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중에 수년 전에 고지받은 세금이 무슨 이유로 과세된 것인지 납세자에게 물어봤다. 근데 그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세무사가 추계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그러라 한 건데 세금이 수억 원이나 추징당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세무조사 없이. 일반과세사업자는 장부에 근거하여 신고하는 게 원칙이다. 과세관청도 장부에 근거하여 실지조사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추계신고나 추계조사결정은 예외이다. 따라서 요건이 엄격하다. 장부가 없거나 신빙성이 없어야 한다. 장부에 근거하여 신고해오다가 갑자기 어느 년도에 추계신고를 하면 어느 세무공무원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싶다. 같은 업종의 소득신고율에 맞춰 신고하면 괜찮다는 세무사의 말에 신고하다가 나중에 적출이 되어 세금을 고지받으면 그 책임을 세무사가 져 주지 않는다. 호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납세자의 호주머니다. 세무사의 호주머니가 아니다. 실상 세무신고는 세무사가 한다지만 거의 직원들이 처리하는 경우가 태반일 듯하다. 사무장을 10년 동안 세무사로 알고 있던 의뢰인도 봤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세무사도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세무사도 같이 조세범으로 고발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실상 사업자 입장에선 세금이 4대보험까지 합하면 50% 이상 나가다 보니 어떻게라도 수입을 줄이고 비용을 늘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하지만 사업자가 세금신고까지 다 신경써가면서 사업했다가 머리가 터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데 그 전문가라고 알았던 이들이 쭉쟁이였다면 오늘 상담했던 사람같이 나중에 그 대가를 받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