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돈으로 회사를 사는 기막힌 경우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매수인 나는놈이 매도인(賣渡人)인 뛰는놈에게 부탁을 하였다.
“중도금 50억원을 기한 내에 지급할 테니 장래성있는 회사 예금 중 일부인 57억원을 미리 양도성예금증서(CD)로 바꾸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뛰는놈은
“중도금을 지급하고 경영권을 인수한 후 매수인측이 직접 바꾸면 될 것이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나는놈은
“어차피 중도금을 지급하면 다 넘기게 되어 있는 것인데 인수인계 편의상 이 정도는 협조해 줄 수 있지 않습니까?”
라고 대답하였다.
나는놈은 뛰는놈에게 자신의 자금사정이나 장래성 있는 회사의 CD를 사용하려는 용도에 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뛰는놈이 준 CD를 금융권에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중도금은 뛰는놈의 통장으로 입금하면 되는데도
굳이 뛰는놈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고
그 통장에 50억원을 입금한 후
그 통장과 CD를 교환하고자 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 말은
결국 뛰는놈이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여 CD를 조성해주라는 의미였지만
뛰는놈은 돈에 눈이 멀어 판단이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회사를 비싸게 팔아넘기는 차익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빨리 현금화하는 데 급급하였다.
그러나 회사 임원 중 눈 밝은 사람이 있어 나는놈의 제안을 거절하여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도금을 받기 전에 CD를 넘겨주면 대표이사가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넘겨주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자 뛰는놈도 주저주저하였다.
나는놈은 “자산을 CD 형태로 이전하기로 이미 합의된 내용이므로 특별히 문제될 것 없다.”면서 CD를 넘겨주어도 무방하다고 뛰는놈을 설득하였다.
뛰는놈의 변호사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거들었다.
결국 뛰는놈은 회사 재무이사에게 지시하였다.
“회사의 예금을 찾아서 57억원 상당의 CD를 구입해 놓으세요.”
회사는 56억3,000만원 상당의 CD를 구입해 두었다.
일이 이 정도까지 진척되자 나는놈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묻지마창업투자 주식회사(이하 ‘묻지마창투’) 투자심사위원 돈심사를 찾아갔다.
“중도금을 뛰는놈에게 건네주면 그가 장래성있는 자신의 회사의 CD를 넘겨주기로 약속했으니 50억원만 대출해 줘.”
그러나 돈심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주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돈심사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대체로 돈을 꿔주는 사람들의 특성이 그렇다.
나는놈은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미리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그가 돈심사에게 제안을 하였다.
“50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건네주면 그 자리에서 장래성있는 회사 소유의 CD를 넘겨줄테니 중도금 지급하는 그 자리에 있다가 CD를 가지고 가라구.”
그러자 돈심사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나는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수수료 3억원이 포함된 53억원 상당의 장래성있는 회사 발행의 CD를 중도금 지급장소에서 대출금 50억원과 교환하여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돈심사는 범죄은행 김뇌물 지점장을 찾아갔다.
“묻지마창투가 자네 은행으로부터 후취담보의 방법으로 우선 50억원을 대출받고 담보로 제공되는 53억원 상당의 CD는 자네가 서울에 와서 받아가는 방법으로 해서 대출을 해줘.”
김뇌물 지점장은 손해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그 결과 묻지마창투는 범죄은행 김뇌물 지점으로부터 50억원을 대출받았다.
묻지마창투 명의의 통장으로 50억원이 입금되었다.
묻지마창투는 위 50억원을 나는놈(형식은 대표이사인 아들 이바지 명의로 함)에게 대출하고, 중도금 지급장소에서 묻지마창투 돈심사는 53억원 상당의 CD를 뛰는놈으로부터 받아 그 자리에서 이를 김뇌물 지점장에게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교부하였다.
며칠 후 돈심사는 김뇌물 지점장으로부터 위 CD를 반환받아 뛰는놈의 지시를 받고 모 증권사 본점으로 나와 있던 장래성있는 회사의 직원에게 이를 매각케 한 후 그 매각대금 53억원을 묻지마창투에 입금토록 하였다.
위 돈으로 묻지마창투가 범죄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원금 50억원과 이자 6,900만원 상당을 변제한 후 나머지 돈은 수수료로 돈심사와
김뇌물 지점장이 나눠 가졌다.
이로써 모든 거래가 끝났다.
거래가 끝났다.
4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