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egye.com/newsView/20140916004281
저녁 늦게 전화를 받았다. 어느 분이 나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는 전갈이었다. 전화를 하였다. 상대방은 차분하고 젊잖은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를 간략하게 말하였다. 다음날 그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형사판결 선고를 받은 직후였다. 1심 판결이었지만 항소하고자 하였다. 조세포탈죄로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사건이었는데 다행히도 검찰의 구형량보다는 낮게 선고되었다. 그래도 벌금과 실형이 선고되었다. 그분은 억울해했다. 사유를 들어본즉 세무신고를 하는 세무사 사무실의 사무장이 세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신고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형국이었다. 매출처인 거래상대방이 부도가 나자 일해주고 받지 못한 금액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였다. 부도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그 금액을 대손금으로 처리하여 해당 사업연도 필요경비로 공제받으면 되게끔 세법에는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사무장은 세법을 잘못 해석한 결과 공제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그는 부도난 금액만큼을 원자재 구입비라는 항목으로 계상하여 비용화시키는 무모한 짓을 하였다. 세금계산서 등의 근거 없이 장부에 계상하였기 때문이다. 세무서는 당연히 이런 사실에 대해 소명할 것을 통보하였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사무장은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신고하여 필요경비를 불산입한 후 대손금이 확정되면 경정청구하여 필요경비로 산입하면 될 것을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당시 그분은 외국 출장 중에 벌어진 일이라서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직접 세무서에 들어가 사실대로 말하였다.
그러나 세무서장은 가공의 비용을 만들어 필요경비를 과다하게 공제받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추징함과 아울러 조세포탈죄로 고발하였다. 사건의 내막은 그게 전부다.
문제는 그분이 대처하는 게 너무 어설펐다.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은 다른 세무사를 통해 하면서도 조세포탈죄 형사사건은 변호사를 선임하였다. 그러나 그 변호사가 솔직하게 말하기를 “나는 세금을 잘 모른다.” 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변호사는 검찰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된 선배변호사를 그분을 데리고 같이 찾아갔다고 한다. 그를 찾아간 이유는 수사검사가 그 변호사의 학교후배였기 때문이다. ‘잘 될 겁니다’라는 말을 전해듣고 희망을 가지고 사건을 맡겼다. 그러나 잘 되기는 커녕 기소를 당했다. 결국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고,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세금을 잘 모르다 보니 선처해달라고 읍소하는 정도였다.
회사를 나올 때 조금만 벌 수 있으면 만족하고 살겠다고 했던 게 의외로 매출액이 나오면서 조금씩 사업을 키워오고 있었다. 특허를 가진 기술이 있고 엔지니어 출신이니 사업은 잘 되는 편이었다. 외국의 공사에도 자신의 기술이 필요할 정도였다.
선고를 앞두기 전날 그는 사무실에서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자신과 관련된 자료들을 검색해보다가 ‘세무사 따로 변호사 따로’라는 필자의 글을 읽어보고 자신이 지난 1년 반동안 겪으면서 하고 싶은 표현이라서 공감을 하였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너무 괴로워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였다. 세금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지금은 세무사를 교체하여 ‘법대로 해라’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변호사는 세금을 모르고 세무사는 인맥으로 어떻게만 해보려고 하고. 납세자는 이래저래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