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은 세금을 안 내도 되는가? 한국 종교는 세금의 성역인가?
종교인 과세논쟁이 뜨겁다. 개인적으로 종교인 과세라는 단어가 나오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2006년 서울지방국세청 법무과장으로 재직 당시 시민단체가 수송동 국세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종교인들 탈세를 묵인하는 국세청장은 각성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어느 날 그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장을 쓰라는 전화를 본청 간부로부터 받았다.
황당했다. 검찰청사 앞에 가면 검찰총장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검찰총장이 그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게다가 본청 법무과가 따로 있는데도 청장이 나보고 쓰라고 했다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즉시 청장과 잘 아는 모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 그도 그러면 안 된다면서 청장을 위해 말려야겠다고 청장과 면담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오후 없던 일로 잘됐다는 말을 듣고 퇴근하였는데 누군가 나를 뒤따르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순간 뒤돌아보니 정장차림의 나보다 어려 보이던 그도 주춤하였다. 그리고 멋쩍었는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뒤돌아갔다. 미운털이 박힌 직원을 감찰이 그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는다는 말을 당시 간부들로부터 자주 들었다.
일해주고 뺨 맞은 기분이었다. 내 생각에는 청장의 존엄을 해쳤다면서 충성심을 보이고 싶었던 간부가 그 변호사가 다녀간 후에 청장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서 나를 혼내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랬다면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거다. 근데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경우가 종교인들에게도 유독 많은 느낌이다.
정신세계와 살림살이가 둘이 아니기 때문에 눈앞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종교인들은 마음만을 붙잡으려는 속성이 강해서 그런지 우리나라만 종교인 과세논쟁이 50년째 계속 이어오고 있다. 중세시대도 아니고 2017년에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게 답답하다.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게 세법의 원칙이고 게다가 앞으로는 조세형평성이 더욱 더 요구된다. 안 그래도 거악은 애써 못 본 체 하고 만만한 시민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민다고 비판받고 있다.
어느 종교인이 한 말이다. 자기가 속한 종교인들 사이에도 불과 1~2%에게 권력과 재산이 집중되어 있다 한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과세를 찬성한다고 했다.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은 나에게는 그동안 숨겨놓은 재산을 처리할 시간을 주자는 것으로 들린다. 권력자 입장에선 종교단체의 약점을 틀어쥐고 순종케하고자 하는 사심일 수도 있겠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