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조세전문 고성춘변호사의 세법플러스]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찾아오는 게 죽음이라더니 최근 들어 죽음을 생각게 하는 일들이 여럿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교통사고를 두 건이나 목격하였고, 부고알림도 여러 번 받았다. 나이들이 모두 50대였다. 변호사도 있고 세무사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빨리 죽는 것 같다. 국세청에서 같이 근무했던 몇몇 분은 사망했고 현재 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는 분도 있다. 그분이 하신 말씀이 있다. “이젠 죽는다 생각하니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느껴지데요.”
살만하니 죽는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 듯하다. 뭐를 이루고자 하나만 보고 달려오다 보면 결국은 하나를 얻는 대신에 다른 하나를 내 놓는다. 며칠 전 상담한 세금사건도 친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그는 20년 전에 회사를 설립하여 죽을 병이 든 것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일하여 매출액 수천억 원의 회사를 일궈오다가 치료와 요양을 위하여 회사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퇴직하면서 고액의 퇴직금을 받았다. 결국 그는 사망하였는데 얼마 후 국세청은 퇴직금을 너무 많이 줬다면서 손금부인을 한 후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회사는 정관에서 정한 대로 주주총회를 열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임원의 퇴직금액을 결정하였는데 무슨 문제냐면서 항변을 해봤지만 세무공무원은 어쩔 수 없이 과세할 수밖에 없다며 불복을 하라고 정중히 말했다고 한다. 임원퇴직금 규정이 있어도 추상적이라는 애매한 단어를 써가면서 이를 믿지 않고, 주주총회의사록을 제출해도 임의로 언제든지 작성 가능하다는 이유로 주주총회 존재 자체를 부인해버린다.
결국 근거는 심증이다. 그걸 자유심증이라고 포장한다. 물론 대표이사가 회사 이익을 자신의 호주머니로 집어넣기 위해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이용하는 사례가 있긴 하다. 퇴직 직전에 급여를 급격히 인상하고 퇴직금 지급규정을 부랴부랴 만들어 과대한 퇴직금을 지급해버리는 경우다. 그렇다고 이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 고액의 퇴직금이 지급되었더라도 절차에 따라 지급했고, 그동안 회사에 공헌한 대가라면 인정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선 고액이면 일단 의심을 한다. 제출한 증거를 믿지 않으려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함에도 원님재판 하듯이 두리뭉실하게 믿을 수 없다고 해버려도 직을 유지하는데 전혀 상관없다. 특히 세법도 법이냐면서 세법을 도외시했던 시절에 살던 사람들이 공부는 안하고 권위만 내세우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