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서울지방국세청 법무과장으로 임명받아 2007년 12월 31일까지 5년을 한 자리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과 관할 세무서의 세무조사 건에 대한 모든 불복업무를 담당하였다. 불복업무 최전선에서 결재를 해본 결과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감사에 걸립니다.’였다. 세법대로 과세하지 않으면 당연히 과세처분을 취소해야 함에도 국고적으로 과세처분을 유지하려고 하는 게 직원들의 행태였다. 괜히 과세처분취소로 인용하는 의견을 내면 돈 받았나 의심을 사거나 감사에 시달린다고 하였다.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어 “집안 일이면 어떻게 할렵니까?”라고 되물으면 “집안 일이면 어떻게든 빼버리죠.”라고 자기 가족이라면 과세처분을 당연히 취소시켜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답변하곤 하였다. 100% 기각맨들이 하는 말이 ‘감사에 걸립니다’였다. 세무공무원이 세법을 모르면 일단 과세하고 본다. 과세하지 않은 것을 감사하지 과세한 것을 감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실과세든 뭐든 일단 과세하면 감사에 걸리지 않는다. 납세자는 ‘억울합니다.’라고 하소연 하면 불복하라고 공을 떠넘긴다. 그러면 법무과 불복담당자들은 억울함을 해소해줘야 하는 마음으로 사건을 대할까? 그렇지 않다. 일단 억울한 것 같아도 과세처분 취소 결정문을 쓰기 힘들다. 근거를 써줘야 하기 때문이다. 세법에 근거규정을 찾아서 왜 취소되어야 하는지 관련 결정문이나 선례들을 검색해서 적어줘야 하기 때문에 훈련받지 않은 이들은 하기 힘들다. 게다가 세무공무원은 과세만 하면 되지 구제하는 게 본분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한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이들이 불복업무를 맡으면 100% 기각 결론을 내리고 결재를 올리기에 100% 기각맨이라고 불렀다. 어느 직원에게 사건이 가면 일주일만에 과세처분 취소로 결재를 올리는 반면 어느 직원에게 사건이 가면 6개월이 지나도 묵혀놓곤 하였다. 사건운이라는 게 눈 밝은 직원에게 사건이 배정되어야 일단 구제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담당자 선에서 긍정으로 결재가 올라와야 과장도 사건을 긍정의 눈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고 심의위원회에서 위원들에게 취소되어야 하는 근거를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공무원들도 살기 힘든지 공무원직을 목숨같이 여기고 집착하려 하다 보니 감사만 안 걸리고 일단 과세하는 쪽으로 일단 과세하고 있다. 가재는 개편이기 때문에 설령 과세전적부심이나 불복청구를 하더라도 국고위주로 국세청 편을 드는 자칭 전문가라는 위원들이 많다. 뭐든지 국가편을 드는 것은 쉽다. 그대로 베껴쓰면 되고 조사청이 쓴 근거를 인용하면 된다. 좋은 말은 갖다 쓰면 되는 앵무새들이 오히려 대접받는 세상이기 때문에 뭐가 원칙인지 서로 알지 못하니 아무렇게나 말하면 된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어차피 원칙이 무너진 세상이다. 뭐가 원칙이고 뭐가 편법이고 요령인지 구별 못한다. 세법이 뭔지 일단 고민할 필요없이 대충 정황상 나쁜 놈으로 예단되면 과세는 정당하다는 풍조다. 세법이 필요없는 시대다. 법리가 강물이 되어 세상에 도도히 흐르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사례들을 묶어 각 세법별로 사례연구집을 출간했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때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다. 조사대리하는 대리인들치고 능력없는 대리인들 없고 그 대가로 많은 수임료가 오고가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인지 아니면 세무조사 공포마케팅으로 납세자를 겁박한 것인지 애매할 뿐이다. 세무공무원들은 요즘 더 주눅이 들어 돈이 통하지 않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