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egye.com/newsView/20141125004484
“뇌물은 ‘기타소득’…되돌려주면 소득세 부과 못한다.” 얼마 전 신문기사 제목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뇌물이나 알선수재로 받은 금품을 과세기간 이후 반환했더라도 추후 이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조세심판원이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내막을 살펴보았다.
갑은 어느 마을의 골프장건설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리조트와 마을 간에 합의를 할 때 협력기금을 우리 측에서 제시하는 금액으로 낮춰주고 주민의 각종 민원을 차단해 주십시오”라는 골프장 측의 제안을 받았다. 갑은 제안을 승낙한 후 겉으로는 마을을 위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골프장 측의 요구대로 일을 해주고 돈을 받았다. 결국 문제가 불거져 갑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고, 배임수재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법원으로부터 받은 돈 전액을 추징당하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 골프장 측으로부터 받은 돈 전액을 반환해줬다.
그런데 2년 후 국세청은 갑에게 뇌물로 받은 이익은 기타소득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갑은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위법소득을 반환했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갑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결정하고 과세처분이 위법이므로 이를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과세할 당시 이미 위법소득이 반환됐으므로 배임수재와 관련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소득은 없다는 이유였다.
한편 을은 뇌물로 받은 돈을 3년이 지나서 반환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을은 2002년에 2000만원, 2003년에 4000만원 합계 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결국 을은 뇌물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2006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국세청은 이 판결에 따른 과세자료가 통보되자 2010년 을에게 2900만원을 과세했다. 그러자 을은 2005년에 뇌물을 반환했다고 주장하면서 과세가 잘못됐다며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2002년에 받은 뇌물은 제척기간 7년이 지나 과세했으므로 2000만원만 소득금액에서 차감해줘야 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과세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서는 “이 사건에서 을이 뇌물수수로 인한 소득에 대해 2003년도 종합소득세 성립시기인 2003년 12월 31일이 끝나는 때까지 귀속자에게 환원조치를 취했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봐 현실로 그 소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유하고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소득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을이 2005년에 이르러 환원조치를 했다면, 일단 성립한 소득세 납세의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을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듯 동일한 쟁점인데도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소송제기를 하면 과세가 정당하게 되는 반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면 과세가 위법하게 된다. 이는 모순이다. 이렇게 법리가 춤추면 안 된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