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행은 2005년 한때 게임장을 운영했다. 사행성 사업이 돈이 되기 때문에 빚을 내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한 바다이야기 등 잘나가는 게임기만 갖다놓으면 돈 버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소문 때문에 동네마다 바다이야기 게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박사행도 처음에는 다른 업주들처럼 잘나갔다. 게임기 95대를 설치했는데 게임기 한 대당 하루에 1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니 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게 되었다. 문화관광부 허가를 받아서 적법하게 게임장을 운영했는데도 사회문제가 된다고 난리들을 치는 바람에 일이 틀어져버렸다. 그 당시 게임장을 하는 업주들은 거의 대부분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왕창 두들겨 맞았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다.
게임장 업주들은 분명 부가가치세를 적법하게 신고 납부해오고 있었다. 바다이야기 게임장 사업을 시작하면서 게임장 협회나 세무법인에게 세금관계를 물어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박사행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을 하기 전에 조세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이 어떻게 됩니까?”
사업을 망할 수도 있게 하는 것이 부가가치세이다보니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게임시 경품으로 제공하는 상품권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게임기에 돈을 투입한 금액이 10,000원이고 업주가 경품으로 제공한 상품권의 구입가액이 9,600원이면 나머지 400원만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됩니다. 그것이 게임기 이용제공 용역의 대가입니다.”
“그러면 400원의 10%인 40원만 부가가치세로 내면 되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전문가는 확신에 찬 대답을 시원스럽게 해주었다. 다행이었다. 10,000원의 10%인 1,000원을 부가가치세로 낸다면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박사행은 조세전문가가 가르쳐준 방법으로 2005년 제2기 및 2006년 제1기 부가가치세를 각각 확정신고한 후 납부했다. 다른 게임장 업주들도 동일하게 했다. 사업은 번창했다.
상품권 가액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공제 안 돼
그런데 2005년 말경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자 언론 등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눈만 뜨면 TV나 신문에서는 바다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행심이 있다보니 조금만 이것을 자극하면 쉽게 중독이 돼버린다. 결국 돈이 떨어져야만 그만두는데 없으면 빌려서라도 하게 된다. 그래서 사행사업이 돈을 버는 것이다. 결국 국세청이 칼을 들고 나섰다. 그동안 상품권 제공 게임장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가 2006년 1월경 비로소 게임장 이용자의 게임기 투입금액에서 경품으로 나간 상품권 가액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게임장 업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1회 게임기 투입금액이 10,000원이라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10,000원이고 따라서 부가가치세 1,000원을 납부하라는 말이었다. 그동안 덜 낸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납부하라고 하니 이건 사업이 망할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국세청은 검찰에 조세포탈죄로 고발까지 해버렸다. 게임기별로 매출액을 기재하는 일일정산표를 작성하지 않고, 문화관광부 고시(제2005-9호)에 의해 작성·보관하게 되어 있는 경품구매대장을 폐기한 후 마치 매출이 적거나 없었던 것처럼 조작
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2005년 제2기 및 2006년 제1기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는 이유였다. 박사행은 당황했다.
‘아니 누가 안 내려고 해서 안 냈는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상품권 구입대가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임장 협회와 전문가의 말만믿었을 뿐인데 ………….’
게임장 협회는 조세전문가에게 물어봤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박사행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협회가 나서서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게임장 업주들이 마냥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불복을 했다. 게임이용자가 투입한 현금 총액에서 박사행이 게임이용자에게 지
급한 상품권의 가액을 차감해야 함에도, 이를 차감하지 않은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은 재산권보장 및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업주들마다 모두 개별적으로 불복하다보니 그 건수만 해도 수백건이 넘었다. 국세청도 중요성을 알고 적극 대처했다. 다행히 광주 쪽에서 첫 번째 승소판결이 나왔다. 그러자 서울에 있는 게임장 업주들은 분위기가 고무되었다. 모두 이길 줄 알았다. 그러나 서울은 달랐다. 1심부터 져버렸다. 굴지의 법무법인을 선임했
음에도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을 치열하게 펼쳤다. 파상공세 식으로 각 사건마다 연합해서 논리를 전개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대법원은 국세청 손을 들어주었다.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던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조세포탈죄가 성립되느냐 여부가 더 중요했다. 실형을 받으면 꼼짝없이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돈은 잃어버린다 치더라도 몸이 우선 자유로워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야속하게도 1심, 2심 법원은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사회적으로 워낙 문제가 컸던 사건이어서 그런지 어려운 싸움을 하는 느낌이었다. 박사행은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해봤다. 그런데 다행히도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무죄판결을 선
고했다. 게임장의 게임기 투입총액에서 경품으로 제공한 상품권 총구입가
액을 공제한 금액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이 되는 매출액으로 보고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를 한 이상 조세포탈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교도소에갈 뻔했다.
‘그런데 도대체 세금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요?’
정말 이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