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금융기관입니다.”
“그네들이 어떻게 알고 우리나라에서 금지금 거래까지 개입했답니까?”
“글쎄요. 저희들도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일이네. 외국에 있는 그네들이 어떻게 이 구조를 알고 하지?’
금지금
2003년 서울지방국세청 법무과장으로 있을 때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금괴 또는 골드바를 금지금이라 한다. 이런 골드바를 가지고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오히려 국가로부터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아 수조 원 대의 이익을 챙긴 사건을 금지금 사건이라 한다. IMF때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을 하여 돌반지와 결혼반지, 가락지까지 내놓아 나라를 살려보려고 노력하는데, 한편에서는 그런 순수함을 이용하여 모아진 금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세력들이 있었다. 그 세력의 실체까지 접근하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법무과장으로 부임한 후 여러 소송사건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게 구매승인서였다. 바로 직전 감사원에 근무할 때 수출보험공사를 감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구매승인서로 장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매승인서는 간단히 말하면 수출을 장려하기 위하여 수출할 재화를 만들기 위하여 원자재를 구입하는 국내업체에게도 수출업체와 동일한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이다. 금융으로는 무역금융을 받을 수 있고 세금으로는 부가가치세를 전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매승인서가 돈이었다. 당시 하자 있는 구매승인서를 이용하여 무역금융의 혜택을 받고 도망쳐버리는 무역업체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허술한 구매승인서 제도 때문에 국가돈이 줄줄 새나갔다.
그런데 국세청에 와보니 거기서도 구매승인서가 문제된 사건들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금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 국세청은 맥쿼리인터내셔널리미티드(Macquarie International Limited) 서울지점이 국내업체에 금을 판매하면서 세금혜택(영세율)을 보고 있는 것을 부인하고 수십억 원의 세금을 과세하였다. 언젠가 한번 맥쿼리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만 한 채 그 뒤로 그 존재를 잊어먹고 있었다가 최근 다시 그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국가돈을 노리는 투기자본만 잘 관리해도…
“인천국철, 4조 아끼려다 20조 맥쿼리에 줘야할 판”, “수천억 챙겨간 맥쿼리, 세금은 0원” “’9호선 먹튀’ 맥쿼리가 챙긴 것과 남긴 것” 등등이다. ‘최소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줄여서 ‘MRG 조항’ 때문에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한 맥쿼리인프라라는 회사에게 약속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 차액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줬다고 한다. 민간기업에 왜 그런 혜택을 줬는지 비판을 받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 이지형 씨가 맥쿼리IMM 자산운영 대표였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하여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 그리고 법인세를 부과하라는 감사원 감사결과처분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현동 전 국세청장도 고발하였다. 최근 여야간 깜짝 합의로 이루어진 일명 부자증세로 더 거둬질 세수는 1년에 3200억 원 정도이다. 국가돈을 노리는 투기자본만 잘 관리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는 자신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