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
우리의 본능 중의 하나가 집착하는 것이다. 수험생의 경우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잠자기 직전까지도 잘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그 다음날부터 리듬을 잃어버리고 며칠을 헤매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내일이 있는 줄 모르고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게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보니 그래서 인간의 희로애락(喜怒愛樂)도 그 원인은 집착에 있다고 하였던가. 그게 강하다보면 분명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내 코가 석 자’이다보니 남의 마음 아픈지 안 아픈지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여유도 없다. 공부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현실은 경쟁이 아닌가. 경쟁에서 밀리면 나락의 늪으로 떨어진다. 내 인생을 어느 누가 보살펴 준단 말인가. 내가 잘되어야지 남이 잘 된다해서 별 소용없어’ 맞는 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그 말이 실감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서로들 생활에 쫓겨 살다보니 우선 내가 잘 돼야 하고 또 돈이 최고다. 돈을 못 벌면 무능한 것이고 잘 벌면 유능한 것이다. 돈에는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벌든 어느 누가 그 내막을 알 것인가. 참 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는 많다. 그중에는 온몸의 기운이 머리로만 다 쏠려있어 머리로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되 양심에 걸림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남을 어떻게든 자기 유리하게 유혹해서 이용하려 든다. 살다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런 사람들에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아마 내 마음에 틈이 생기는 순간 그들은 순식간에 내 옆에 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머리써가면서 돈을 벌려고 해봤자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이다. 사람으로부터 원성만 사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가 명분이라지만 누가 그렇게 살라고 구속시킨 사람이 있는가. 본인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지. 대법관을 지내신 분이 있었다. 그분은 사람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것이 본관이었다. 성이 ‘고’ 이면 “어디 고 씨냐?, 몇 대손이냐?” 등 이런 것을 물어보셨다. 그 이유는 사람은 이름 석 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죽을 때 이름 석 자밖에 남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사람 참 아까운 사람이었는데’와 ‘그 새끼 잘 죽었어’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죽음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역사 드라마를 보면 서로 죽이고 죽이는 전쟁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 당시는 전쟁이 역사의 필연이었고 생존이었다 해도, 내 손으로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병사 개인들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정당화할 수 있는가. 가끔씩 TV에서 전쟁터에 갔다 온 퇴역군인들이 옛날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내용을 볼 수 있다. 몇 백 년, 몇 천 년 전의 사람들로부터 오늘날 지금의 사람들까지 모두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고, 손도 비비고 아부도 해야 하고….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그러나 누가 대신 할 수 없는 것이 자기 인생 아닌가. 세세생생(世世生生)을 살아오고 있는 가운데 인연 따라 사람으로 태어나서 인연 따라 생존해 가는 것인데, 난초의 잎처럼 피고 또 지고 또 피는 이치를 모르고 피려고만 하다가는 결국 남는 것은 회한과 아쉬움, 허물뿐이라면 얼마나 허무한 삶인가. 이와 같이 우리 인생도 죽음으로부터 거꾸로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를 하다보면 이런 이치를 느낄 수밖에 없다. 즉 역으로 계산해야 한다. 시험당일 시험장소에서 문제지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힌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아는 것만으로는 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글은 가슴으로 쓰는 것이다. 머리와 손은 따로 떨어져 있지만 가슴과 팔이 왜 붙어있을까?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1.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없다. 2.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고 3. 남에게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받을 때 이를 소중하게 고마워할 줄 아는 따뜻한 가슴과 4. 목이 마른 이에게 냉수 한 그릇 주듯이 가시 돋친 말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책속에 있는 내용들이 결코 눈으로만 봐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절절이 느껴지면서 제도나 이론이 형성되기까지의 역사속의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이러면 다 되는 거다. 역사의 숨결을 알게 되면 나머지는 술술 나오게 된다. 이럴 정도가 되면 이젠 공부가 힘들지 않게 된다. 합격할 때가 된 것이다. 머리를 쥐어짤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짜증이 날 필요도 없고 적게 먹는다 해서 기운이 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을 받기까지는 어느 순간 강한 정진력(精進力)을 바탕으로 한다. 용맹정진(勇猛精進)이나 가행정진(加行精進)을 한번정도는 해야 실력이 확 오르게 되면서 이러한 느낌도 받게 되는 것이다. 정진력이 없으면 코일을 팽팽히 감을 수 없고, 그러면 파워가 부족하게 된다. 그리고 ‘감다 풀다’를 반복하면 느낌이 올 듯 말듯 하다가 때를 놓치게 된다. 그러면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