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검찰에 소환되었다. “이 전 청장은 국가정보원의 전직 대통령 뒷조사 공작을 도운 대가로 대북공작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종흡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 간부들이 10억원대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풍문성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음해 공작에 사용하는데 협조했다는 것이다.”(뉴시스 기사 인용)
일단 이 기사만 보면 도대체 왜 국정원이 스스로 추적을 하지 못하고 국세청을 이용하려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자금추적은 결국 국세청 소관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반면에 국세청은 그런 권한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세무조사를 위해서만이다. 국세기본법에 의하면 세무조사는 일정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비자금을 추적하고 싶어도 세무조사 요건에 해당하는 명백한 혐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근데 국정원 스스로 근거없는 것으로 종결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국세청이 나서서 자금추적을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세무조사 요건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자료수집을 했다면 이는 직권남용이다. 이에 관련된 세무공무원들 모두가 국세기본법 위반이다. 조세권력을 남용한 것이다. 위에서 시켜서 했다는 말 자체가 이유가 없다.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모르고 알고간에 범죄는 성립한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4에 의하면 세무조사권 남용금지라는 제목으로 조사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규정되어 있다.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제1항). 세무공무원은 세무조사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장부등의 제출을 요구하여야 하며, 조사대상 세목 및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과 관련 없는 장부등의 제출을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제3항). 누구든지 세무공무원으로 하여금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4항).
가재가 게편이라는 말이 있다. 공직들끼리는 협조해 주는 경향이 있다. 좋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융통성이다. 규정을 내세우고 따지면 또라이 취급한다. 어느 권력자도 국세청을 동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만큼 유용하다. 자금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고, 상대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식으로 샅샅이 훝어 보기 딱 좋은 곳이다. 세무조사라는 미명 하에. 그러나 세무조사는 함부로 남용하면 안 된다. 이런 경험이 역사적으로 많기 때문에 함부로 조사권을 남용하지 마라고 법에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상 이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기도 하다. 전쟁나가는데 창과 칼을 다 빼앗아버리면 어떻게 전쟁하냐는 볼맨 소리를 해댄다.
안원구 전 대구청장이 CBS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업이 (끼어) 있거나 해외 자금 흐름을 보는 게 국정원 차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래서 이 부분이 국세청을 동원해서 아마 봐야 됐을 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추정했다. 이어 “보통 일반적으로 정당한 일이면 (국세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면 다 해 주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근데 그도 국세기본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정당한 일이라면 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자금추적을 하려면 세무조사요건에 해당되어야 한다. 부정기세무조사의 경우 명백한 조세탈루혐의가 필요하다. 국정원이 공문을 보낸다해서 자금추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납세자의 개인 정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제3자에게 줘도 되는 규정은 없다. 그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행정공무원뿐만 아니라 검사나 판사나 의외로 이에 대해 둔감하다. 법리를 따져 위법여부를 명확히 해줘야 하는 사법공무원들마저 가재는 게편이다는 식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것을 꺼려한다. 이러니 나라가 여인네 한명에 놀아날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되면 법치국가가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법치국가가 아니다. 앞으로도 시키면 시키는대로 따지지 않고 할 것이다. 규정대로 사심없이 법을 집행해야 법치국가다. 누구를 조진다는 신바람으로 공권력을 함부로 쓰는 공직자들이 태반이다. 공권력이 자기 것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들이 충성서약을 통해 고위간부가 되고 자기들끼리 뭉치고 끼리끼리 편을 만들어 국민이 아니라 물주에게 충성한 면목들을 낱낱이 보고 있다.
국세청을 이용하여 국정원이 조사권을 남용토록 했다면 이는 심각한 국기문란을 범하는 것이다. 만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돈을 받고 했다면 이는 국기문란이다. 검찰수사결과가 그렇게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책제안 : 공권력 행사를 남용하면 평생 옥살이를 하게 하고 벌금을 필수적으로 병과하여 재산을 거덜내게 하는 식으로 법을 만들어 집행해야 함부로 공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고 갑질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 권력자들도 함부로 국세청을 이용하면 안 된다.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게 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