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로부터의 해방
그동안의 수험생활이 지긋지긋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NO, 오히려 얻은 것이 많았다.”였다.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었다.
오히려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많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한 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장애(障碍)를 만난 것이었다.
쉽게 합격했더라면 그런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공부 그 자체는 결코 어렵지 않은데 자신이 스스로 어렵게 해서 시험에 떨어진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실패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떨어졌다는 것에 대한 실망보다는 남의 이목이 더 두렵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산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만 그렇게 의식을 할 뿐 다른 사람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못났다는 점을 부정하거나 회피할 필요가 없다.
단지 받아들이기만 하면 저절로 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수험생활은 지쳐있던 영혼을 흔들어 깨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비록 실패를 많이 하였지만 열정을 가지고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하였다는 점에서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 한번 죽는다. 인생은 연습이 아니다. 1분 1초도 낭비할 수 없다. 내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고 싶었다.”
는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님이 하신 말씀처럼…….
미국에서 철강사업으로 큰 성공을 이룬 백영중이라는 분을 소개하는 프로를 TV에서 본적이 있었다.
그분의 좌우명은
첫째, 거짓말하지 마라
둘째, 노예처럼 일하지 말고 자기 일처럼 해라
셋째, 사람끼리 사랑하라는 것이다.
진리는 결코 둘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공부를 하다보면 저절로 그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공부는 가장 정직한 게임이므로 결코 자신과 남을 속일 수 없다.
그리고 열정이 없으면 절대 공부할 수 없다.
절실한 마음이 없으면 공부는 지겨운 작업에 불과하다.
또한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공부할 수는 없다.
마음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만 잘되고자 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것이 공부다.
공부는 자기 절제와 몸과 마음의 조화가 없이는 결코 잘 될 수 없다.
공부에 해(害)가 되는 일을 하면서 잘되기를 바라면 도둑 심보이다.
수험생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공부는 절대 부담이 아니다.
또한 공부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되어지는 것이다.
합격은 그에 대한 부산물(副産物)로 온다.
중요한 것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바로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존재하는 곳에는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더 심하다.
그리고 경쟁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
마치 산 넘어 산이듯이.
따라서 삶의 요소요소마다 위험과 불행이 잠복해 있기 마련이다.
또한 그러한 것은 결코 나만 비켜가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오더라도 별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만 있다면 힘든 것 없이 지나갈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고통의 연속이다.
생각하건대 공부를 하면서 가지게 된 절제된 습관이나 생각들이 그러한 위기를 어려움 없이 지나가게 할 수 있는 지혜가 된다고 본다.
다만 합격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듯이 그러한 지혜도 계속 성장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되기 때문이다.
공부를 단지 하기 싫은데도 해야만 하는 의무나 부담으로만 느끼는 수험생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의식을 성장시키고 위와 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는 셈이다.
공부를 떠난 사회생활에서 그것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만큼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는 확실한 것이다.
죽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돈과 지위가 아닌 성숙된 자기의식(意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