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은 회장님 돈
http://www.segye.com/newsView/20140429004946
갑은 A그룹의 명예회장이다. 1960년대 초 회사를 설립하여 여러 계열사를 가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갑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력계열회사인 A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180억 원을 차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A회사 주가가 하락하여 담보가치가 하락하자 금융기관은 갑에게 차입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담보로 제공된 주식들을 처분하겠다는 상환 독촉을 하였다. 만일 주식들이 처분될 경우 갑은 A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고 갑이 자기 돈으로 직접 대출금을 상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A회사 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싶었으나 대주주에 대한 대여로 공시를 해야 하는 제약 때문에 A회사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편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A회사가 위장계열사인 B회사에게 180억 원을 지원하면 B회사는 다시 그 돈을 갑에게 대여하도록 하여 갑이 금융기관에게 대출금을 상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B회사는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갑 역시 당시 A그룹 계열사를 위한 보증채무만 잔뜩 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B회사나 실질적으로 위 돈을 대여 받아 사용할 갑 모두 180억 원이나 되는 대여금을 변제할 능력은 없었으므로, A회사가 B회사에 빌려준 대여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회사는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채권확보를 위한 조치 없이 B회사에게 3회에 걸쳐 180억 원을 대여하였고, B회사 역시 아무런 채권확보 대책 없이 갑에게 180억 원을 대여하였다. 갑은 그 자금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였다. 그 결과 A회사는 손해가 발생하였고, 결국 이게 사후에 문제가 되어 갑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 죄로 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거액의 세금도 부담해야 한다. 회사가 대주주에게 부당하게 돈을 대여하는 행위는 부당행위계산 부인대상으로서 법인의 과세표준을 다시 계산하여 회사에게는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고지하고, 회장에게는 회사로부터 받은 이익에 대하여 소득세를 부과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계열사를 여럿 가진 회장치고 차명재산이 없는 경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대규모 인명참사를 낸 모 해운회사의 실질소유자의 차명재산을 찾기 위해 국세청, 검찰, 금융감독원 등의 국가기관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기 시작했다. 당연히 칼을 빼든 이상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차명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입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십 수 년 전에 이미 차명으로 재산을 불려왔기 때문에 상당한 증거가 소멸하였을 것이고, 특히 종교단체의 성격상 진술이나 제보를 받기도 힘들다. 계열사를 여럿 가진 회장 입장이라면 누구나 회사 돈을 마치 내 돈처럼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수 있다. 갑과 같이 계열사를 이용하여 편법을 쓰고 싶거나 회사나 임직원들의 명의를 이용하여 차명재산을 가지고 싶은 본능이 항상 꿈틀거린다. 그래서 법률행위는 차명으로 하면서 실질적인 소득은 회장에게 귀속되는 형태로 귀결된다. 결국 횡령이나 배임 그리고 조세포탈죄로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궁극적으로 차명재산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나 임직원 명의로 한 법률행위가 가장행위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