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수험생의 뼈저린 눈물
수험생활을 돌이켜보건대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잠이라고 말하고 싶다. 적게 자고 많이 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잘 자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잠을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만 있다면 불면증이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경험으로 보건대 아침에 무거운 몸으로 힘들게 일어나는 것보다 제시간에 잠을 들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것이 수험생에게 제일 짜증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밤중에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해서 올빼미처럼 밤낮을 바꿔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있긴 하였지만 그들이 꼭 그렇게 할 것을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처럼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즉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는 것이다.
나의 경우 대체로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났다. 절에 좀 있어본 경험 때문에 그게 습관이 되었는데 사람의 신체리듬과 맞는 것 같다. 밤 10시면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와 누워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약 100일 정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머리가 시원해 본 적이 없었고 특히 새벽에 책을 보면 글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고 생생하게 기억되었다. 쏙쏙 머리에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집에 돌아오는 시간도 감안하면 잠자는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12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고 또 느낌상 아침 9시를 넘겨서 일어나면 기운이 축 늘어지는 기분인데다 머리가 맑은 상태인 오전 공부를 조금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아침 5~ 6시에 일어나서 7시부터 12시까지 공부한다고 하면 오전에만 5시간을 공부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공부한다 할 때 4시간, 저녁 먹고 7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한다하면 3시간을 공부하게 되므로 하루 전체 12시간을 공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마시는 기분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다 느껴봤을 것이다.
나와는 전혀 다르게 공부했던 예를 소개하면 현재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는 분으로서 외무고시에 여러 번 실패한 분이 있다. 그가 공부하는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새벽 5시까지 공부하고 정오 12시에 일어났다. 이러기를 1년 동안 하였다. 문제는 시험전날 이었다. 그날은 빨리 자야 했다. 다음날 오전 8시 까지 시험장에 입실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빨리 자려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자, 할 수 없이 수면제 2알을 먹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하는 수없이 새벽에 시험장으로 떠났다. 시험장에 도착하여 교실로 걸어가면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고 한다. 결국 그는 떨어졌다.
위와 같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인 경우에는 시험일에 맞춰 자신의 수면패턴을 다시 반대로 돌려놔야 하는 작업을 꼭 해줘야 한다. 생각하건대 아무리 못해도 시험일로부터 1주일 이전에는 꼭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되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그 작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위 수험생의 예처럼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하루아침에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나의 경우 수면관리의 핵심을 잠을 설치지 않는 것에 두었다.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자신도 모르게 몸이 서서히 지쳐가므로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어도 이리저리 설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대단한 스트레스이다. 따라서 잠자기 1시간 전에 될 수 있으면 책을 덮고 잠자기 직전까지는 책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로 낮에 쉬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가볍게 산책을 즐기면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려고 하였다.
그리고 저녁 먹은 후 잠자기 전까지 커피나 담배 등을 하지 않았고 밤 9시가 넘으면 음식을 먹지 않았다. 이러한 것들은 깊은 잠을 자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체질적으로 별로 간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아무리 공부가 잘되어도 잠을 거의 안자고 밤을 새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날 하루 공부하고 말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무리단계에서는 의욕을 한 템포 줄이려고 노력했다. 몸이 피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잡담하는 시간에 꼭 낮잠을 자려고 하였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當5洛이란 말은 잘못된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1년 이상을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한 달이 지나면 수면박탈 현상이 나타나 뇌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상태에서는 책을 봐도 눈으로만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수면관리가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이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시험이 다가올수록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늘어나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쉽고, 남은 기간 동안 학습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짜다보면 자칫 수면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유감없는 실력발휘를 위해서는 수면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서 시험 날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