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계절이다. 골프 연습장을 가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경기가 아무리 안 좋다 하지만 골프장만은 예외인 것 같다. 골프 장마다 140팀씩 풀로 부킹이 된다고 한다. 골프에 대한 열정은 경기와 상관이 없는 거 같다. 그나마 골프는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운동이다. 나이 드신 사람들에게는 골프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18홀을 돌면 약 7km 걷는다고 한다. 최근 돌아가신 어른을 보면서 골프를 칠 때와 안 칠 때 노화속도가 눈에 띄게 보일 정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네 남성대 골프연습장을 20년 넘게 다녔다. 근데 한가지 희한한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엉성한 폼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서 그 사람들이 골프 레슨을 안 받았냐 하면 그게 아니다. 거기 있는 레슨 프로들을 다 섭렵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혼자서 독학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은 골프가 스트레스가 된다. 골프가 재밌고 열정이 있을 때는 골프가 자신 있어 하지만 하면 할수록 골프는 어렵다. 그게 골프다.
내가 골프를 처음 접할 때는 30살 때였다. 뉴질랜드에 서였다. 그후 골프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합격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시합격에 좋은 영향을 줬고 공직생활에서도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그런데 밥맛 돌아오면 쌀 떨어진다는 말처럼 내가 꼭 그런 꼴이다. 이제 골프에 대한 이치를 알만 하니까 기운이 많이 떨어져서 헤드스피드도 뚝뚝 떨어진다. 그래서 시합 같은 것은 이미 포기를 하였다.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센터에서 피팅을 하면서 항시 배우는 점이 골프는 과학이고 골프는 이치가 있고, 그 이치 대로 하는게 순리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이치대로만 하면 되는데도 본능대로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생로병사가 있듯이 골프도 1234가 있다. 생로병사에서 사(死)가 앞에 나서면 자살이듯이 골프도 4가 먼저 나서면 사(死)가 된다. 이 말의 의미는 간단하다. 1은 하체, 2는 복근, 3은 어깨, 4는 손이다. 골프는 하체로 시작해서 하체로 끝난다. 1로 시작해서 1로 끝난다. 백스윙도 하체로 하고 다운스윙도 하체로 한다. 근데 사람들은 4를 먼저 쓴다. 손을 먼저 쓰고 싶어 한다. 그게 본능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1.체력 2.체력 3.체력 4.기술이다. 골프를 잘하고 싶으면 먼저 몸을 만들어야 한다. 몸이 안 되니까 손을 쓰고 싶어한다. 본능대로 하면은 인생도 죽듯이 골프도 죽는다. 손장난을 하면은 볼은 죽는다. 헤저드,벙커,OB가 나게끔 되어 있다. 그러면 더 위축되어 더 손으로 깔짝댄다. 과감하게 휘두르지 못한다. 그만큼 손은 골프에서 적이다. 그래서 함부로 손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이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나름대로 동영상을 보고 글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항상 분석을 한다. 백스윙은 어떻게 하고 다운스윙은 어떻게 하고 백스윙은 손을 일자로 쭉 빼고 다운스윙은 발을 딛고 시작한다는 등 다 맞는 말이긴 하다. 골프폼은 수만개 아니 수십만 개가 넘는다. 체형 마다 다 틀리다. 그러나 그 이치는 딱 하나다. 폼이 아무리 많은들 이치는 하나다. 결국은 1 2 3 4 하체를 쓰고 하체로 끝난다는 말이다.
골프 선수에게도 이런 이치를 설명을 해줘도 처음부터 배운 것이 아닌 이상은 도중에 자기가 습득해서 몸에 배어있는 골프폼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때만 물어보고 평소에는 자기식대로 친다고 한다. 그게 고집이다. 그러니 시합을 나와도 결과를 잘 내지를 못 한다. 실수를 해도 무슨 이유로 실수했는지 금방 알면 두번은 실수가 없기때문에 자신감을 결코 잃을 수 없다. 선수가 실수가 반복되면 입스가 오게되고 슬럼프에 빠져 결국 선수로서의 성장은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선수는 볼 하나 하나 치는게 돈이고 인생이 걸려 있기 때문에 샷을 할 때 신중하고 긴장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순간 순간의 선택이 결국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항시 긴장되고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인생이나 골프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골프도 이치에 따라 하게 되면은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휘두를수 있듯이 인생도 똑같이 이치를 알고 순리대로 톱니바퀴 맞물려 가듯이 한다면 자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스티브잡스의 말이 회자되곤 하는데 돈을 벌려고 할 때는 돈이 전부인 줄 알았지만 막상 병석에 누워보니 돈이 아무런 도움을 못 주더라, 결국 인생에서 돈은 본질이 아니다, 그러니 인생에서 자유를 느끼면서 살아 봐라, 원 없이 하고 싶은 일도 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 이치를 모르고 골프를 치면 죽듯이 인생도 이치를 알고 살아야 그게 시늉이라도 가능한 것 같다. 본능대로 사는 거는 그럴 수가 없다. 자유가 나오지 않는다. 자기 절제와 경건한 삶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경쟁으로부터 해방은 절대 본능을 추구해서는 나오지는 않는다. 다 잘 되고 싶고, 편하고 싶고, 내 이익을 취하고 싶은 이런 본능으로는 결코 자유가 나오지 않는다. 자기 식의 삶, 예술 같은 삶이 나오지 않는다 라는 의미로 들린다. 골프도 심연에서 올라오는 에너지를 발휘해야 태풍도 치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다. 그게 바로 하체의 힘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나오는 에너지 그 에너지가 결국은 보이는 세계를 결정한다고 한다. 골프가 이치가 있고 순서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분명히 이치가 있고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 청화 스님이 내 손을 꽉 잡고 해 줬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크네.”
골프를 통해서 본능과 싸우듯이 인생을 살면서 이런 본능과 항시 싸우게 된다. 그 본능의 힘이 무섭다는 걸 느낀다. 본능이 앞서 가고자 하는 것을 항시 느낀다. 그렇지만 골프를 통해 손장난을 하면 안되고, 본능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알 듯이 골프를 통해 자신을 점점 알아 가는 그 묘한 힘이 있다고 본다.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는 그리고 샷 하나에 내 인생이 걸렸다고 초조해하는 그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누가 그렇게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던가, 오히려 반문을 해 보면은 실체가 없는 거였다. 분명 실체가 없는데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은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골프는 그래서 멘탈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생도 멘탈이다. 이치대로 살면 나 자신이 보이는 것 같다. 그게 참선이라고 생각한다. 무술의 한계는 기운의 흐름을 알아야 극복하고, 그러려면 단전호흡을 알아야 하는데 그 단전호흡도 참선으로 넘어가야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고 즐거워 하는 그 주체가 과연 누군가? 그게 선방 좌복에 앉아야만 나타나는게 아니다. 우리 인생, 삶을 열심히 경건하게 성실히 살면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게 ‘나’라는 주체인 거 같다. 그게 내가 볼 때는 참선이라고 생각한다. 골프는 그래서 참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