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의 5년] 21 금지금사건 검찰중간수사발표 뒷이야기
오늘 검찰수사를 받고 있던 기무사령관이 투신자살을 했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볼때마다 왜 사람들이 검찰만 들어갔다오면 자살을 할까 의문을 가져본다. 피의자로 갔다 온 대기업 임원의 말로는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표현을 했다. 고시 밖에 한 게 없는 이들이 갑자기 3급이라는 직위를 가지게 되면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법대로라는 잣대를 갖다대면 다 고개 안 숙이는 이 없다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5년 전 겨울 지인이 운영하던 태국 파타야 어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어느 날 티업을 나가기 전에 사장이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한국에서 검사라는 사람이 혼자 왔는데 같이 칠 수 있냐고. 검사라는 말을 나에게 했다고 하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하였다. 그렇게 해서 같이 플레이를 하였는데 그는 30대로 보였다. 물론 자기 이름도 말하지 않고 아무런 소개를 하지 않았다. 단지 몸이아파서 1년 휴직했다가 다시 복직하기 직전이라고만 하였다. 그런데 골프매너가 더럽기 한이 없었다. 어프로치 실수를 여러번 하면 그 홀을 포기해버리고 자기 혼자 다음 홀로 가버렸다. 벙커에서도 여러번 시도해서 탈출을 못하면 또 그렇게 하였다. 맘 같아서는 한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진짜 검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만일 검사가 맞다면 속으로 저 놈에게 걸린 피의자는 얼마나 힘들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국세청 재직시에도 어느 직원이 말했다. 동료 직원 한명을 지적하면서 “저 사람에게 조사당하는 납세자는 불쌍하다.”고 표현했다. 납세자를 한없이 증오하였고, 게다가 자신은 실력이 엄청 좋아서 납세자들을 많이 잡았다고 자랑하였다. 그 역시 매너가 더러워서 나에게 결재를 하면서 사건철을 내 책상에다 툭 던지곤 하였다. 내가 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지딴엔 군기잡는다 생각했을 것이다. 대부분 성격들이 강하면 그런 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은 또다른 6급 직원은 같이 술먹다가도 술이 취하면 주사를 부렸는데 나보고 무릎 꿇으라고도 하였다. 그는 그런 게 습이었다고 한다. 조사 나가면 회장이나 사장이 자기를 대하는데 일개 어린 과장 밑에 있자니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조사를 당한 납세자들은 내가 볼땐 초죽음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멍멍 하라면 멍멍해주고 히히잉 하라면 히이힝 해줬다. 그게 내 자존심을 자극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무 쉽게 무릎을 꿇어줬다. 그들은 결국 1년 정도 지나면 다 나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때 과장님에게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그럴 때는 사람이 참 신선한 느낌이 든다. 양심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미안함을 다 가지는 것 같다. 국세청에 들어가 1년 반 정도는 인기가 좋았던 것 같다. “아! 그러세요.” “아! 그렇군요”라고만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깡치같은 직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한 것은 “이것은 왜 그래요?” “이게 맞나요?” “근거가 뭡니까?”라는 질문을 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은 내가 언젠가 자기들 목을 쥐어틀 사람으로 인식했다고 나를 계속 경계했다고 한다. 간부가 조직을 돌리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조직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간부가 따지면 밉상보여 직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좋은 일은 아니다. 소문은 직원들이 내기 때문이다. 조사나 수사 그리고 감사를 하는 이들이 성격이 대체로 강하다. 강하지 않으면 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조직에서 순하면 좋은 보직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더 강해보이려고 허세작렬하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것도 공직에 있을 때나 통하는 이야기다. 세상은 어차피 혼자가는 길이다. 염라대왕 앞에 갈 때는 그런 공직경험이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짐이 되면 되었지. 견제를 받지 않으면 사정기관 사람들은 안하무인 되기 싶다. 정의를 본인들이 구현하는 걸로 생각하기 쉽다. 젊은 시절 잘 나가는 이들은 풍상을 겪을 기회가 없다보니 겸손해지기 힘들다. 인성은 풍상의 세월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06.12.12. 검찰은 금지금사건에 대하여 중간수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하였다.
