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변호사로 산다는 것] 지역이 다르면 사람도 달라지는가
나는 광주일고 나와서 무슨 득을 봤는지 모르겠다. 딱 한가지 생각나는 것은 감사원 첫 임명될 때 과장님이 고등학교 선배였다. 그분은 팔뚝이 내 허벅지만 할 정도로 체격이 건장하셨지만 지금은 세월의 무게때문인지 병석에 계신다. 참 인자하신 분이다. 정년퇴직하던 해에 신입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참 예뻐해주셨다. 다른 분이 과장으로 오면서 주위 시기심의 대가를 톡톡히 받았다. 결국 얼마있지 않아 감사원 사표를 내고 나왔다.
나는 전라도 태생인데 그게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모르겠다. 공직에 있을 때 내가 느낀 전라도 간부들의 특성이 있었다. 조심조심한다는 것이다. 경상도 정권에서 살아남는 비결인 듯 했다. 조세전문변호사로 세금사건을 전문으로 하다보니 경상도 회장들을 만나야 굵직한 사건을 하게 된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게 경상도에서 태어났으면 나도 거물이 되었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눈치보지 않고 행동하고 부가 형성되어 있고 맘에 들면 화끈하게 밀어주는 끈끈함이었다. 실제 어느 회장님과는 맘이 잘 맞았다. 아침을 서울에서 저녁을 부산에서 바쁘게 사셨다. 밤중에도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하였다. 술자리지만 쉽게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보통 전직 검사장 이상, 공기업 사장, 1급 공직자, 큰 기업 오너들이었다. 술을 밤새도록 먹다가도 부산까지 내려가 아침 조회에 같이 참석하기도 하였다. 그분은 젊어서부터 사업을 했는데 내가 볼때 척이면 척이었다. 그게 사업으로 성공한 이들의 특징인 듯 했다. 그런 분과 사이가 소원해지는 게 내 성격 탓이다. 독고다이 경향이 강하다. 으싸으싸 어울리지 못하고 남의 꼬붕 노릇을 못한다. 그게 돈이 되는지 모르고 멍하게 쳐다보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무탈하게 지내는지도 모른다. 충청도 출신 전 지방국세청장님은 항상 나를 과분하게 높이 쳐주었다. 국세청 나올 무렵 찾아와서 같이 하자고 한 것부터 세보면 책쓴다고 지리산에 은둔하고 있을 때까지 다섯 번 이상을 찾아오셨다. 그래서 그분 따라 법무법인 바른을 들어갔었다.
국세청 재직시 디아오지오코리아 사건이 있었다. 조단위로 과세한다는 사건이었는데 당시 강원도 출신 국세청장님이 나를 배석시켜 회의를 열라고 하였다. 그분이 조사국장 시절 내 책인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전화로 너무 잘 봤다면서 밥을 사주겠다고 하였다. 그때 알았다. ‘책을 주면 읽어보는 여유가 있으니 높이 올라가는 구나.’ 직원에게 줘도 쓰레기통에 버리니 평생 그 틀을 못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결론은 내 의견대로 되다보니 어느 과장이 해준 말이 기억난다. ‘고과장 데려간 로펌은 떼돈 벌거라’
근데 막상 그 말에 맹했다. 와 닿지 않았다. 충청도 출신 국세청장님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고검 검사장과의 회식에서 배석한 부장검사가 ‘고변호사는 좋겠어. 변호사하면 큰돈을 버니까’ 옆에서 그 말을 들은 국세청장님이 한마디 거들었다. ‘고변호사는 돈을 벌어도 떼돈을 벌 사람이에요’
당시 나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유전자를 분석하면 멏살에 무슨 암이 걸릴지 30%는 알 수 있다고 한다. 내 유전자를 분석하면 걸식하면서 사는 인자가 있을 것 같다.
그분은 과장 5년을 다 하자 나보고 국장하라고까지 위해주셨다.
경기도 출신 서울지방국세청장님은 나보고 같이 일하자면서 태평양 법무법인으로 오라고 강권하였다. ‘바른으로 가버렸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했지만 ‘우리가 다 알아서 스카웃 하는 걸로 모양새를 만들께’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그러나 로펌 생활을 해보니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판검사 출신이 모인 곳이지 행정부 출신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돈키호테형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결국 바른도 몇개월만에 나왔다가 몇년 뒤에 또 들어가고 다시 1년 후 나와 지금까지 혼자 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롭고 적적해야 할 팔자다.
충청도 출신 전직 대법관님은 유독 나를 높게 평가해주신다. ‘고변호사 책 도움이 너무 돼’ 낯선 판사가 나를 안다고 하기에 어떻게 아냐고 묻자 대법관님이 내 이야기를 항상 하신다고 하였다. 재판연구관들이 내 책을 엄청 좋아한다고 하였다. 최근 점심하는 자리에서 ‘독고다이는 원래 그래’라고 말씀하면서 원래 욕 먹는 거라고 하셨던 말이 인상깊었다.
이렇듯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해줬던 분은 전라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라도 사람들은 자기 살 길 바쁘다. 근데 전라도에 광주일고 나온 죄로 요즘은 쳐 죽일 놈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세금도 내지 않는 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 유독 그런 티를 낸다.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그게 애국인지 의문이다.
MB가 동부구치소에 들어갈 때 환호성을 지른 무리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 나라가 냉소의 시대가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병자들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자기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근데 남의 티는 예민하게 다 본다는 것이다. 정신병자들이 많아졌다. 자기 이야기를 정작 하지 못하고 정의를 외치고 나라 걱정을 혼자 다 한다. 경전의 좋은 말을 앵무새처럼 인용하는 빈껍데기 성직자들 같다. 정작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그걸 깨달은 경험을 말하는 이가 드물다. 그러니 자기 직역에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다. 불교의 핵심은 실천이라고 한다. 부처님 말씀이 딴 게 없다. ‘악한 일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보이는 게 실상이 아니니 허망한 것에 집착하는 잘못된 생각을 깨쳐라.’
그러나 사바세계는 동물의 왕국이다보니 그런 말 자체가 일단 사람들을 성질나게 한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돈이 힘인데 그게 허상이라고 하니 화가 날만도 하다. ‘죽으면 끝인데’ 라고 생각하면 더 그렇다.
‘진리에는 시비가 없다. 애증도 없다.’는
성인들의 말씀을 전도몽상의 범부가 알아듣기는 힘들겠지만 지역을 전라도로 특정하고 고등학교도 광주일고로 특정하면서 홍어X이라고 표현하면 그게 이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것인지? 이 나라가 잘 되는 건지 묻고 싶다. 보수 우파에 심어놓은 간첩들처럼 느껴진다. 나같은 비주류까지 싸잡혀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은 한심하지만 자한당은 나쁘니 민주당이 낫다는 정서가 그래서 먹히는가 싶다. 제발 이성을 가지고 생각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