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가 죄가 된 대한민국…215억 기부자에 225억 세금 폭탄
이라는 제목의 이웃 블로그 글을 읽었다.
오늘자 언론에는
“215억 기부’ 증여세 논란 … 이번엔 납부연대책임 다툼, 전 재산 기부했더니 세금 폭탄, 이럴 줄 알았으면 기부 안 했어.”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도배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한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기사들 중 틀린 부분들이 있어 수정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가 남의 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나 역시 신문칼럼으로 그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다.
칼럼 제목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했는데 세금 폭탄이 …” 이다.
먼저 세금액수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업가 갑은 지난 24일 수원세무서로부터 증여세 120억 원에 가산금 100억 원을 포함한 세금 225억 원을 장학재단이 내지 않고 있으니, 재단 설립자인 갑이 연대납세의무자로서 세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는 기사 내용 중 세금 액수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갑은 자신이 설립한 장학재단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A회사 주식 70% 중 60%를,
갑의 6촌 동생이 보유하고 있는 A회사 주식 30% 전부를, 합계 주식가액 180억 3,144만원을 출연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장학재단이 A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여 출연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증여세 140여억 원(가산세 40여억 원을 포함)을 부과하였다. 이게 2008년 9월 당시 과세처분 된 세액이고, 지금은 그 세액에 대한 이자 성격인 가산금이 붙어 세액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225억 원이라 함은 가산세가 아닌 가산금이 붙은 금액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왜 2015년 11월 24일에 와서야 갑에게 증여세 225억 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가 나왔느냐 하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법에는 증여세의 연대납세의무자로서 증여자도 납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세처분 당시가 아닌 지금에서야 하는 이유는 기부가 죄가 되냐는 여론의 눈치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 이유는 징수의 실효성 때문이다. 225억 원의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 갑에게도 납세의무를 부과하여 그의 재산도 압류 등의 보존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게 세금의 냉정한 현실이기 때문에 세무공무원은 세법에 따라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안 하면 감사에 걸릴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가졋을 지도 모른다.
장학재단은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에선 장학재단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2심에선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1년 8월 19일에 2심 판결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역산하면 벌써 4년 3개월이 지나도록 대법원이 아무런 판단을 하고 있지 않는 셈이다. 대법원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반증이다. 2심 처럼 기부를 한 게 죄가 된다면 갑의 하소연처럼 “기부를 안 했더라면 나는 이런 욕도 보지 않고 여전히 부자로 남아있었을 텐데’라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는 갑을 동정하는 여론의 반감을 살 것이고, 그러자니 세법은 엄격해석원칙인데 함부로 세법 규정에 정한대로 판단하지 않고 합목적적 해석을 한다면 이는 세법의 원칙을 저버리는 위법한 판결이 되기 때문이다.
의결권 있는 회사 주식 5% 이상을 초과해서 공익법인이 소유하지 말라고 세법에 규정된 이유는 예전에 재벌들이나 부자들이 장학재단이나 공익법인 등을 설립하여 자기 회사 주식을 출연하여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제고하고 실질은 공익법인을 지주회사 삼아 계열회사들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폐단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맘으로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 세금을 감면해주고자 했던 원래의 세법 취지가 변질됨에 따라 세법을 고쳐서 5% 이상 초과하여서 보유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사정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더라도 5% 이상 주식을 출연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멋모르고 거의 다 기부해버리니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갑의 기부를 선하게 보면 한없이 좋은 마음으로 기부했을 것이라고 보겠지만 삐딱하게 보면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스스로 이사장이 되어 계속 연임하고 있다는 것은 순수한 의도로만 보기에는 어렵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래저래 대법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법은 이렇게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세법의 부지는 용서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선한 사람이 세법을 모르고 기부하는 것에도 세금을 몇 백억 원을 부과하는 반면에 어떤 기업은 명의만 분할인 위장분할을 해놓고도 마치 적격분할인 것처럼 몇 천 억원의 조세혜택을 보고 있다.
세법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하면 세법에 걸리고 세법을 알고 짜고 하면 세법을 피하고 이게 세정현실이다.
사심없이 일할 줄 알아야 세법이 공평하게 적용된다. 이제 이 세상은 조세형평의 원칙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거악은 봐도 안 본 척 눈길을 피해버리려 하고 만만한 사람에게만 눈빛을 집중한다면 어느 누가 세정을 신뢰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