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를 만들 테니 자네가 대표이사를 하게.”
“저는 회사 만들 돈이 없는 데요.”
“그건 걱정 말게.”
“….”
“내가 돈을 자네 계좌로 쏴줄 테니 그걸로 자본금 납입을 한 후 다시 빼서 돌려주면 돼.”
“가장납입 말입니까?”
“그래. 다들 그렇게 해.”
“알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갑은 자신의 계좌로 5억 원을 입금 받은 후 주금납입은행에 5억 원을 입금하였고, 며칠 후 회사 계좌에서 5억 원을 인출하여 자신의 통장으로 다시 송금한 후, 같은 날 위 금액을 회장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하였다.
그리고 갑은 회사가 자신에게 5억 원을 빌려준 것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하였다. 회사 입장에선 갑에 대한 단기채권(가지급금)과 미수이자(인정이자)채권이 있는 것으로 장부정리를 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얼마가지 못하고 폐업을 하였다. 의도했던 대로 사업이 풀리지 않았다. 페업을 하면 회사를 해산하거나 청산을 해야 하지만 이미 자본금이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굳이 그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사업을 접고 갑은 다른 일에 몰두하였다.
그런데 4년 후 어느 날 갑에게 세금고지서가 날라 왔다.
‘무슨 고지서지?’
“으악”
갑은 까무러쳤다. 자그마치 세금액수가 1억 7,000만원이 넘었다. 갑은 세무서로 달려갔다.
“무슨 세금을 제가 내야합니까?”
세무공무원이 고지서를 확인해보더니 말했다.
“4년 전에 모 회사의 대표이사였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그해 12. 31. 폐업했고요.”
“그렇습니다.”
“회사가 사장님에게 5억 원의 단기채권과 1,500만원의 미수이자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폐업시까지 회수하지 않았네요.”
“네.”
“회사가 폐업하여 특수관계가 소멸되었음에도 대표이사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지 아니하면 채권 상당액의 금원이 대표이사에게 귀속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상여로 소득처분하고, 당해 연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그 5억 원은 회사가 저에게 빌려준 것이 아니라 가장납입한 돈을 다시 빼서 전주에게 돌려준 것입니다.”
“글쎄요.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면 불복을 하셔야 구제를 받습니다.”
갑은 과세처분이 분명 잘못됐다는 확신을 가지고 불복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가장납입도 납입이므로 위 5억 원은 회사의 자본금인 것이고, 회사로부터 가지급금 형식으로 5억 원을 인출한 것은 분명 회사 돈이 갑에게 나간 것이다. 따라서 갑은 회사에게 위 5억 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주식회사가 특수관계자에 대하여 장부상 ‘가지급금’으로 계상하여 둔 것은 그 특수관계자로부터 그 가지급금을 회수할 것이 전제된 것이므로, 만일 주식회사가 특수관계자로부터 그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않는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회수를 포기하거나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놓이게 한다면, 위 가지급금은 결국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된 것으로 보는 게 세법이다.
갑은 사업도 망하고 세금폭탄만 맞은 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