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리되 좁혀라
벌리되 좁혀라 수험생은 1년 농사꾼이다. 그 이유는 ① 농사기간이 1년 단위이듯이 시험도 1년 단위로 있는 것이 보통이다. ② 농부에게는 씨를 뿌려야 할 때와 추수를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수험생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때가 있다. 즉 공부를 벌리는 때와 정리해야 할 때가 있다. ‘개구리 올챙이시절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본능은 앞만 보려하지 뒤는 잘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수험생도 마찬가지이다. 시험일은 다가오는데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정리는 하지 않고 계속 진도만 나아가고 있다면 막상 시험장에 정리를 다 하지 못한 채 들어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그동안 열심히 했던 것이 헛고생으로 될 수 있다. 2차 시험을 처음 봤을 때 이런 실수를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열심히 공부한 덕에 사방으로 공부를 벌려만 놓았지 각 과목에 대한 체계를 확실히 잡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어도 그 심각성을 모르고 앞으로만 계속 진도를 나갔다. 그리고 시험 직전에 닥쳐서야 부랴부랴 마무리를 하다 보니 제대로 정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공부했던 것의 30%이상은 누수(漏水)되었던 것 같았다. 그 해 시험에 떨어진 후 가슴속에 떠오른 해가 있었다. 그 모습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둥근 해와는 달리 〈다이아몬드형〉 이었다. #사진 참조 다이아몬드 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사각형의 도형 안에서 각각 중간이 되는 점을 연결하면 그려질 것이다. 중간 윗부분의 각 점을 연결하면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모양이 심하게 찌그러지지 않는 점을 찾아서 그려본다. 그 점들의 의미는 마무리로 들어가야 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양이 보기 싫을 정도이면 마무리기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정사각형의 테두리를 시험기간이라고 생각해 보자. 밑면이 시험공부의 출발점이고 윗면이 시험 당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도형의 하단부분이 의미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공부하는 양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때는 이 책 저 책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도형 상단부 즉 꺾어지는 시점부터는 그 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머리는 잊어먹는데 선수이기 때문에 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으면 머리에 잠깐 들어왔다가도 이내 나가버린다. 따라서 일정기간은 계속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나가되 일정시점 이후부터는 그동안 했던 것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만 계속 추구하기만 하면 결국 시험문제를 받아보고는 “분명히 보긴 봤는데 생각이 잘 안 난다”라고 말하는 문제가 많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제일 힘든 것이 더 벌리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욕심대로 벌려서는 안 된다. 그동안 했던 공부로도 충분히 그 과목이 요구하는 바를 잡아낼 수 있다. 이때 정리를 하지 않고 책을 계속 보는 것은 짊어지고 가야할 지게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짐을 싣는 것이 된다.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험당일 얼마만큼 칼끝을 예리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실력발휘가 좌우된다. 그렇다면 정리하는 단계로 꺾어지는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 최소한 시험일로부터 3개월 전부터는 정리단계로 전환해야 한다. 왜냐하면 3개월 정도가 기억력이 유지되는 한계이기도 하고, 이때부터는 심리적으로 시험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됨으로써 초조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것이 훨씬 더 합격을 위해서 경제적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시간이 남았을 때는 막 벌리려고만 하듯이, 젊었을 때는 잘되고 싶은 마음에 앞만 보고 살기 마련이다. 그러다 좁히는 시점을 놓쳐 미처 정리하지 못하면 초조하고 불안해지듯이, 인생도 마지막에 정리를 못하면 삶이 참 허무하고 허탈할 것이다. 어느 누가 죽음을 앞두고까지 잘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겠는가. 이제 가을이다. 자연에도 가을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분명 가을이 있을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는 만큼 내 마음도 더 익어졌으면 한다. (값진실패 소중한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