바로 그 날 아침 일찍 당시 형사4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그와 약속했던 것이 있었다. 수사협조를 해주되 그 결과에 대해선 국세청과 같이 기자회견을 하자는 거였다. 물론 그는 흔쾌히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태도였다. 그걸 믿고 열심히 금지금팀이 협력을 해줬다. 지금은 국회에 있는 당시 평검사였던 이는 금지금팀 직원에게 호통을 치면서 자료 가지고 오라고 고압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일해주고 뺨 맞는 기분이었다. 직원들은 검찰에다 협조해주지 말자고 하는 분위기였고 나는 그들을 달래야만 했었다. 형사4부장에게 전화해서 이를 문제삼았다. 그도 달리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지말라고 말을 할테니 그래도 협조해서 같이 일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검찰이 이래서 문제다. 스스로 일을 할 수 없으면서도 일을 도와주는 어느 기관의 직원들에게도 함부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게 고시만 하다가 갑자기 벼슬이 높아진 이들의 공통적인 행태다. 그것도 포승줄 묶여진 사람들만 대하다 보니 마치 구름위에서 둥둥 떠있는 착각에 빠져버린다. 공직 안에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예리한 칼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스스로 칼에 베일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검찰시보 하던 때 당시 부장검사님도 항상 강조하였다. 강용권 부장검사님이었는데 그분은 현직에서 돌아가셨다. 그분이 항상 말씀하시는 게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후배들을 위해 글을 적고 책도 내셨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군자로 문제가 없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그것이 발전해 잔인한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그의 길에 기대어 웃고 울다’ 중 ‘공직자의 자세와 직업윤리’에서 소동파의 답안을 인용하며)
정의는 개인의 인성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마음의 점 하나로부터 온 우주가 만들어진다. 인성이 되지 않으면서 정의를 찾는 이들 중에 돈을 좋아하는 이들을 공직생활 중 많이 봤다. 승진에 집착하는 이들이 더더욱 그렇다.
형사4부장과의 약속을 서울청장에게도 보고했고 다들 그렇게 공동기자회견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전화내용이 못한다는 거였다. 공동기자회견을 검찰 윗분들이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공동기자회견을 국세청과 검찰이 했던 적이 있었던 사례를 가져와라”고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내 볼맨 소리에 대한 대답이었다. 황당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서울청장실에서 검찰 전화를 받기 전에 전화가 왔었다. 내용인즉 검찰측 기자회견에 내가 참석하지 말라는 거였다. 당연히 공동기자회견을 할 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이 생뚱맞게 들렸는데 비로소 검찰 전화를 받고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완전히 뭐를 주고도 털리는 느낌이었다. 약속을 이렇게 여반장같이 뒤집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의아할 뿐이다. 검찰 스스로 수사를 해서 이렇게 좋은 자기들 표현대로 하자면 단군 유사이래도 이렇게 좋은 사건이 없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자리에 국세청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자신들은 수사한 것밖에 없었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검찰에선 지금도 금지금 수사팀이었다면 훈장다는 식으로 대우받는 것 같다. 당시 금지금 수사팀들은 다들 승진을 했던 것 같다. 부장검사는 검사장으로, 부부장 검사는 부장검사로, 평검사는 부부장검사로 게다가 좋은 보직으로 인사이동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있다. 그 반면 나나 금지금팀은 닭쫓던 개 신세가 돼버렸다. 국세청 위신이 팍 떨어져버렸다. 그전만 해도 검찰 수사팀 간부들과 서울청장 및 간부들과 같이 자리를 여러 번하였다. 그때마다 폭탄주가 15잔이 기본이었던 같았다. 당시 서울청장은 당뇨가 있는데도 조직을 위해 그렇게 술자리를 마다않고 자리를 같이하였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팽 당하는 느낌을 받았으니 그분이 다행히 인격자였기 때문에 별 내색하지 않으셨을 뿐이다. 금지금팀은 오히려 역적이 된 심정이었다. 검찰수사로 금지금으로 장난 친 세력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었다.
