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 제2장 합격이 안 되는 이유
못났더라도 잘난 사람 옆에서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특히 합격할 수 있는 기회가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이 왔는데도 움켜쥐지 못하고 놓쳐버렸던 일이다. 아마 그때 합격했더라면 10년 정도 빨리 합격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합격을 빨리하고 늦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단지 주어진 기회를 놓쳐버린 나의 어리석음이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는 20대 초반에 큰 물결처럼 오는 것 같다.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20대 초반이 아닌가 싶다. 시간은 분명 그들 편이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그들이 ‘얼마만큼 준비를 하고 있었느냐’이다.
에베레스트와 같이 큰 산을 등정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등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사람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하라는 말일까?
그동안의 수험생활을 둘로 크게 나눠보면, 군대 가 있는 동안을 기준으로 그 전과 그 후로 나눠볼 수 있다. 그런데 희한할 정도로 그 전에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합격한데 반해, 그 후에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번번이 떨어지는 신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전자의 사람들은 자기 절제가 강한 사람들이었다면, 후자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였다. 군대를 제대했을 때의 나이가 29세였으므로 그 정도의 또래들이라면 대체로 세상사에 물들어져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술이나 담배 그 외의 유혹들에 약한 편이라고 봐도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칼끝이 무뎌진 것이다. 그들과 어울리다보면 분위기에 휩쓸리는 일이 자주 있게 된다. 한때는 그렇게 노는 것을 호탕(豪宕)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결국은 서로가 공생(共生)의 길을 간 것이 아니라 공멸(共滅)의 길을 간 것이었다.
그러면 전자의 사람들과 어울렸을 때 왜 나만 합격하지 못했을까? 교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험생이 갖게 되는 교만이란 어떤 것일까?
대체로 남의 충고를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조기경보기(alarm) 같은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공부를 어렵게 하고 있다면 분명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교만하면 이를 잘 듣지 못한다.
慢招損 謙受益(만초손 겸수익)-『書經』
: 자만심을 가진 자는 천지신령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도 미워하므로 모든 일에 손해만 본다. 이와는 달리 겸손한 사람은 천지신령과 사람에게 긍휼(矜恤)을 입어 무슨 일에나 유익한 일만 생긴다.
역(易) 64괘(卦) 중에 6효(爻)가 모두 길한 것은 오직 지산겸괘(地山謙卦) 하나 뿐이다. 그 이유는, 산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괘(卦)는 높은 산이 낮은 땅 밑에 있는 상(象)이므로 이것은 겸손을 상징한 것인데 이런 마음씨를 가진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다 길(吉)하고 형통한 때문이다. 나는 외딴 벽촌의 가난한 선비들이 출세하는 것을 보았는데 대개가 모두 겸손한 모습이 얼굴에 나타나 있는 사람들이었다.-『袁了凡』
시험은 분명 경쟁이다. 경쟁에서의 순위 결정은 시행착오를 전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적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시행착오를 적게 하는 방법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과 하늘의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면 하늘도 도와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도와줄 때는 직접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꼭 사람을 통해 하므로, 결국 ‘사람이 사람을 몰라보면 그 죄가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겸손한 수험생들은 자기절제가 강한 편이다. 그러기 때문에 남의 공부를 함부로 방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중심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교만한 수험생들은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것이 부족하고 유혹에 약할 뿐만 아니라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기분이 흔들린다.
따라서 공부리듬이 자꾸 끊어지는 수험생들은 자기 절제가 강한 수험생들과 공부해야 한다. 설령 내가 못났더라도 잘난 사람 옆에 있으면 그 덕을 분명히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