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위에 내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40513004835
최근 인명참사가 벌어진 해운회사의 실질적 사주로 추정되는 구원파 교주가 오대양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살았을 때 앞으로 자신이 법적책임을 지는 일이 없게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필자가 보건대 아마 그만의 다짐이 아닐 것이다.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면 벌수록 항상 그런 욕구가 존재한다.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여 대주주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득을 차명으로 분산시켜 누진세율의 적용을 피하고 싶은 게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다.
국세청은 체납발생일부터 1년이 경과하고 5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보, 세무서 게시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체납액이 세수규모에 비례하여 매년 10%씩 증가하고 체납액 중 현금납부비율이 36%~39%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여 악의적 체납자에게 명단 공개로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세청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개인체납자와 법인체납자로 구분하여 공개하고 있다.
갑은 체납액이 수십억 원이 넘는 사업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세금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었다. “어차피 내가 죽어버리면 다 끝나는데 세금 뭐 하러 내.” 그의 나이 상당함에도 피부관리에 돈을 아낌없이 쓰다 보니 얼굴로만 보면 몇 십 년 더 살 것 같이 주름 없는 얼굴을 자랑하였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도 정작 그에게 부과된 세금은 내지 않았다. 그가 세금을 내는 기준이 있었다. ‘나에게 고지된 세금은 내지 않는다. 다만 처자식 명의로 고지된 세금은 어쩔 수 없이 낸다.’ 이상하게도 그는 조세포탈죄로 고발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액체납자에게 행해지는 출국금지조치도 그에게는 없다보니 외국에 자주 여행을 다녔다. 그는 서울 강남에 있는 비싼 술집을 단골로 정하고 다닐 정도로 술을 무척 좋아하였다. “술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죽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술집에서 1년에 1억 원 이상씩 먹다보니 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외상 술값으로 정산한 적도 있다고 떠벌였다. 그는 호주머니에 돈 천만 원씩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다면서 실제로 자기 지갑을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보여주기도 하고 입만 열면 ‘억’은 돈도 아니라고 뻐겼다. 그의 아내 명의로 되어있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근저당권 설정 등 온통 담보권 일색이다.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가공의 채권으로 일부러 위장된 선순위 저당권자를 만들어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할 정도다. 그는 모든 법률행위를 처자식의 명의로 하였다. 실제 뒤에서 모든 행위를 한 것은 그였다. 그러다가 결국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그의 소득으로 세금이 고지되었다. 물론 그 세금은 내지 않았다.
구원파 교주도 이런 식으로 재산을 불렸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그를 비호했던 세력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는 이런 부류의 고액상습체납자가 있는가 하면 경제적 곤란 때문에 체납자로 몰린 사람도 있다. 전자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 후자에게만 법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이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