그래도 금지금 사건이 뭐다는 것에 대한 여론 환기는 성공하였다. 단지 공치사 문제가 있어서 모양새가 안 좋았을 뿐이다. 당시 금지금 사건 일지 중 일부다. 검찰수사를 유도하는 전략에는 성공한 셈이다.
□ 금지금 TEAM의 금지금 사건 3단계 대응 전략
【 1단계 】: 검찰청의 수사 유도 및 여론 환기 전략
국세청 금지금 TEAM만으로는 금지금 사건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최고의 수사기관인 검찰청과 금지금 사건의 핵심자료인 수·출입 통관자료 등을 담당하는 관세청의 참여를 유도
【 2단계 】: 승소 가능한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
계류 중인 금지금 소송사건의 대응 순위를 정하여 승소 가능성이 높은 재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후 순위 사건은 재판 기간을 연장
【 3단계 】: 국세청 내부에 관련 조사기법 전수 전략
금지금 사건의 개요 및 관련업체들에 대한 조사기법 전파 및 교육
□ ’04. 1. 1. ~ ’07. 2.
금지금 TEAM의 1단계 전략 추진 실적
가. 검찰청의 관심 유발 필요성
금지금 최초 형사 사건인 (주)LG상사 등이 ’01. 5. 25. 무혐의로 종결되었고, 국세청에서 금지금 불법거래를 주도한 혐의로 고발한 사건(19명)에 대하여도 ’05. 12. 15.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형사 무죄 판결이 있었음
⇒ 형사소송에서 무죄 판결이나 무혐의 처분이 있다면 금지금 TEAM이 어떠한 노력을 한다 해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움
나. 검찰청의 관심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
금지금 TEAM은 ’05. 2. 3. 서울고검 이상도 송무부장 검사 및 중앙지검 형사4부장 이홍희 검사 방문을 시작으로, 금지금 사건에 관련된 21명의 검사들(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방문 설명)을 직접 방문하여 부가가치세의 개념부터 금지금 업자들이 사용하는 고도의 조세포탈 수법까지 상세히 설명
※ 금지금 TEAM이 금지금 사건에 대하여 방문 설명한 검사
·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 검사 : 이상도, 박윤환, 박영렬
공판부장 검사 : 김영한
담당 검사 : 정현태 외 7명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4부장 검사 : 이홍희, 조성욱
담당 검사 : 고경희 외 4명
· 의정부지방검찰청 : 정성윤 부장검사
· 서울서부지방검찰청 : 박승환 공판검사
다. 금지금 TEAM을 대신한 검찰청의 대외보고와 언론 발표
금지금 TEAM이 제공한 금지금 TEAM의 축적된 자료들과 조사 노하우(KNOW-HOW) 등을 근거로 하여
1) 서울고등검찰청 박영렬 송무부장 검사는 “수입금지금 변칙거래를 이용한 조세포탈 사건 종합대책 및 성과 발표”의 보고서를 대검찰청·법무부에 대면보고 하였고, 법무부장관이 이를 ’06. 10. 4.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님께 보고하였음
2)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 조성욱부장 검사는 ’06. 12. 12. “금지금 변칙거래 이용 부가세 탈세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하였음
3) 서울고등검찰청 김주현 공익법무관은 2006년 소송자료집(제10집)에 “금지금 관련 부가가치세 소송에 대한 소고”를 발표하였음
라. 금지금 TEAM의 1단계 추진 실적 종합
검찰청의 관심을 유도하여 금지금 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도출하였고, 언론 및 각종 매체에 이를 발표하게 하여 금지금 불법거래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여론은 결국, 계류 중인 금지금 소송사건은 물론 향후 예정된 조사나 조세소송 등에도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