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금 실명제를 추진한다. 세금을 부과하거나 조사한 사람 등의 이름을 명시해 부실한 세금 부과에 대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납세자도 세무 담당자를 바로 알아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21일 “내년 시행 목표로 국세 행정 전과정에 걸쳐 실명제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직원들의 과세 경력을 관리해 부실한 세금 부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고 인사고과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금 실명제는 이용섭 국세청장이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국세청 직원은 “세액을 추징하기 모호한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세금 물리기를 꺼리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과세 행정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중앙일보] 세금부과 담당자 내년부터 실명제”
2003년 11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다. 과세행정실명제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세청장은 이용섭 청장이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 제도 도입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2003년 법무과장으로 들어가 반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어느 날 법무과가 소속된 납세지원국의 국장님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였다. 지금도 그 장소가 생각난다. 양곱창을 하는 집인데 맛집으로 소문났다. 가격이 비싸서 평상시 자주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국장님이 점심을 사주는 자리라서 먹을 수 있었다. 당시 국장님은 국세청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계셨다. 직원들을 상대로 가끔씩 좋은 말씀을 하시는 자리를 만드셨고 능력껏 일하도록 배려해주셨다. 국장님에게 이의신청 사건 하나를 말씀드렸다. 세금액수를 정확히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이의신청으로 수십억 원을 감액시켰던 사건이다. 인용결정을 한 후 세무조사 팀장인 사무관에게 말했다. “감액된 부분까지 과세할 필요가 없었는데 왜 과세하셨습니까?”라는 취지로 말하자 그분 대답이 걸작이었다. “1000단위와 100단위가 같습니까?” 1000억대 과세하는 것과 100억대 과세하는 실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적을 내야 특별승진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승진 경쟁이 심하다. 그러다보니 실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그런 식으로 실적을 내고자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국장님에게 전달하였다. 내 말을 유심히 듣던 국장님의 얼굴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다음 과정은 잘 모른다. 그 일이 있고난 뒤에 국세청장은 과세행정실명제를 국세행정의 목표로 삼았다. 국세청 본청 징세국장이 총괄하여 세밀하게 제도를 구축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조사국 사무관과 같이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과세행정실명제를 비판하였다. “전쟁나가는 사람에게 총과 칼을 다 버리고 나가라는 말이다.”라는 취지였다. 어느 조직이든 관행에 어긋나는 것은 다 불편하고 힘들기 마련이다. 처음 도입이 그래서 어렵다. 저항이 심해서 그런지 외부출신 이용섭 국세청장이 물러가고 다음 국세청장이 내부출신이 오면서 과세행정실명제는 소리소문없이 조용하게 되었다.
2007년 11월 7일 서울지방국세청 월간업무회의에서 당시 서울청장님이 나에게 부실과세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보고했던 내용을 전 세무관서가 다 공청하는 자리에서 발표하라고 지시하였다. 약 1시간 정도 분량의 내용이었다. 그 중 과세행정실명제와 관련해서 말했던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부실과세의 원인)
셋째, 그런데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결국 조직 내에 feedback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는 증거 일 수도 있습니다.
○ 요즘 조직에는 조직 내의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이 화두입니다.
○ ‘역할 과 책임’ 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과세한 담당자 자신은 실적만 내 놓고 다른 부서로 가버리고, 후임자는 부실과세 때문에 뒤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그럼 어쩌란 말이냐?” 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냥 열심히만 하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 법리와 관계없이 열심히 한 결과는 부실과세라는 상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한 열매를 맺는다 해도 그 뿐이라면 그게 더 문제입니다. 대충 과세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더구나, 3,000만원 미만의 부실과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들로 이들에 대한 무책임한 과세가 이들을 노숙자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임에도 그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음은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부실과세의 대책)
셋째. ‘아니면 말고’식의 과세처분을 지양하기 위하여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Feedback System입니다.
○ 가령, 카드회사나 통신회사의 상담서비스 팀의 경우 본인의 이름을 정확히 밝혀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친절하게 응하듯이 국세행정의 경우도 실명화한다면 책임 있게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13년 10월 23일자 국세신문에는 “‘과세실명제’ 도입으로 조세불복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다.
국세청이 민주당 이용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한 과세적부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 납세자들의 조세불복은 1만7,975건에 금액으로는 12조 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2009년 조세불복 금액 5조3,012억원에 비해 3년만에 무려 2.3배나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국세청의 세금부과에 대한 불복이 늘어난다는 것은 납세자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된 측면도 있지만, 국세수입을 늘리기 위한 국고주의와 일단 과세해 놓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기사는 지적하면서 이용섭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무조사 등을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이 부과되면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아니라 경제적·심리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게되며 조세불복으로 인해 막대한 행정비용과 납세비용이 발생한다. 국세행정의 신뢰도는 법령에 의한 근거과세에서 출발하는 만큼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납세행정에 대한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정확한 부과노력 필요하다. 따라서 과세건별로 직원들의 실명을 명기해 부과된 세금이 현금으로 징수되는지, 체납 또는 불복 취소되는지 등을 관리해 그 실적을 인사조치·성과급 지급 등에 반영하게 되면 과세의 책임성과 정확성이 제고될 수 있다”며 “과세의 정확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과세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기사내용이다.
지금은 과세품질이라는 용어로 부실과세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실과세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만큼 부실과세로 인해 납세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100% 부실과세여도 문서로 고지되면 국가가 한 것이 되므로 불복을 통하지 않으면 과세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 만일 불복기한을 놓쳐버리면 방법이 없다. 불복도 행정심판단계에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소송으로 가게 되면 거의 대부분 3심까지 가야 한다. 그러니 돈 없으면 불복하기 힘들다. 납부기한 내에 세금을 못내면 체납자가 되어 재산이 있으면 즉시 압류되고 그래도 체납하면 공매가 이루어진다. 공매로 낙찰되더라도 낙찰가액은 시가를 반영하지 않고 더 낮은 가액에서 이루어진다. 금융기관 근저당권자가 대출금을 먼저 배당해가고 국세청 세금으로 배당하고 나머지 금액만 손에 쥐게 되는데 그 돈으로 월세 얻기 힘든 경우가 서민들에게는 발생한다. 그래서 부실과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과세를 하면 불복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조세전문이라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조세전문을 추구하기 때문에 예전과 조세불복 환경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