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하면 아직도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갑은 수원에서 반찬가게를 했다. 아파트 주변 상가에 점포를 얻어 열심히 일해 그럭저럭 네 식구 먹고 살 수 있었다. 갑이 실질적인 가장이다. 남편은 중풍으로 드러누워 있고 아이들 중에는 장애인도 있다. 그런데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기대로 열심히 사는 갑에게 시련은 끊이질 않았다. 상가 운영자가 부도를 내고 보증금만 챙긴 채 도망가버렸다. 결국 상가는 경매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버렸고 상가 상인들은 보증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왔다. 도망간 사장을 잡아야 하는데 그가 이미 돈을 빼돌릴 때는 치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재산이 있어야 찾고, 도망간 사람을 잡아야 뭐라도 조치를 할 것이 아닌가. 서민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들이다. 선량하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지금부터다. 갑은 진짜 죽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 가족들의 유일한 보금자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져버린 것이다. 반찬가게를 했으니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고 소득세도 내야 했다. 사업장은 수원에 있었고 집은 서울에 있었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관할세무서와 소득세 관할세무서가 틀렸다. 그런데 상가보증금도 못 돌려받는 판에 세금 낼 돈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체납자가 된 줄도 몰랐다. 부가가치세는 900만 원이고 소득세는 500만 원이었다. 그까짓 것 돈만 있으면 내버리고 말지 왜 체납자가 되겠는가?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집을 공매할 예정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황당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갑은 전혀 몰랐다. 사실인즉, 이미 집에 대해 양쪽 세무서가 압류를 한 후 각각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해줄 것을 의뢰해 이미 공매가 진행 중에 있었다. 무려 다섯 번이나 유찰된 뒤였지만 갑은 전혀 몰랐다. 무슨 이런일이 있는지 황당해 서울의 소득세 관할세무서에 찾아갔다. 담당자는 적법한 징수처분이라고 했다. 물론 갑도 그것은 안다. 갑이 세금을 안 내서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갑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사정을 했다.
“제발 공매만 중지시켜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겠습니다.”
갑은 공매를 보류하려면 일단 분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부납부를 하면 공매중지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의 개념이 모호해서 실무상 100만 원 넘게 입금을 시키면 세무서가 자산관리공사에 공매보류통지를 한다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이제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다. 사채를 왜 쓰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집이 날아갈 판인데 지금 사채 100~200만 원이 문제인가. 어쩔 수 없이 사채를 갖다 썼다. 세무서 담당자에게 돈을 부쳤다. 사업장 관할세무서에는 200만 원을, 주소지 관할세무서에는 120만 원을 보냈다. 그러자 사업장 관할세무서로부터 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보류결정이 왔다는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왔다.
“이 집을 낙찰받은 사람입니다.”
“…….”
갑은 기가 막혀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다음날 서울 쪽 세무서 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당황해했다. 공매보류를 해준다고 믿었는데 그는 실제 공매 보류통지를 해주지 않았다. 체납금액이 워낙 적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 결과 공매가 진행되어 시가 1억 2,000만 원이 넘는 주택이 6,700만 원에 낙찰되었다. 그동안 5회나 유찰된 결과 매각가액은 사정없이 떨어져버렸다. 나중에 갑 수중에 들어온 돈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이었다. 집을 살 때 담보로 빌린 은행대출금을 제외해버리니 남는 것은 어디 가서 방 하나 구할 수도 없는 액수였다. 세무서에 가서 화를 못 이기고 펄펄 뛰었다. 담당자에게는‘분신자살을 해버리겠다’고 절규했다. 사정을 봐주려 했던 그도 난처해졌다. 위해주려고 재량껏 하려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