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의 5년] 10 리타워텍 사건
1999년부터 2000년 사이 우리나라는 벤처열풍으로 광기가 불었던 적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공무원들이 주가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보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이 내려졌을 정도다. 주식으로 돈 잃고 또 시간 지나면 다시 덤비고 이러기를 반복하던 때였다. 주식으로 일확천금했다는 뉴스가 언론마다 도배되었다. 이때가 DJ 정권 때였다. 그러나 벤처열풍은 한번 크게 불더니 나중에는 후유증만 남기고 끝났다. 그때가 감사원 시절 공적자금감사를 하던 때였다.
그후 2003년 국세청으로 들어와보니 그동안 감사원에서 쫒아다니던 이들이 모두 이쪽에 와 있었다. 세금소송사건 당사자가 되어 있었다. 원고가 되어 부실과세라면서 과세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하였다. 매출을 부풀려 대출받고자 분식회계를 한 것이니 그때 냈던 세금을 실질과세에 근거하여 돌려달라는 사건들이었다. 주가조작하느라 주식을 뻥튀기 했으니 휴지조각에 불과한 주식을 잘못 평가했다는 사건들도 많았다. 다들 이실직고를 하였다. 그때 알았다. ‘금융과 세금은 상극이구나!’
아직도 생각나는 사건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리타워텍이었다.
1999년 혜성처럼 나타난 최유신이라는 하바드출신이라는 이가 있었다. 당시 유능하다고 했던 이들은 거의 30대 초반의 미국 유학파였다. 그는 제3자 주식배정이라는 방법으로 회사들을 인수하였다. 리타워텍도 원래는 보일러 송풍기 제작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하여 명칭을 바꾼 것이고, 파워텍을 인수할 때도 그런 방법을 사용하였다. 파워텍 대표에게 리타워텍 주식을 주는 것인데 리타워텍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결국 돈 없이도 회사를 계속 불려나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파는 이들이 이에 선뜻 응했던 이유는 당시 벤처열풍때문이었다. 제조업으로 돈 버는 것은 공돌이들이나 하는 짓이고 큰 돈 벌려면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풍조가 팽배하였다. 그러니 주가조작 등이 성행했고 벤처사업가의 틀을 쓴 사기꾼들이 많이 양산되었다. 제3자 배정방법으로 리타워텍 주식을 받고 회사 주식을 양도한 이들은 1년간 보호예수라는 제한에 걸려 팔지도 못하는데 정작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아 고통을 받았다. 결국 리타워텍 주식은 헐값이 되고 통장에 돈 구경도 못한 채 회사만 날아갔는데 주식양도가액은 리타워텍이 잘나가던 주가로 산정되었기 때문이다. 요행을 바라다 가정이 깨지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던 이들이 당시 엄청 많았던 것 같았다.
최유신은 버뮤다의 아시아넷을 인수하였다. 그리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아시아 최대 인터넷 지주업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넷은 나중에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되었다. 그 밑에 20개업체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먹힌 이유는 당시 인터넷 관련 주식은 묻지마 투자가 유행이었기 때문이었다. 재테크하는 사람들이 모두 주식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반면 고수들은 오히려 단군유사이래도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돈 벌 수 있는 최대의 기회였다. 리타워텍 주가는 불과 3∼4개월만에 200배나 폭등하였는데 주가상승이 거의 정점에 다다른 며칠 사이에 보유하고 있던 리타워텍 주식을 코스닥시장에서 매각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기술투자와 서갑수 회장이 그 예였다. 그런 그도 나중에 증권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 돈에 손을 대 아들과 함께 업무상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리타워텍은 아시아넷을 인수하면서 불과 2시간 30분만에 13억달러가 리만브라더스에서 돈이 들어와 다시 나가는 주식교환거래를 하였다. 이 것도 유상증자 인수방법이었다. 그런데 룩셈부르크에 특수목적법인인 그레이하운드를 세우고 그 법인을 통하여 1조원이 넘는 13억 달러라는 돈이 아시아넷과 리타워텍을 돌아 다시 리만브라더스로 넘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리만브라더스에 지급한 이자만 해도 44억 이었다. 결국 2003년 국세청은 리타워텍을 세무조사한 결과 아시아넷 주식을 너무 고가에 샀다는 이유로 국제거래조정관련법률에 의하여 정상가액을 산정하여 450억이 넘는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이게 계기가 되어 리타워텍은 상장폐지가 되었다. 결국 리타워텍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투자했던 개미들은 엄청난 손해를 맛봐야만 했다. 그런데 최유신과 리타워텍 대표 허록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으나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과세처분도 법원에서 모두 부실과세로 취소되는 판결을 받았다. 정상가격 산정을 잘못 했다는 이유였다. 대체로 국제조세하면 큰 액수의 과세가 이루어지는데 국제조세라 해봐야 특별할 게 없다. 그냥 이전가격 정도가 특별하고 나머지는 다 국내세법으로 과세한다. 리타워텍의 경우 그런 이전가격 산정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국세청 재직시 승소한 경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정상가격에서 대가를 뺀 이전가격을 산정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대체로 조정과세로 끝나는 게 국제조세사건인 듯하다.
한때 주가조작꾼들에게 나라가 들썩였던 때가 있었는데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이 나서도 잠재우지 못하는 것을 국세청이 나서면 진정이 된다. 세금을 때리는 것 자체가 회사에 그만큼 충격을 준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결국 잘못된 과세라도 그 전에 회사는 망한다. 노무현 정권시절 바다이야기도 세금으로 잠재웠다.
(다음은 바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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