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물납이 힘들어진 이유가 있다.
우연히 판사출신 어느 변호사가 물납에 대해 글을 썼기에 읽어봤다. 비상장주식은 세정실무에서는 거의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상속세령 제74조 제1항 내용을 인용하였지만 왜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국세청에서 재직하고 있던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비상장주식은 어렵지 않게 물납이 가능했다.
2003년 어느 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당시 문권주 조사관이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자산관리공사는 감사원에서 피감기관이었는데 예전 성업공사가 외환위기로 자산관리공사로 확대된 곳이었다. 당시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공매하고 들어온 돈을 국고에 넣지 않고 직원이 횡령해버리는 경우를 감사원이 잡아내기도 하였다. 감사원을 나왔을 때 동창을 통해 만난 사람이 자산관리공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하면서 등기부에 있는 제한물권은 다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사서 이를 되파는 과정에서 자산관리공사의 공매를 이용하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세무공무원이 자산관리공사를 거론하기에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쫑끗 열렸다. 내용인즉 비상장주식 물납이 문제라는 거였다. 그 즉시 감사기운이 발동하여 비상장주식을 물납한 자료를 챙기고 그 중에서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된 자료를 비교대사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를 해본 경험으로 보면 건이 되는 것은 흥분이 된다. 그 경우가 그랬다.
결국 자료를 수집해서 문 조사관이 분석을 해봤다. 그랬더니 이건 대동강 물 팔아먹듯이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거였다. 한마디로 100억의 상속세로 비상장주식을 물납해놓고 이를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60억에 다시 산다면 40억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별 어려운 게 없다. 비상장주식은 환가성이 부족해서 공매를 해도 누가 사지를 않는다. 그러니 수의계약으로 싸게 다시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를 윗분에게 보고하니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깜짝 놀라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비상장주식 물납을 이용하여 다시 사는 이런 방법은 아무나 아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문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공매로 받은 60억을 시가로 인정받아 그 가액으로 증여를 해버리는 것이다. 100억짜리가 60억이 되니까 40억이나 이익을 보는 것이다. 그 가액으로 1000억을 하면 400억이 이익을 보게 된다. 당시 상증세령 49조 제1항 제3호에는 특수관계자인 자식들이 공매를 통해 다시 물납주식을 사도 공매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게끔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감사원에 설명을 해줬다. 마침 자산관리공사를 담당하는 과에 친한 이들이 있었다. 결국 감사원은 2004년 12월 29일 감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하였다. “비상장주식 물납으로 913억 세금 탈루”감사원 ‘변칙 상속.증여 과세실태’ 감사결과라는 기사제목들이 모든 언론매체에 도배되었다. 후배 감사관이 TV에 나와 감사설명을 하는 모습을 시청하기도 했다. 그 이후 당시 과장님에게 국세청도 챙겨주시라니까요 라는 식으로 말을 건네자 “너희만 했냐 우리도 했지”라고 말씀을 하였다. 그때 느꼈다. 공치사는 나눠서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당시 문조사관이 처음에는 기재부로 물납의 문제점을 책으로 엮어 제도개선안을 올렸다.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말이 자기들도 알고 있다는 회신만 딸랑 왔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들켰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알았지? 하고 놀랬을 것이다. 자산관리공사 공매를 이용하는 수법은 아무나 아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 감사원에서 100조가 넘는 공적자금운영실태 감사를 해볼 때 도대체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아했다. 돈은 하늘로 솟구치는 것도 아니고 땅으로 꺼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수조원의 부실채권도 이런 방법으로 공매를 통해 금융기관의 돈을 빌려 갚지 못한 부실채권자들의 꼬붕이나 심복들이 다시 샀기 때문에 그만큼 차액이 공중에 붕 떠버린 것 아닌가 싶었다.
뭐든지 이렇다. 일한 사람 따로 공치사 하는 사람 따로. 아직도 내가 그린 도표를 자기 홈페이지에 띄워서 마치 자기 지식인양 하는 회사가 계속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만 하는 이들은 맹할 수밖에 없다. 실력이 부족하면 채가는 하이에나 같은 기술이라도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은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 참조http://(https://blog.naver.com/lawyergo/220649117333)
甲의 남편은 A회사를 운영하였다. A회사는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비상장회사 발행유가증권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지 않은 회사를 말한다.
이다. 남편은 많은 재산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상속재산가액만 해도 534억원이나 되었다. 그 많은 재산은 배우자인 甲과 자녀들에게 공동상속되었고, 상속세로 200억원을 부과받았다. 甲은 고민하였다.
상속세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답이 나왔다. 요점은 비상장주식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거였다. 甲은 상속세 200억원 가운데 35억원만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165억원은 A회사의 주식으로 물납(物納) 하였다.
국세청은 물납받은 주식을 기획재정부로 넘겼고, 기획재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을 의뢰하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최저매각예정가액을 84억원으로 정하여 공매절차를 개시하였는데 입찰참가자가 없어 4번이나 공매가 유찰되었다. 제4회 입찰공고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그 회 입찰에서 매각되지 아니한 주식은 최저매각예정가격(68억원) 이상으로 다음 공매 공고 전일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함을 명시하였다.
비상장주식은 유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누가 사려고 하지 않는다. 유찰이 한 번씩 될 때마다 매각예정가액이 떨어지고 네 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隨意契約) 매매․대차(貸借)․도급(都給) 등을 계약할 때 경매(競賣)․입찰(入札)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는 계약으로 변경될 수 있다. 甲은 바로 이 점을 노렸다.
