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특징이 있다. 급하다는 거다. 그리고 인맥의 힘이 크다. 눈 감아 달라고 하려면 그 필요성이 크다. 검찰을 상대로 그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요즘 적나라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내놔야 한다. 당연한 것도 당연하다고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어야 할 것이다.
조세범은 거물들을 구치소로 보내는 수사기관의 단골메뉴다보니 일반 사업자들이야 얼마든지 걸고 넘어질 수 있는 카드다.
어찌보면 법이라는 게 이현령 비현령이다.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렇다. 미리 각본을 짜놓고 그 틀에 맞춰서 편하게 수사하고 싶어하는 게 수사공무원의 심리다보니
틀에 벗어나게 진술하면 성질내고 윽박지르다가 달래고 온탕 냉탕을 반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체로 판검사 출신들은 경찰수사때 변호사로서 입회를 하지 않는다. 젊은 변호사를 보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경찰수사 단계부터 일관성있는 진술을 하고 방어를 하기 위해선 법리에 따라 할말은 하고 낚시바늘에 유인되는 진술은 하지 않아야 한다.
뭐라하면 수사관에게 따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법리를 알아야 한다.
특히 조세범의 경우 세법지식도 알아야 하지만 흐름도 알아야 한다. 길목이 어딘지를 잘 알고 있어야 피의자를 방어해줄 수 있다.
거는 사람 입장에선 나쁜 놈이라고 싸잡아서 기소하고 싶기때문에 항상 근거가 되는 진술을 받아내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억울함을 하나라도 들어주고 자신 스스로가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런 수사공무원만 있으면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진작 받았을 것이다.
조세범으로 국세청으로부터 고발을 받으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하고, 실형은 실형대로 선고되면 집행유예가 아닌 이상 교도소를 가야하고, 게다가 벌금까지 병과되면 힘든 나날이 예정되어 있다.
벌금을 못내면 노역장유치를 해야 하고 도망가면 지명수배가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근데 이 모든 게 세금으로부터 시작된다. 과세처분이 억울하면 모든 게 억울함의 연속이다. 따라서 과세처분 자체가 억울하지 않아야 하고
고발되더라도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니 세금으로 고발된 사건을 형사사건이라 하지 않고 조세형사 사건이라 하고 이에 대한 법리를 적어놓은 게 조세형사법이다.
조세형사법에 대한 책을 가장 먼저 적은 사람이 안대희 전 대법관이었다.
국세청 재직 시 어느 부장검사를 만났더니 대뜸 하는 말이 조세형사법을 적어달라는 거였다. “우리들은 세법을 잘 모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조세법서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적은 게 조세형사법이었다.
각 세목별 세법을 다 적으니 저절로 국세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이 국세기본법 원고가 있어야만 적을 수 있는 게 조세형사법이다.
조세범처벌법이라고 해봐야 조문이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 조문 해설이야 형사분야 전문가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법을 해설하고 설명하고 체계를 잡아주고 이해를 하게 해서 개념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것은 국세기본법이 없으면 안 된다.
지금 유투브 영상을 보면 국세기본법 강좌가 왜 그리 많은지 깜짝 놀란다.
2008년 국세기본법을 사례연구로 출간할 당시만 해도 국세기본법 자체에 대한 아무런 책자가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가끔씩 국세청 직원들로부터 전화가 온다. 직무교육을 받는데 “과장님이 만든 도표를 자기 것인양 말하는 걸 보고 웃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책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베껴서 자기 것으로 하려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렇더라도 처음 책을 냈던 순수한 동기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세정현실에 법리의 강물이 도도히 흐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