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일반적으로 벨이 발명했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 벨이 발명한 게 아니라 안토니오 무치라는 사람이 이미 발명했다고 한다. 그는 가난하여 제대로 자신의 특허를 지킬 수 없었다. 죄가 있다면 자기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죄이고 벨에게 죄가 있다면 훔친 죄이다. 그러나 세상은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고 그는 그 특허권으로 떼돈을 벌었다.
이런 걸 보고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놓는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190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안토니오 무치를 전화기 발명자로 정식 채택하였다.
이런 식으로 돈 벌려고 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남은 죽으라고 연구해서 정리한 지식을 너무 손쉽게 빼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벨 같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남의 지식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한순간에 빼가버리려고 하는 하이애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컴퓨터로 작업한 내용들은 빼가는 데 1~2분도 안 걸린다. 도둑질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이러니 보안에 신경을 쓰지 못하면 너무 쉽게 내용물이 빠져나가 버린다.
실무에서 5년 넘도록 정리했고 그것만 전적으로 마무리하는 기간만 해도 1년이 넘은 지식이다 보니 탐내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내 컴퓨터도 고생을 많이 하였다. 도둑은 마치 자기 지식인양 행세하고 싶어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마음 상한 일을 말로 해서 뭐할까.
갖은 역경 끝에 조세법 시리즈 7권을 집필하였으나 남의 밥상에 숟가락만 놓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기껏 고생하고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한다. 지식을 가지고 돈 벌 생각 못한 나만 바보로 취급받는다. 뭐든지 돈으로 평가한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그러나 지식은 훔칠지언정 내 마인드는 훔칠 수 없다.
국세청에서 나올 무렵이다.
유독 내 USB를 노리는 직원이 있었다. 거기에는 5년 동안 법무과장으로 실무에서 익힌 노하우들이 파일로 분류되어 있었다. 내 파일에는 많은 세법지식이 정리되어 있다고 직원들에게 소문이 나 있었다. 보안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 보니 지식을 쌓아놓기만 했지 문서에 암호같은 것도 걸어놓지 않았다. 그러니 USB가 잠깐이라도 남의 손에 들어가버리면 복사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금도 후회되는 일이다. 남의 지식을 훔쳐서 자기 지식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직원에게 그 파일이 고스란히 가버렸다. 그의 컴퓨터에는 내 USB가 복사되어 삭제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물론 발뺌을 하였다. 그는 국세청을 오래 다니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결국 그는 그의 말대로 하였다.
남의 지식을 도둑질 하는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이 없다. 재주 좋은 사람들이 순진할리 없다. 며칠 전 우연히 SNS에서 보니 조세전문가 행세하면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긴 능력이 부족하면 도둑질이라도 잘 해야 생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간첩은 영원한 간첩이고, 한번 도둑은 영원한 도둑이다. 개과천선은 없다. 그럼에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입에서 조세정의를 말하고 가치를 추구한다고 한다는 말에 쉽게 속는 게 세상이다.
요즘은 조세전문변호사 아닌 이들이 드물 정도로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졌는지 의아할 정도로 조세전문가들 천지다. 세무변호사회라는 것도 만들어졌다는데 최근에서야 알았다. 국세청 2년 차때 국장님이 급하게 불렀다. 국장실이 아니라 복도에서 보자면서 ‘청장님이 변호사들을 사무관으로 몇명 더 뽑는 게 어떤지 물어보네’라고 말씀하셧다. “국세청은 세법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필요한 곳입니다.”라고 말을 해줬는데 그 뒤로 계약직으로 변호사들을 몇명씩 해년마다 뽑기 시작하였다. 국세청은 폐쇄적인 조직이라 외부에서 사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 어느정도냐 하면 당시 같은 과에 근무하시는 1계장님의 경우 17년을 사무관으로 근무했지만 서기관으로 승진을 못하였다. 총무처에서 넘어왔다는 게 이유라고 말씀하셨다. 국세청 순혈주의가 뿌리깊게 박혀있다고 하였다. 법무과장으로 최초로 문을 열고 자리를 내놓은 게 국세청 입장에선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막상 개척한 이들은 고생만 하고 좋은 소리를 못듣는다. 남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단 내리까는 본능들을 변호사들로부터 너무 많이 겪어봤다. 나이가 많든 적든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업이라서. 남을 비하하는 이에게 기독교 신심이 강한 국세청 원로가 면전에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의 절반만이라도 해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조세아카데미가 생겨 조세법을 수강하면 조세전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이것을 만든 이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개설소식을 듣고 교수진을 보니 국세청 법무과장시 안면이 있던 변호사들이었다. 로펌에서 조세사건을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그 중에 실권이 있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교수진에 왜 내가 빠져있냐는 식의 불편한 전화다 보니 그는 황당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2008년 국세청에 나올 때까지 조세전문변호사라는 게 대체로 판사들의 전유물이었다. 그것도 대법원에서 조세파트 재판연구관 출신들이다. 그들끼리 조세전문변호사 직함을 나눠먹는 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법무과장 시절 그들의 존재감을 알기 어려웠다. 그들만의 리그였다고 본다. 또 한부류는 국세청 출신이나 기재부 출신이었다. 그들은 극히 소수였다. 2008년 나오기 전까지 딱 두명이었다. 공무원하면서 고시공부해서 사시를 합격하였다. 지금은 국세청에서 변호사들을 계약직이나 개방직으로 많이 뽑다보니 6급으로도 뽑는다. 그러니 국세청 출신 변호사라는 명칭을 쓰는 변호사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거의 모두 조세전문가로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경쟁이다.
네이버에서는 수시로 전화온다. 광고하면 top으로 해주겠다고. 진정성이 없는 곳이 네이버라고 한다. 그에 반해 구글은 진정성을 중요시한다. 책을 썼거나 글을 많이 썼거나 전문가로 인공지능이 인식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에반해 광고 하나로 조세전문가가 되는 곳이 네이버다. 블로그 포스팅이라는 기법이 있다고 한다. 수시로 전화와서 돈을 얼마주면 네이버 첫화면에 걸어주겠다고 하였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광고를 해본 적이 없다. 네이버 광고로 나오는 조세전문가들은 구글에 나오지 못한다. 광고로 뜨는 이들은 구글이 거른다고 한다. 조세전문이든 세금전문이든 검색해보면 안다.똑같은 포맷으로 사진넣고 글자 몇개 넣어서 작성하는 글들이 진정성있는 글들일까 생각해본다. 낚시바늘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사람들을 유인하고 이렇게 한번 해봅시다 하다가 안되면 또 이렇게 해봅시다 하는 격이다. 전문가라면 전체 틀을 알고 시작과 끝을 훤히 보고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안되는 것도 일단 해봅시다 하는 것은 아쉬운 사람을 속이는 짓이다. 이런 이들로부터 고생한 납세자들이 많다. 어제도 3000억대의 허위세금계산서 발행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회사 사장들을 상담하면서 느꼈다. 변호인 의견서와 서면이 읍소로 일관되어 있었다. 세금사건을 겪어보지 못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그래도 그들에게 가는 이유는 인맥따라 로럼따라 간 것이었다. 지금와서 후회한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수습하는 일들이 전문이 돼버렸다. 그동안 생각해보니 힘들고 어려운 일만 골라서 한 것 같다.
앞으로 세법 분야는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