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골프 입스는 골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골프가 참 어렵다. 인생이 묘하고 수수께끼 같듯이 골프도 그런 것 같다. 최근에 만났던 KPGA 시드 프로인 이준석 프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 11년 전인 21살에 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면서 1부투어에 데뷔할 때만 해도 장래가 촉망받았는데 의외로 슬럼프를 빨리 겪었다고 한다.
용품 후원을 받았으나 피팅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 걸 모르고 채에 맞춰 치다가 조금씩 안 맞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주자 슬럼프가 왔다고 했다. 기대치가 높은 데 성적이 안 좋으니 패닉상태가 되었다. 그때는 뒤로 빠져서 자신을 살펴봤어야 하는데 욕심대로 시드를 포기하지 않고 막무가내로하다 보니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반복하면서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입스가 왔다.
입스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모든 입스는 잘못된 테크닉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자기가 해오던 것에 뭔가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원인을 빨리 찾아서 고치면 되는데 입스가 더 커지는 이유는 부담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다. 시드 프로인데 많은 사람 앞에서 실수를 하고 ‘그런 볼 나도 치겠다’는 말을 들으면 입스가 재발한다는 것이다.
“입스는 딱 서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 두려움 밖에 없어요. 공도 안 보여요.”
연습 때는 너무 잘 돼도 시합 때는 안 된다.
“특정 느낌이 와요. 긴장감이 들어왔을 때 ‘안 맞을 것 같다’ 딱 느낌이 와요.”
긴장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긴장을 하면 당연히 실수를 하는데 문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뇌에서 반응을 해서 근육이 뜨끔뜨끔해진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헤드가 확 열리거나 확 닫히게 돼서 입스가 무섭다는 것이다. 결국 은퇴하게 된다. 설령 입스를 극복해서 우승해도 깨끗이 완치는 안 된다.
항상 불안하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절대 안 지어지더라구요.”
“입스가 왔던 때는 아무리 넓은 페어웨이를 가도 페어웨이가 안 보여요. 절대 페어웨이로 못 쳐요. 페어웨이로 치면 이상한 거에요.”
그는 입스는 암이라고 표현하였다.
그가 입스에 걸렸을 때 생긴 병이 불면증, 대인기피증과 항상 신경이 날카로웠다고 한다. 입스는 자신을 꾸준히 봐왔던 사람이 원인을 찾아내기가 더 쉽다. 그의 입스의 시발점은 어드레스였다. 어드레스가 망가져 있었다.
원인을 알면서 TPI 등 전문가를 찾아가 필요한 근육을 단련시키고 자세를 훈련하였다.
그가 가르쳐준 꼬리뼈를 중심으로 엉덩이를 말아넣고 어드레스를 취한 후 스윙을 하니 확실히 몸이 분리가 되지 않았다.
못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감이 없기때문에 잘치는 사람들에 한해서 입스가 온다고 한다.
그리고 입스는 사람 성격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털털한 사람에게는 잘 안 오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완벽주의자에게 잘 온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프로치를 하는데 뒷땅을 치더라도 ‘에이 뭐야’라고 해버리면 안 온다.
골프는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오히려 퇴보하기 시작한다.
“저의 문제는 한 샷도 미스샷을 치기 싫어했다는 겁니다.”
그의 말을 들을 수록 골프나 인생이 똑 같아 보였다.
초조와 불안은 없는 데 자기가 만들어 낸다.
100점 만점을 맞으려고 공부하면 힘이 들어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단지 남보다 한 문제만 더 맞으면 수석합격인데도 이렇게 상대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실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더 적게 하느냐이다.
입스가 오면 일단 쉬어야 한다고 한다.
놔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는 정직하기때문에 잘못된 샷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알고자 이 사람 저 사람 다 찾아다녀봤는데 다 다른 말을 하였다.
도무지 공통점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백스윙, 어떤 사람은 다운스윙, 어떤 사람은 밸런스 등 다 다른 관점에서 말을 하니까 더 헷갈렸다.
골프는 절대 혼자하면 안 된다는 반대에도 혼자하면서 뒤로 돌아가 제일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하다 보니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인생이 꽉 막혀 있었을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처방으로 들렸다.
입스는 부담감보다 불안감이 클 때 온다.
부담감은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인데 입스의 원인이 되는 불안감은 계속되는 실패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이게 내 인생이 걸렸다 생각하면 불안감이다.
골프는 잘 될 때는 최대한 즐겨야 되고 안 될 때는 그냥 놓으면 된다고 강조하였다.
입스의 원인은 모두 테크닉에서 오고 골프는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나면 슬라이스가 나는 원인만 알면 된다.
지금와서 보니
성적에 쫓길 필요가 없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지금 자신은 한창 선수로 뛰고 있는데 그때 잘나가던 선수들 중 많은 이들이 은퇴하였다.
오히려 남들보다 입스를 빨리 겪은 자신이 선수생명이 더 길었다.
누구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데 단지 일찍 내리막길을 걸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어려운 일을 겪다보니 인생에서도 그것보다도 더 힘들 게 살겠나 자신이 생겼다. “나를 인정함으로써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결국은 골프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골프에서도 경쟁으로부터의 해방감이 결국 초조, 불안감을 벗어나는 길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될 때는 자신감이 상승하지만 잘 안 될 때는 자신감이 하락하기 마련이고,
일이 바쁠 때는 모르던 외롭고 적적함이 일 없을 때는 몰려오고,
건강할 때는 시비를 따지던 자신감도 건강 잃고 나면 무의미 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네 인생도 생노병사고 있고 희노애락이 반복되기 때문에 인생 살면서 입스를 겪지 않을 사람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남은 우리 인생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몽베르 CC에서 2019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열린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