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웬만한 기업치고 기업분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업분할의 필요성이 많다는 것이다. 기업분할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래 취지대로 활용된다면야 국가도 도와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법인세법에는 위 취지에 맞는 일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적격분할의 경우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과세이연해주는 큰 혜택을 주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나라가 거덜나게 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 위 규정이 도입되었다.
기업활동은 어떻게 하든 자유이다. 단 돈이 오고가는 거래에는 반드시 세법이 따른다. 그게 세법의 원칙이다. 세법의 무지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그게 세금이다. 그래서 세금이 무섭다. 근데 예외가 있다. 돈이 오고가는 거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따라다니지 않는 경우다. 그런 경우는 조세형평성을 침해한다. 누구는 세금을 내는 반면에 누구는 세금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법은 아주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가능하도록 장치를 해놨다. 위 적격분할 규정 역시 아주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적용이 가능하게 돼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단 과세하고 보는 게 통상의 심리이다. 긴가민가하면 일단 과세하고 불복해서 풀으라고 해도 별 문제될 것도 없다. 과세하는 입장에선 과세가 맞다고 판단해서 과세했다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맞는지 안 맞는지는 불복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 과세를 해서 감사를 걸리는 것보다는 과세를 안 해서 감사에 걸리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과세가 잘 안되는 분야가 있다. 기업분할의 경우다. 세법에 정한 요건 한두개가 미비했다해서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이상한 정서법이 작용하는 경우 중의 하나다. 근데 기업분할이 기업을 세탁하는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현실에선 분명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돈을 세탁하는 목적은 문제되는 흔적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고 기업을 세탁하는 것 역시 문제되는 흔적들을 깨끗하게 없애버려 추적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분할이 기업세탁의 과정으로 상당히 광범하게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기업범죄를 은폐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
세법이 어려운 게 아니다. 그냥 돈이 오고가는 거래행위에 세금이 따라가면 된다. 예외가 있다면 엄격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만 확인해보면 된다. 어려울 게 없는 게 세금이다. 세금은 징수의 개념이고 뺏어내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해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유독 기업분할의 경우에는 무슨 복잡한 이론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기업활동의 발목을 세법 규정 한 두개가 잡는 식으로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에 세금의 길목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세금이 왜 기업분할 에서 너무 관대할까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어느 공무원이 말했다.
거악은 안 보는 게 상책입니다.
세법이 만만한 서민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문제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세금의 큰 핵심은 조세형평성일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형평성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징조이다. 편법증여 편법상속이 세법에서 규제해놓은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는게 금수저의 생리이다. 돈으로 연결되는 끼리끼리 문화가 기업분할의 악용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이는 망조가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