도 능력자로 대우받고, 어제의 고위공직자들이 로펌가는 풍조가 자리잡았다.
지금 현재 좌우로 진영을 구분해서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이 나라가 잘되려면 너무 사소해서 무뎌져 고착된 관행부터 걷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사심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봉투도 한번 받으면 전투력이 엄청 손상 된다.
관행이 이렇게 무섭다.
특히 금융은 나라도 거덜나게 한다.
그래서 사소한 관행에 둔감해줘선 안된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하곤 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항변하지만 그러면 금감원장을 안하면 되는 거다.
그자리가 그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사소한 관행이었는데 무슨 문제나고 한다는 자체가 아직 직을 수행할만한 역량이 못된다는 것이다.
현정권의 감사,조사,수사쪽 고위간부 중에 돈 안받은 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어쩔수 없이 그 헌인물을 데리고 새시대를 연다고 하더라도 사소한 관행들로 외환위기를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관행에 민감해하는 거다.
삼성을 조질 것 같으니 삼서믜 비호를 받는 쪽에서 물고늘어진다고 논리를 펼것이 아니라
오히려 삼성의 그림자들을 이 나라에서 걷어내려면 관행에 물들지 않은 사심없고 능력있는 인재를 앉히면 되는 거다.
이번기회를 놓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에 기대가 큰것이고 그만큼 실망도 큰것이다.
청와대가 논란이 되는 사람에게 집착하면 할수록 정권의 핵심들은 도대체 그를 통해 무슨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가 담당할 역활이 무엇인지 오히려 의문이 든다.
집착은 사심이 있다는 증거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임을 하는 것으로 끝마쳤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또다른 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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