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물밑에서 전쟁 아닌 전쟁을 하고 있다. 검찰의 논리는 한결같다. ‘경찰을 믿을 수 있겠느냐’ ‘부패경찰들에게 수사권을 맡겨놓으면 사건을 말아 먹을 것이다’는 논리가 예전에도 통했고 지금도 통할 것 같다. ‘하필 이 때 버닝썬 사건이 터져가지고’ 곤혹을 치른다는 경찰의 푸념이 들리는 듯 하다. 버닝썬 사건은 부패경찰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뿌리뽑기 힘들 거라는 인상을 준다. 술집에서 돈을 먹고 뒤를 봐주고 뇌물 먹다 걸리면 술집 사장이 차린 회사로 들어가 다시 현직들에게 로비하는 역활을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치안유지를 담당하라고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기의식의 발로인지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서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천명하였다. 근데 뛰어봐야 벼룩이라는 말이 있다. 부패구조가 만연해 있는데 윗사람의 의지만으로 없어지겠냐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2010년 이경백 사건이 있었다. 지금의 버닝썬이나 아레나 사건과 유사한 경찰과 유흥업소간의 블랙커넥션이었다. 당시 경찰이 18명 구속되고 66명이 징계를 받았다. 조현오 당시 청장은 0.2%의 부패경찰을 일소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이를 그가 강력하게 신임했던 황운하 형사과장에게 맡겼다. 그는 불같은 성격이었다. 경찰이 이경백을 긴급체포했는데 검찰이 승인하지 않아 2시간만에 풀려나자 격노하여 검사 실명을 공개하면서 언론에 이 사실을 널리 알렸다. 검찰의 저격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강직하고 우직한 성격이라면 분명 부패경찰들을 일소할 수 있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경찰차원에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구속된 이경백은 경찰에서 돈 먹은 경찰리스트를 불지 않았다. 그가 3년 동안 경찰에게 준 뇌물액수만 5억이 넘는다는 데 그는 경찰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의 포석은 검찰과 거래하는 것이었다. 수사권독립을 외치는 경찰을 어떤 식으로든 제압해서 입도 벙긋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이경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이경백이 경찰에게만 뇌물을 줬을까 싶지만 검찰 입장에선 경찰비리만 부각시키면 될 일이었다. 결국 이경백의 입으로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이경백은 자신에게 뇌물을 먹은 경찰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할 정도로 치밀한 성격이었다. 안 돌려주면 이경백으로부터 부패경찰 리스트에 올라갈 판이니 돈을 만들어서라도 돌려줬어야 했을 것이다. 내가 볼때 그의 특성상 그는 경찰만 그런 게 아니고 용역을 맡긴 자격증 가진 이들에게도 그랬을 것 같다. 현금 준 빌미를 약점으로 잡아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면 그들은 겁이 덜컥 났을지도 모른다. 공직에서 바라보던 세상과 공직 밖의 당사자로서 존재하는 세상은 다르기 마련이다. 검찰은 이경백을 통해 경찰이 수사권독립이라는 말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황운하도 곤경에 처할 뻔 했다. 그의 부하도 유흥업소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인즉 이경백을 체포한 걸로 알려진 박반장은 졸지에 부패한 동료경찰로부터 돈 3,500만원을 받은 걸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박반장에게 돈을 줬다는 부패경찰은 유흥업소로부터 1억 7,000만원을 받은 혐의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추가조사나 징계를 받지도 않고 명예퇴직까지 하게 된다. 결국 법원에서 자기가 살고자 그런 진술을 했다고 하였다. 또한 검찰이 황운하를 잡기 위해 진술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그림은 간단하다. 미운털 박힌 황운하를 잡기 위해 부패경찰을 윽박질러 황운하의 부하인 박반장에게 돈이 흘러갔고, 박반장을 다시 윽박질러 황운하에게도 돈이 흘러갔다는 진술을 받아내어 황운하를 구속시킬 계산이었지 않나 싶다. 다행이 박반장이 의도대로 진술을 하지 않아서 황운하까지는 잡지를 못했던 것 같다. 박반장은 재판결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결과는 정해진 것인데 만일 검찰이 이를 알고도 괘씸죄로 이런 식으로 사건을 만들었다면 이는 부패경찰보다도 더 큰 부패검찰이다. ‘우리는 법대로 할테니 억울하면 풀어먹어 봐라’라는 식의 사고가 사정기관들 공무원에게는 몸에 배여 있다. 과세관청만 해도 ‘일단 과세할테니 불복해서 풀어봐라’ 하고, 경찰도 우리는 일단 기소로 검찰송치하겠다 하고 검찰도 거르지 못하고 억울하면 재판에서 풀어봐라고 하면 힘없는 이들만 생고생을 하게 돼 있다. 불복을 하거나 재판을 하려면 돈 없이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죄가 나고 부실과세로 판명된다 한들 기소를 한 검사나 과세를 한 세무공무원의 앞길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다. 오히려 일 잘했다고 칭찬 받을 지도 모른다. 무죄가 나면 검사의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얼마나 미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조직에 함몰되는 것이다. 조직의 집단지능에 깨어있지 못한 이들은 빨려들어가기 마련이다. 내가 볼 때 검찰은 이경백이 빠져나갈 여지를 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경백은 1심에서 징역 3년 6월,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이 3년으로 감형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벌금도 5억 5,000만원으로 낮춰졌다. 애당초 그는 자신이 집행유예로 나올 줄 알았던 것 같았다. 조세포탈액이 21억으로 비록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없는 특가법으로 기소되었지만 그는 일관되게 매출액이 이중으로 계상되었고 봉사료가 과세표준에 포함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대로 결국 2심에선 포탈세액이 2억 정도가 되어 특가법 적용을 면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내가 볼 때 매출액을 이중으로 계상해서 포탈세액을 계산했다는 것은 일부러 부풀릴 때 써먹는 방법이다. 알아서 풀어먹으라는 의미다. 세무사나 변호사가 풀어먹으면 성공보수를 줘야 한다. 10억이어도 100억으로 부풀리면 결국 불복단계에서 거품이 가셔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1심에서 변호사를 3명이나 선임했지만 실형이 선고되자 부랴부랴 변호사를 다시 선임하여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나올 수 있었다. 1심 재판장이 세금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도 2심처럼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아레나 세무조사 건에 대해 여러 번 글을 썼다. 세상사람들은 이런 사건이 얼마나 우리들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접해있는 줄 모른다. 적폐가 있다면 이런 게 진짜 적폐다. 세상을 돌리는 힘은 어둠에서 나온다. 사채업자 돈이 세상을 돌리듯이 술집에서도 세상이 돌아간다. 어찌보면 부패사슬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돈을 추적하면 사방으로 퍼질 것이다. 미세먼지보다도 더 심하고 무능한 정권이나 정당을 욕하는 것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정치를 논하면 고상해지는 것 같지만 실상 이런 어둠의 세계와 다 통한다. 그나마 다행히도 경찰이 아레나 실질사업자 혐의자를 출국금지시키고 세무조사건에 대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2010년 이경백 사건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검경이 수사권 독립으로 대립하고 있다. 버닝썬이나 아레나 실질사업자가 누구와 거래를 할 것인자 잘 생각해봐야 한다. 또 의지만 강하다가 실속없이 허탕치고 검찰로부터 뒤통수 맞는 일이 또다시 생기면 경찰은 앞으로 영원히 수사권 독립에 대해 입도 방긋 못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