결국 甲은 계획대로 당시 20세와 18세이던 손자 2명이 물납한 주식 전부를 수의계약에 의하여 68억원에 취득할 수 있었다. 이는 시가보다 무려 주당 359만원이나 싼 가격이다. 물납할 당시 1주당 가액은 612만원이었으나, 공매 당시 손자들이 매수한 가격은 1주당 253만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주식 소유권이 할아버지에서 아들로(상속), 아들에서 손자(물납주식 매수)로 넘어가면서 165억원의 상속세액에 해당하는 물납주식 중 68억원의 상속세액에 해당하는 물납주식을 다시 집안사람들인 손자가 취득한 셈이 되었고, 이는 아들에서 손자로 넘어가면 필연코 낼 수밖에 없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국가로부터 적법하게 면제받은 셈이 되었다. 손자들은 97억원(165억원-68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아무런 세금 부담 없이 취득한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 절약된 상속세액 : 165억원 - 68억원 = 97억원
甲의 절세전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甲은 공매가액이 3개월간 해당 주식의 시가로 인정된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하였다. 공매가액은 주당 253만원이었다. 만일 공매가 없었다면 A회사 주식의 시가는 주당 612만원에 달했다.
이참에 甲이 보유하고 있던 A회사 나머지 주식(70억원)을 장남과 차남에게 증여하였다. 공매가액으로 계산하면 증여재산가액은 29억원에 불과하였다. 무려 41억원이나 되는 재산이 한 푼의 증여세 없이 그대로 아들에게 증여된 셈이다. 이게 다 물납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상속을 할 때 일단 상속세를 상속재산으로 물납한 후 공매를 통하여 다시 매수하는 구도를 이용하면 물납이 없는 통상적인 증여의 경우와 비교해 상당한 액수의 증여세를 절세할 수 있게 된다. 비상장주식이 좋은 이유는 공매를 해도 유찰이 잘 되기 때문에 일가친척이 쉽게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같으면 매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가친척이 다시 취득한다는 보장이 없다.
甲은 2000년 8월에 물납을 하였고, 손자들이 수의계약으로 매수한 시점이 2001년 7월이므로 9개월만에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떠오른다.
‘너무 쉽죠~잉’
상속인들은 비상장주식 물납제도를 이용함으로써 상속세 97억원과 증여세 15억원(이익을 본 증여재산가액 41억원에 해당되는 증여세)의 이익을 보았다. 결국 甲의 일가족이 합법적으로 회피한 세금은 상속세 97억원과 증여세 15억원, 합계 112억원이다.
결국 감사원까지 나서서 위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게 되자 기획재정부는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었다.
2004. 1. 1.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3호에 물납한 재산을 증여자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공매받은 경우 당해 공매가액은 ‘시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서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공매받은 경우에는 공매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문제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위와 같이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하는 경우 만일 상속세 부과처분이 불복절차에서 취소되면 현금으로 반환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위 사례의 경우 상속인들에게 현금으로 165억원을 반환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손자들은 165억원으로 평가된 물납주식을 97억원이나 이미 싼 값에 취득한 데다가 상속인들은 현금으로 165억원이나 따로 챙기니 甲 일가는 상속으로 오히려 돈을 더 버는 셈이 된다.
그래서 또다시 2006. 12. 31. 국세기본법 제51조의 2(물납재산의 환급) 제1항을 개정하여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현금으로 반환해주지 않고 당해 물납재산으로 환급해 주도록 하였지만 이는 별 효용이 없는 규정이다. 당해 물납재산이 남아 있어야 비로소 위 규정이 적용되는데 상속재산이 물납되면 대체로 몇 개월 안에 매각되기 때문에 위 규정을 적용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제51조의 2【물납재산의 환급】
① 납세자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 「소득세법」 제112조의 2, 「법인세법」 제65조 또는 「종합부동산세법」 제19조에 따라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 법인세 또는 종합부동산세를 물납(物納)한 후 그 부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거나 감액하는 경정 결정에 따라 환급하는 경우에는 해당 물납재산으로 환급하여야 한다. 다만, 그 물납재산이 매각되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51조를 준용한다.
② 제1항 본문에 따라 환급하는 경우에는 제52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물납재산의 환급 순서, 물납재산의 수납 시부터 환급 시까지의 관리비용 부담 주체 등 물납재산의 환급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세청에서 근무할 때 문권주(당시 7급) 반장이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당시 재정경제부에 정책건의를 하였다. 책으로 한 권 정도 분량으로 비상장주식 물납의 문제점과 제도개선안을 제안하였다.
그런데 당시 재정경제부로부터 온 회신은 의아하였다. 자기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상을 주든지 아니면 제안이 별 쓸모 없다든지 답을 하지는 않고 단지 그런 식으로 대응하였다.
필자 역시 감사원에서 자산관리공사를 피감기관으로 공적자금운영실태 감사를 해본 적이 있던 터라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자 노력하였다.
조 단위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당시 자산관리공사의 공매를 통하여 물납된 비상장주식의 공매와 똑같은 방법으로 결국 부실채무자에게 매각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렇다면 공적자금으로 부실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를 오게 한 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와 150조가 넘는 공적자금이 다 회수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하고 항상 뭔가 의문이 있었는데 국세청에 와서 이 사건을 접하면서 그 의문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많은 수조원의 국가돈이 새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이런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굴일까 의문이 들었다. 뭔가 비밀스러운 세력들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결국 감사원의 도움으로 이 사건의 행태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기까지 오게끔 일한 직원은 정작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 하다못해 수고했다는 말 조차 없었다.
감사원 감사가 있고 난 후 재정경제부는 다음 해인가 세법을 개정하였다.
이러니 사심없이 일하는 사람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밥상 차린 후에 숟가락 놓는 재주좋은 사람만 마치 자기 사건인양 공치사를 한다. 그 때도 그랬다.
이런 일들이 그 이후 큰 사건 때마다 여러 번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