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는 형제간의 우애도 없다
형이 동생 명의로 대출을 받다
甲의 형은 아버지 재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3억 원을 빌렸다. 사업자금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잘되기 바랐다. 그래도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甲의 형은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甲의 형은 다급했다. 회사가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갔다.
형은 甲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야 내 명의로는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분명 되는데 말이다. 그러니 네 명의로 대출 좀 해주라. 이번 한번 형 좀 살려주는 셈치고 도와주라. 그러면 네 은혜 평생 잊지 않고 갚을게.”
형이 사정하니 동생인 甲은 난처하였다. 들어주자니 찝찝하고 안 들어주자니 원수 될 것 같고….
“형! 이번 한번만이야.”
“그래그래, 분명 이번 한번만 해줘. 더 이상 너에게 부탁하지 않을게.”
어차피 받지 못할 돈이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고 해주기로 하였다.
은행에 甲이 직접 가서 甲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해 주고 5억 원을 대출받아 형에게 건네주었다. 죽을 인상을 쓰던 형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아이고, 이제 살았다. 동생아! 진짜 고맙다.”
甲의 형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사람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2년 후 甲의 형은 아버지 재산 일부를 담보로 잡히고 은행에서 2억 원을 또 대출받았다. 甲 명의로 빌린 대출금을 아직 갚지 않은 상태였다.
아버지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모른 체 하였다. 괜히 싸움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심근경색이었다.
아버지는 병원에 실려 간 후 그대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허망하였다.
‘아버지 저 세상에서나마 이제 편히 쉬세요.’
아버지는 죽음을 예견하셨는지 甲 명의로 빌린 대출금을 은행에 가서 대신 갚아주셨다. 아버지는 형제들이 돈 때문에 서로 싸우지 말기를 바라셨던 것 같았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甲의 형제들은 상속재산을 가지고 서로 싸우지는 않았다. 상속세 과세가액을 25억 원으로 하여 상속세를 4억 원이나 납부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
– 생전증여재산의 상속재산 가산
그런데 6년이 지난 어느 날,
甲에게 세무서로부터 고지서가 한 장 날아 왔다.
증여세 고지서였다.
1억 4,000만원이나 되었다.
며칠 후 상속세 고지서까지 또 날아 왔다.
‘무슨 이런 일이?’
신고대리한 전문가를 찾아갔다.
“아니, 어떻게 상속세 신고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전문가는 그 이유를 알아본다고 하였다.
알아본즉, 아버지가 甲 명의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것은 증여이므로 증여세를 고지함과 동시에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왜 그게 상속재산이 될 수 있죠? ”
甲은 전문가에게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가 말했다.
“세법은 상속재산을 미리 처분하는 등으로 상속세를 줄이는 편법을 못 쓰도록 세법에다 아예 여러 장치를 해 놓았습니다. 상증세법 제13조 제1항은 상속개시일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과 상속개시일전 5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을 상속재산의 가액에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甲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속은 상속이고 증여는 증여 아닙니까? 별개로 취급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전문가는 말했다.
“상속세는 상속으로 인하여 상속인들이 취득하는 재산에 대하여 과세하고 증여세는 증여건별로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은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에 대하여 재산가액이 클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상속세의 부과대상이 될 재산을 사망 전에 미리 증여의 형태로 이전하여 상속재산을 분산한다면 이를 일시에 상속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부당하게 상속세의 부담을 회피할 우려가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전 일정한 기간 내에 증여한 재산의 가액을 상속재산에 가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생전증여를 상속인에게 한 경우는 사망하기 10년 이내, 상속인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한 경우는 사망하기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재산 가액에 포함됩니다. 다만 증여세 상당액은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해줍니다.“
甲은 다시 물었다.
“나는 증여를 받은 적이 없어요.”
전문가가 말했다.
“문제는 대출 원리금을 타인이 변제한 경우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이 경우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에 대출금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은 증여에 해당되어 그 가액을 상속재산의 가액에다 합하는 게 맞습니다.”
–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러나 甲은 증여세 과세처분만큼은 수긍을 할 수 없었다.
甲은 일단 불복을 하였다. 과세처분을 송달받은 후 90일 이내에 불복을 해야 한다고 하기에 서둘러서 하였다. 실제로 대출받은 돈은 甲의 형이 썼지 甲이 쓴 것이 아니다. 甲의 형이 단지 甲 명의로 은행에서 빌렸을 뿐이다. 따라서 아버지가 대출금을 갚아준 것은 결국 甲의 형이 진 빚을 대신 갚아준 것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甲의 형에게 증여한 것이다.
그래서 甲은 형에게 증여세를 내라고 하였다.
그러나 甲의 형은 거부하였다.
이 때문에 甲의 형제는 서로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다.
아버지가 그토록 염원하던 형제간의 우애를 지킬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소송결과가 나왔다.
甲이 직접 은행에 가서 서명날인하고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이상 비록 돈은 甲의 형이 썼지만 그 채무자는 분명 甲이 맞는다는 이유로 패소하고 말았다.
형이 동일인에 대출한도제한 등으로 인해 자신의 명의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동생에게 부탁하여 동생을 주채무자로 한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을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동생이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금전소비대차약정서에 주채무자로서 서명 날인하였다면 동생은 자신이 당해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 되고, 형으로 하여금 자신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형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에 대하여 대출원리금을 변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동생이 되므로 이는 소비자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형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 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 까지도 형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망인이 이를 대신 변제함으로써 위 의무를 면하는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자 또한 동생이라 할 것이어서 망인이 대출금채무를 변제한 것은 동생에 대한 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니 옛말이 틀리지 않다.
‘형제끼리도 돈 거래는 하면 안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