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전 국민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돈 많은 사람만이 내는 게 상속세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들을 서울 지방국세청에서 법무2과장으로 재직했던 5년 동안 거의 대부분 접해볼 수 잇는 복을 누렸다. 전국의 부자들은 서울에 살고 있고 서울 지방국세청이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불복이 있으면 내가 근무했던 법무과를 거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3~4년이 지나고 법리가 눈에 익을 무렵 상속세 사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공통점은 피상속인에게는 상속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자식들이 많다는 의미다. 상속인들이 18명인 경우도 보았다. 전처와 후처 두 명 사이의 자식들을 합한 숫자이다.
두번째 공통점은 상속인들끼리 서로 싸운다는 점이다.
특히 이복형제가 있으면 더욱 그랬다. 같은 형제들끼리도 싸우고 자식이 친어머니와도 싸운다. 형제간의 우애나 어른에 대한 공경도 없는 경우다. 그런판에 이복형제까지 있으면 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검찰고소까지 가면서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속재산을 빼돌렸다고 이유이다. 그러니 이복형제는 아버지 살아생전에 나타나지 않다가 아버지 죽으면 나타나는 게 어찌 보면 상책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이복형제가 있는 것을 알면 미리 상속재산을 빼돌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어머니 혼자 아버지 재산을 다 상속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탈세하였다고 탈세제보한 자식도 있었다.
가만히 보면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세사은 산 사람 위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돈도 죽은 사람이 쓰지 못하면 산 사람이 서로 가지려고 반목과 갈등을 겪게 된다.
세번째 공통점은 상속세 내는 집안치고 망자가 돈을 다 쓰고 죽은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돈을 모으는 것은 본능이지만 쓰는 것은 본능 이상의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직면해서는 대체로 장학사업과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나 기부자의 마음만 순수했지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최근 부산의 모 독지가가 대학교에 300억원이 넘는 많은 기금을 기부하였음에도 대학교는 기부용도와 다르게 임의로 전용한 채 기부금 사용내역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단지 약속한 기부금을 다 내라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피상속인이 기부의 범위에 대하여 정확한 유언을 해놓지 않으면 상속인들과 기부의 상대방이 서로 내 것이라고 싸우기도 한다.
돈이라는 것이 쓰기 위해 버는 것인지 모으기 위해 버는 것인지 분간을 하기가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평소 고민하지 않으면 막상 돈을 쓰고 싶어도 맘대로 되지 않는게 현실인 것 같다.
버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있다더니 혼신의 힘을 다하여 상속세를 낼 정도로 그 많은 재산을 모아놓고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다가 갑자기 병으로 죽어버리고, 게다가 자식들에게 힘이 되어줄줄 알았전 재산이 오히려 분쟁의 소지가 되었다면 하늘나라에서 이를 지켜보는 망자는 얼마나 무상할까?
대체로 돈이라는 게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으면 벌기 힘들다보니 몸에 독소가 많이 쌓이게 되고 결국 그 독한 기운 때문에 세포에 탈이 나서 병에 걸린다. 잘 살기 위해 돈도 버는 것인데 참 허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