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역이 개발되어 빌딩숲을 이루면 빌딩마다 가장 먼저 입주하는 업종은 세무사 사무실인 듯하다. 새로운 사업자들의 기장업무를 맡기 위해서다. 각기 안전한 세무법인임을 강조하면서 전문세무사들이 세금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준다고들 광고를 하지만 정작 사업자들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세무사 사무실 중 어디를 골라야 하는지 선택의 고통이 따른다.
최근 세금을 많이 환급시켜 준다는 말에 세무기장을 맡긴 수천 명의 사업자가 세금으로 곤혹을 치르게 생겼다. 세무사의 능력이 고작 가공경비를 만드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업자가 기장대행업자를 잘못 만나면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세무기장을 엉터리로 해놓고 국세청에 들켜도 사업자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책임을 전가시키면 사업자만 조세범으로 처벌받고 자신은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있다.
세무사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무자격자들이 세무사 명의를 빌리거나 아예 세무사들을 고용해서 형식은 세무 컨설팅 업체이지만 실질은 세무사 자격없이도 세무법인을 운영하는 경우를 가끔 접한다. 최근에도 무자격자가 세무사 명의를 빌려 기장업무를 해주면서 기장업체들끼리 가공세금계산서로 매입, 매출을 장난친 사실이 국세청에 들키자 도주를 했다고 한다. 그에게 명의를 빌려준 세무사는 형사 고발될 것이고, 기장업무를 맡긴 사업자들도 당연히 세금으로 곤혹을 치를 것이다.
절세라는 미명으로 혹하게 하는 업자 중에는 소위 ‘물장부’만 만드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사업자는 장부기장이 원칙인데 자유직업소득자나 인적용역소득자는 필요경비를 인정받을 게 별로 없다 보니 마치 경비가 있는 것처럼 장부를 허위로 만들어 준다. 신고할 때는 소득을 너무 낮추지 않고 세무조사 안 나올 정도로 함으로써 국세청의 감시를 피해간다.
스포츠 선수들도 스테로이드 등 약물복용의 유혹이 심하듯이 사업자들에게도 세금을 적게 내준다는 유혹이 심하다. 그러나 약물 복용하다 도핑에 걸리면 이미지 실추되고 메달이 박탈되는 등 부와 명예를 한 번에 잃어버리듯이 사업자들도 부정행위가 걸리면 패가망신하게 된다.
조사대상기간이 일단 확대될 뿐만 아니라 그 결과는 세금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당해야 한다. 실제 세무사가 많은 건의 기장업무를 하면서 기장업체별로 일일이 신경 써주면서 서비스를 해주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약물복용 같은 유혹에는 빠지지 않을 지혜가 필요하다.
고성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