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사기당하고 과세당하고)
http://www.segye.com/newsView/20140715005161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하셨다. “이 절은 반드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 절은 할머니가 창건한 절이었다. 주지는 손자 갑이었다. 갑은 창건주인 할머니 유지를 받들어 할머니 명의 부동산을 그 사찰 명의로 소유권이전을 하였다. 갑의 누이는 갑을 견제하기 위하여 사찰재산을 처분 시에는 이사회 전원의 동의를 얻도록 결의한 후 자신이 그 절의 이사로 취임하였다. 4년이 지나 그녀는 미국인과 혼인하여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주지인 동생 갑에게 절을 잘 보전 유지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런데 몇 년 후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갑이 사찰재산을 사찰 명의에서 자기 개인 명의로 소유권이전을 바꾸고 은행에 담보제공한 후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동생을 꾸짖었다. “할머니의 유지를 어긴 나쁜 놈!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사찰재산으로 만들어 놓아라.” 갑이 변명하였다. “사기 당했어요.” 당시 갑은 1억 원의 채무가 있었고,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절 운영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이 좋지 않아 사찰 일에 신경 쓰는 게 힘들었다. 그럴 즈음에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20년 만에 만났다. 그가 갑을 동정하듯이 말했다. “내가 달마다 300만원씩 생활비로 대주겠다. 대신 사찰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주라. 내가 운영하는 스포츠용품 판매사업을 확장하는데 사용하고 2년 후에는 원리금을 다 상환하여 담보를 해제하게끔 해주겠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면 개인 명의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는 알아서 처리하겠으니 우선 너의 명의로 해놓자.”
갑이 생각해본 결과 갑 입장에선 손해날 일이 아니었다. 친구의 감언이설에 속은 갑은 총회승인 없이 임의로 서류를 위조하여 사찰 명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이후 친구는 상호신용금고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아 1억 원은 자신이 가져가고 나머지 1억 원은 갑에게 주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수입하던 스포츠용품에 대하여 세관에서 문제가 생겨 급하게 1억 원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빌려갔다. 담보만 제공해주고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 그 후 친구는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여 담보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게 하였다. 갑이 항의하자 친구는 “모은행 지점장을 잘 알고 있으니 우선 당좌계정을 네 명의로 개설해서 수표를 발행해 우선 경매를 막고 그 수표는 내가 사업해가면서 결제를 하겠다.”고 오히려 갑을 꼬드겨 그의 명의로 11억4000만원의 당좌수표를 발행하여 부도냄으로써 결국 갑은 수표 한 장 사용해본 사실 없이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징역 10월의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었다. 갑은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하여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하였다. 그러자 친구는 항소심에서 감형 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그의 친구를 내세워 갑에게 위로금 약정 각서까지 작성해주면서 형사합의를 하였다. 그러나 갑은 또 속았다. 그들은 재산이 전혀 없는 자들이었다. 이일로 인해 갑은 사찰소속신도회에 의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하고 민사소송까지 당하였다. 그러나 그의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갑에게 증여세가 과세되었다. 원래 사찰 재산이었으나 갑 개인 명의로 등기이전 되었으므로 증여라는 이유였다. 갑은 “억울합니다.”라고 항변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하면 불복하세요.”였다. 이래서 돈이 움직이는 법률행위를 할 때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