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본금 3억 원인 법인을 운영하면서 입찰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자본금이 30억 원으로 증자한 후 주식을 아들에게 배정하였다. 그러나 법인은 수주하지 못했고, 아버지는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당시 신림동 고시원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고시생이었는데 지금은 시험을 포기하고 조그만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근데 지금 와서 세무서장은 수년 전의 일로 아들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증여세를 과세한 후 아버지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다.
아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의 처지로서는 4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내기는 벅차다. 취득경위를 소명하라기에 아버지는 아들 명의를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주금납입도 자신이 했다고 통장까지 보여줬다.
아들도 같이 들어가 당시 고시생 처지라는 점을 소명하였다. 근데 세무당국은 그때는 알았다고 해놓고 결국은 과세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단 과세를 하면 감사에 걸리지 않지만, 과세를 하지 않으면 봐줬다고 괜히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월급도 압류당한 마당에 평생 벌어서 4억 원을 낼 수 있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결혼을 약속한 여자와도 헤어졌다. 어떻게든 세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조세 불복을 하여 명의도용 사실을 주장하였으나 조세심판원도 기각, 1심법원도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명의사용을 아들이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식 명의신탁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항시 안타까운 심정이다. 명의신탁이 아니라고 주장해봐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의 기각 일변도이다. 실무에선 대체로 명의신탁 사건은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을 돌린다. ‘네가 한번 입증해봐라.’라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대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다. 굳이 차명행위에 대해 세금을 과세하면서까지 제재해야 하는지가 항상 문제된다. 세무당국도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해봐야 이런 경우 징수 실익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세수 실익이 하나도 없으면서 젊은 청춘에게 체납자의 멍에를 주고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게 하는 게 과연 세법이 원했던 것인지 반문하지만, 차명주식이 너무 많아서 조세형평상 이를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세무당국의 반론이다. 근데 어떤 경우는 명의도용을 인정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거다. 사람이 하면 애매해져 용써야 한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차라리 인공지능에 판단을 맡겼으면 할 때가 많다.
세금전문 고성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