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들의 재산은닉 방법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문제점)
사해행위 취소소송사건을 분석해 본적이 있었다.
연도별 전체 소(訴) 제기 중 소가(訴價) 1억 원 미만 소송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고액사건보다 소액사건이 많다는 증거다. 그것은 사해행위취소소송에 걸리는 사람들이 고액체납자보다 소액체납자가 훨씬 많다는 의미이다. 한편, 1억 원 미만 사건의 패소율보다 3억 원 이상 사건의 패소율이 훨씬 높았다.
이와 같은 통계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미리미리 명의신탁 등의 방법으로 교묘히 재산을 미리 빼돌려버린 악의의 체납자들보다는 재산보유상태가 단순하고 재산의 발견이 용이한 어떻게 보면 영악하지 못한 영세사업자들이나 순박한 소시민들에게는 아주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여 원물반환을 받게 되면 관할세무서장은 즉시 압류를 한 후 공매의뢰를 하는 게 다반사이다. 그 목적물인 부동산이 체납자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인지, 또는 세금 몇 백만 원이 체납되어 13평 보금자리가 상실되는 처지가 불쌍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규정대로 체납처분절차를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그 주택이 공매되면 가족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되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실제 많다.
또 다른 통계를 예로 들어본다.
사해행위취소소송 사건의 경우 사해행위를 한 것으로 취급되는 피고가 대리인 없이 본인 소송하는 경우가 거의 태반을 차지한다. 이는 변호사를 선임할만한 재력이 없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경우 변호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뚜렷하게 소송결과가 달라진다.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이 본인소송을 하는 경우보다 피고 승소율이 2배 이상 높게 나온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에 있어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해의사 즉 악의가 피고에게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되므로 피고가 선의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사해행위라는 개념도 모르는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선의를 입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대법원은, 조세체납처분의 목적은 국가적 강제에 의하여 체납된 조세를 징수하는 것에 불과할 뿐 체납자의 재산권을 상실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에선 재산권을 상실시키는 경우로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본다.
88세 노모와 아들만 살고 있는 아파트를 아들이 사업이 망하자 유일한 재산인 위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서 노모를 임차인으로 하여 보증금 8,0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었는바, 8,000만원을 노모에게 증여하였다 하여 그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고 소송능력이 전혀 없는 노모를 상대로 해서 8,000만원을 반환하라는 가액배상 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소장은 분명 송달되었는데 답변서가 제출되지 않아 무변론으로 국가승소 하였다. 그리고 판결문도 공시송달 되었다. 아들은 행방이 불분명했다. 노모는 그 판결의 효과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그렇더라도 관할세무서장은 위 보증금채권을 즉시 압류해야 한다. 그리고 임대차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채권추심을 하여 보증금을 회수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노모는 어디 갈데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이 주택인 경우가 문제이다. 규정대로 하다보면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되는 곤궁한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500만 원짜리 무허가주택도 사해행위라면 소를 제기하여 찾아와야 한다. 공부상에 체납자 명의로 소유된 재산은 압류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감사에 지적된다. 그러나 규정대로 체납처분절차 즉 원물반환된 주택에 압류를 한 후 공매의뢰를 하여 매각한다 하더라도, 낙찰률이 매각예정가의 7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여 보면 사해행위취소에 의하여 실질 세수로 들어오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그에 비하여 규정대로 집행한 결과는 당사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그것이 국세징수법의 목적에 부합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의 경우라면 굳이 공매를 하는 것보다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체납처분을 해도 조세채권이 일실되지 않을 것이다. 국세징수법 제85조의 2(체납처분의 유예) 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그런 식으로 법원이 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