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의 5년] 11 KBS 세금 조정 사건 (1)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하는 게 KBS 사장을 바꾸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끝나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때였다. 당시 정연주 사장은 임기가 남아 있다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검찰은 그를 업무상배임죄로 기소하였다.
2008년 초여름,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감사원의 후배였다. KBS 세금조정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왔다. “감사원이 나서지 마라.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라고 말을 해줬다. 감사원에서 정연주 사장을 업무상배임죄로 고발해주면 검찰이 그에 응해 수사를 하는 식의 구도에 감사원이 끼지 말라고 조언을 해줬다.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KBS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후 KBS는 국세청과 지루하게 소송공방을 하고 있던 수천억 원의 세금사건을 조정으로 마무리 하고 싶어했다. 그 사건은 법인세 손금을 얼마만큼 산정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KBS1은 공영방송이고 KBS2는 광고수익을 내는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보니 공통매입세액을 면세와 과세 안분계산 공식으로 산정해왔는데 KBS 시청료는 특별부담금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당시 고문변호사였던 경수근 변호사가 받아냈다. 그러자 KBS는 공통매입세액 안분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상담금액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 액수가 수천억이다. 법원은 KBS 손을 들어줬는데 문제는 법원이 공통매입세액을 구분해서 판결할 의무가 없으니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KBS 승소판결이었다. 그러니 계속 핑퐁게임이었다. 한마디로 땅따먹기였다. 금을 어디서 그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KBS가 이겨도 국세청은 이만큼이라 하고 KBS는 더 달라하고 게속 그런식이었다. 그러니 조정으로 해결하기 전까지는 KBS는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KBS 정연주 사장은 적극적으로 조정을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국세청이 수천억 의 세금을 법원판결 아닌 조정으로 돌려주는 예는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정권이 힘 좀 쓰면 세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되기때문에 국세청의 고민은 깊어졌다. 게다가 국세청 간부 어느 누구도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지 않았다. 마지 못해 할 뿐이었을 것이다. 한번은 담당 간부로부터 당시 뉴스추적 같은 고발프로그램이 있었는데 KBS가 전국세무관서 세무공무원 세무비리 제보를 접수받는다는 팝업창을 띄우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당시 KBS가 적극적으로 국세청을 압박하였던 것 같았다.
결국 조정에 응하기로 하고 이를 고등검찰청 송무부에 보고하였고 그들로부터 승인을 받아 법원의 조정판결에 따라 조정을 하게 되었는데 만일 그때 국세청이 실수를 했으면 곤혹을 치렀을 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소송수행자로부터 “법원이 우리보고 조정안을 만들어가지고 오랍니다.”는 보고를 받고 “조정판결문을 법원이 쓰게 해야지 우리가 써주면 안됩니다.” 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재판부가 알아서 조정판결문 내용을 작성했고 국세청은 이에 동의하고, 이를 고검이 최종적으로 허락을 하는 식으로 하였다. 국가소송은 고검이 관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KBS에서 불거졌다. 당시 시청료를 특별부담금이라는 판례를 받아냈던 경수근 변호사를 고문에서 해촉하였다. 그는 조정에 반대했다. 정연주와 경수근 두 사람은 서로 상극이 되었다. 당시 2008년 5월 16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KBS는 지난 2005년 국세청과의 세금 소송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1심에서 승소하고도, 재판부에 556억원만 받고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조정의견을 냈다. KBS 내부에서는 “연말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연주 사장이 사장직을 유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세금 소송을 조정으로 끝내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KBS는 결국 소송을 취하하고 세금 556억원을 그해 돌려받아 적자를 모면했다. 당시 KBS측의 소송을 맡았던 경수근 변호사는 “2심, 3심까지 가도 승소가 확실한 상황에서 소송 취하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반대하다 수임료도 받지 못한 채 해고당했다. 경 변호사는 “소송 서류를 공개하라”면서 KBS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고, 1심에 이어 15일 2심에서도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유승정)는 “KBS측은 경 변호사가 정연주 사장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경 변호사가 정보 공개를 청구한 목적은 수임료를 받아내기 위한 증거 수집 차원”이라면서 “KBS는 경 변호사가 요구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당시 KBS의 세금 소송을 담당했던 전직 간부 조모씨도 14일 “정 사장이 경영 적자를 메워 사장을 계속하려는 욕심 때문에 승소가 확실한 소송을 조정으로 끝내는 바람에 회사에 287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정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html…/2008/05/16/2008051600036.html”
이게 빌미가 되어 결국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 수사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를 KBS 사장에서 몰아내기는 좋은 명분이었다. 2008년 7월 나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로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2008년 국세청을 나와 조세법서를 쓴다고 산으로 들어가 군불 떼면서 원고집필을 하다가 산에서 내려와보니 전화가 터지면서 참고인 소환을 검찰 수사계장으로부터 받았다. 그동안 세금 조정 실무자부터 담당 국장까지 다 수사를 받았는데 나만 연락이 안 되어 계속 국세청 감사실을 통해 내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가 7월에 연락이 닿았던 것이다.
(2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