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있고 배우자가 있고 재산도 많이 가지고 있고.
근데 만족을 못한다.
만족은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상담을 해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자식들이 맘에 안 들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시원찮으면 더 그렇다.
재산을 모으고자 평생 근면 검소하고 살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허탈하다.
자식들 하는 짓을 보면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특히 사위가 미우면 더 그렇다.
재산은 부동산이 거의 전부다.
땅과 건물 가격이 많이 올라 지금은 수십억이 되었다.
배우자가 공동으로 소유하자면서 지분을 달라고 하도 조르기에
부동산은 공유로 해놨다.
예금은 약간 있다.
나이는 이제 70이 곧 넘어선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라고 물어본다.
어제 국세청에 같이 근무했던 분이 찾아오셨다.
정년퇴직 후 2년 동안 5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하루에 한 권씩.
그가 말한 책 중에 하나가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이다.
한마디로 유한마담이다.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각종 여가(Leisure)를 즐기는 사회계층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유한계급과 생산계급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부모 재산으로 사는 이들과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살 수 있는 이들로 양분되어 있다고 한다.
유한계급은 부의 세습과정을 통해 대를 이어 우월한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려고 한다.
가계도를 그리고 생가를 증축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자식들에 대해 애착을 많이 가지는 듯 하다.
우리 자식은 효자야.
저 같아도 효자하겠네요. 재산 물려받아야 하니까.
이렇게 말하곤 하지만
대를 이어 가문을 잇고자 하는 것도 본능인 것 같다.
그러나 자식들이 효자가 아니라면 고민이 된다.
돈을 많이 쓰세요.
그게 상책입니다.
쓰고 남으면 자식들이 다 알아서 합니다.
그래야겠네요.
도움이 되셨습니까?
네.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