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의 세금 이야기] 국가 돈을 빼먹는 사람들
http://www.segye.com/newsView/20141104004362
감사원과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할 때 국가 돈이 누수 되는 사건을 많이 접해봤다. 최근 무역보험공사는 빌 게이츠가 유망기업이라고 추천한 M사의 3조원 대 위장수출로 3256억 원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M사 대표는 400억 원이 넘는 돈을 해외로 빼돌려 도박자금과 별장 구입비에 쓰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에 현금이 15억 원 밖에 없었음에도 금융기관은 대출을 계속 해줬다. 또한 지급보증을 섰던 무역보험공사 담당자는 돌연 퇴사했고, 홍콩의 수입업체 주소가 다른 사람이 사는 아파트였는데도 수입업체 신용조사에서 걸러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홍콩 조립공장에서 만든 폐 컴퓨터를 은행 실사로도 확인하지 못했고, 무역보험공사가 3000억 원 이상의 보증인수를 해주면서도 허위수출을 확인하지 못하는 등 의심 가는 대목이 많다.
2000년 수출보험공사를 감사하면서 수출사기 건 경험으로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법이나 관련기관의 행태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물 건너가면 우리가 어떻게 확인합니까.”, “사기 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못 당합니다.”, “수출사기 비율은 전체 수출보증 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당시 관련자의 항변이었다.
갑이 돈을 번 이야기다. 갑이 돈을 번 방법은 한마디로 눈먼 국가 돈을 빼먹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과 홍콩에 있는 동생들을 통해 유령회사를 세운 후 그 회사에 폐 반도체를 수출했다. 수출실적을 높여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인수한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보증인수한도는 은행에서 대출사고가 나더라도 보험공사가 그만큼 대신 변제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보증인수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회사는 은행에서 받는 대출액이 많아진다. 그래서 갑이 생각해낸 것이 폐 반도체를 수집해 수출실적을 늘려 보증인수한도가 무제한으로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동생들이 형식적으로라도 수입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것이었다. 유령업체가 물건값을 지급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갑이 대신 지급하는 것이었다. 소위 ‘자기변제’라고 하는 것이다. 무역보험공사 입장에선 보증한도를 높일 때는 당연히 수입업체의 신용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수입업체가 페이퍼컴퍼니였음을 알지 못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수출결제실적증명서라는 것이 있다. 은행이 대출해 줄 때 수출대금결제실적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몇 달 넘게 몇 번이나 수출대금결제가 연체됐는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갑은 자기변제를 하다 보니 결제실적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갑은 3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외국으로 도망갔다. 지금의 M사와 엇비슷하다.
필자가 보건대 M사 대표는 처음부터 대출사기를 의도한 게 아니고 오히려 거액의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꼬드긴 세력의 유혹에 넘어간 것 같다. 일명 국가 돈을 빼먹는 세력이다. 그들은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한다. 아마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것이다. 세금도 안 내기 때문이다.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이를 빼먹는 사람 따로 있다. 국가 돈 누수만 잘 단속해도 세금 증대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