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문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근육이 일어나는 길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다양하지만 그 길을 다 알고나면 결국 한개의 길로 귀결된다고 한다. 그냥 의식하지 않고 스윙하면 모든 근육이 순서대로 움직인다는데 골프를 처음 배우면 스윙 한번 하는데 생각이 많기 마련이다. ‘맞든 안 맞든 그냥 스윙하면 돼요.’라고 전문가가 말을 해줘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 한다고 한다. ‘그냥 근육이 알아서 할거니까 그냥 해보세요’라고 말해줘도 정작 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보자는 뭔가 길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는 대로 놔두시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세요.’라고 해줘도 초보자는 스윙 한번 하는데 뭐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는 거다.
그런 사람은 스윙 한번 하는데 365단계를 모두 거쳐야 비로소 스윙할 태세다. 이게 골프 초보자의 심리라고 한다. 근데 골프 원리는 본능대로 치는 거다. 그 365 단계를 하나씩 줄이면 결국 한가지다. 그런데도 초보자들은 이를 365 가지로 벌려서 알려고 하니 결국은 아무 것도 모르게 된다. 그래서 못치는 거다. 차라리 전문가에게 365 단계를 줄여주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오히려 골프가 쉽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드물다는 거다. 그래서 진짜 전문가는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많은 것을 생략한다. 오히려 심플하게 말한다. 골프를 생전 처음 치는 사람이더라도 그냥 풀스윙하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레슨하는 이들이 풀스윙하는데 몇개월 걸린다고 하고 있다. 근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치면 된다. 1초면 끝나는 게 스윙인데 그 1초 안에 절차와 단계를 나누면 언제 치는가? 스윙 하나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그냥 한번 휘두르면 된다. 오늘은 이만큼만 하고 내일 또 이만큼만 할 게 있는 것처럼 365 단계로 벌려놓으면 레슨하는 이들마다 다 말이 서로 틀려진다. 이쪽에서 본 사람은 이쪽만 말하고 저쪽에서 본 사람은 저쪽만 말한다. 그게 맞다고 고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걸 계속 축소하고 하나로 모으면 타법으로 귀결된다. 골프동작에는 각도가 있는데 상하 운동과 좌우 수평운동을 동시에 만족하는 각도가 45도다. 그래서 골프는 상하운동과 좌우운동 두가지를 합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상하운동을 잘하다 보니 야구로 보면 오버핸드 스로로 볼을 치려 한다. 그러나 골프는 수평운동을 해주면 상하와 좌우가 만나는 접점에서 볼을 칠 수 있다. 그게 야구로 보면 사이드 암 스로이다. 그것도 기준이 있다. 축을 기준으로 한다. 축을 움직이면서 좌우 수평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몇십년을 연습해도 이런 이치를 모르면 노가다로 끝난다. 카메라로 찍어도 상하는 잡아내지만 좌우는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는 동영상 분석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는지를 생각하지 말고 옆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본능만 생각하면 오히려 에너지가 더 나서
거리도 더 나고 방향도 좋아진다. 그렇다해서 힘을 더 쓰는 것도 아니다. 만일 방송에서 레슨하는 이가 ‘옆으로만 하세요’라고 하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재밌게 하기 위해 365 단계로 만들 뿐이다. 수많은 갈래를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고 옆으로만 치는 앵글을 찾아 익숙해지면 그때가서 살짝 세밀함을 넣으면 된다. 너무 디테일하게 처음 시작을 하지 말고 막 해보는 거다. 디테일을 다 익힐 때까지 시간을 기다렸다 그림을 그리려 하면 견디지 못하고 다 뛰쳐 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독학을 하게 된다. 그러면 망한다. 20년을 해도 그 폼이 그 폼인 이유다. 가지 수를 몇천 개, 몇만 개를 만들 수 있지만 원리는 하나다. 골프는 진짜 멘탈로 한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 골프도 잘한다. 일정 단계에 간 프로들에게는 골프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멘탈을 가르친다. 의식하지 말라고 한다. 프로들 스윙을 분석해주는 전문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골프나 인생이나 이치가 똑같다고 느껴졌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이다.
“한 가지를 철저하게 이해할 때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최선의 길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자기를 알면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길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며,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스즈키 선사, <선심초심>
머리로 알려고 하기보다 몸으로 느끼고, 남을 보기보다 나를 보는 훈련이 돼있으면 골프도 잘 된다고 본다. 만강의 달이 만개여도 하늘의 달은 하나이듯이 이치가 동일하다. 골프와 인생도 이치가 동일하다. 골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이치를 눈으로 볼 수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골프가 주는 매력이다. 많은 것을 알려고 하다 보면 생각만 복잡해진다는 말은 골프나 인생에서 꼭 필요한 말인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