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모 대법관의 퇴임사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 “참담…대법관들 ‘재판 거래’ 없었다”는 게 요지다.
또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해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 있다”고도 하였다.
그는 “대법관으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법률을 문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생략) 유추해석과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또한 재판 당사자가 누구이며 어느 편에 속하거나 어떤 형편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이 달라지지 않도록 유념하는 등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퇴임사의 요지라는 것이다.
이 글을 보면서 모든 판사들이 참 그렇게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말이다 느끼면서 과연 그 말씀대로 그분도 모든 사건을 그렇게 했을까 의문이 든다.
대법원계류 사건이 포화상태라고 토로하셨듯이 그분도 사건 모두를 직접 봤을까 싶다. 생각과 행동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혹 간과할 수 있기에 확신을 가지는 것은 금물이라고 본다. 죄와 허물은 알면서 짓는 것보다 모르고 짓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많다고 기도해보면 진짜 어디서 숨어있다 나타나는지 엄청 나오는 게 죄와 허물이다. 그래서 범부인 거다.
최근에 선고된 어느 대법원판결문을 봤다. 수천억의 조세감면 사건의 대법원 판단부분이 고작 반페이지였다. 게다가 무슨 뜻인지 한글을 아는 나로서도 알기 힘들었다. 납세의무성립일에 조세감면요건을 갖췄다고 감면신청을 한 경우 감면요건 충족여부를 성립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줘야 하는지가 쟁점인 사건이었다. 기업이 분할하면서 납세의무성립일에 수천억원이나 되는 자산을 이전하지 않았으면서도 이전된 것처럼 감면신청을 했다가 2심에서 그 사실이 발각되었다. 그러자 기업측은 그제서야 이전되지 않은 것은 맞다고 자백하면서도 나중에라도 이전되었으니 별 상관없다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2심은 이에 대해 법리 판단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법원에 법리 판단이 요구된 사건이었다.
세법은 하루만 틀려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법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고 함부로 유추나 확장해석을 하면 안된다고 엄격해석원칙과 유추해석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앞으로 모든 분할과 관련된 조세감면 사건에 적용될 명확한 법리해석이 요구되는 중대한 사건이었고 가장 큰 액수의 세금사건이었다.
내가 볼땐 그냥 문언대로 해석하면 되지 않나 싶었다. 다른 법리가 없을 정도로 지극히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오늘 과세관청에 감면신청이 들어왔다 하자. 그러면 공무원은 세법이 요구하는 감면요건을 다 충족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판단기준일은 납세의무성립일이 다. 그래서 신청인도 그날을 기준으로 요건을 충족했다고 신청을 했다. 그러면 국가입장에선 수백억도 아니고 수천억을 감면해주느냐 마느냐인데 이런 중차대한 일을 처리하면서 당연히 엄격하게 면밀히 확인해봐야 하고, 그 기준일은 납세의무성립일이라는 것은 세법을 모르는 삼척동자도 널리 이해되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대법관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별볼일 없는 쟁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앞으로 모든 기업들은 이 판결문을 내세워서 기업일부를 분할하면서 필요한 자산을 모기업이 실컷 써먹고 분할이후 한달 또는 1년 또는 2년이 지나더라도 이전만 해주면 적격분할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해도 과세관청은 계속 수천억대의 세금을 계속 감면해주게 생겼다. 750억 거두려고 비과세 구간에 있던 소규모임대사업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서 세수를 증대시켜봤자 이런 식의 분할하는 기업들에게 수천억 세금을 감면해주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 죽으라고 욕먹어서 세금거둬서 큰기업들에게 혜택주는 꼴이다. 이래서 내가 틈만나면 조세형평성이 문제라고 자꾸 말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때 위기를 극복하고자 부실한 사업부분을 떼어내는 기업구조조정촉진 목적으로 세금감면혜택을 주면서 도입된 제도가 적격분할제도이다. 그러기때문에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목적으로만 활용되어야지 자회사가 스스로 자생하지도 못하연서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면 무늬만 분할인 것이다.
자꾸 말하지만 적격분할을 악용히여 부를 세습하고 있다.
‘아들아! 아들아! 네 명의로 회사를 설립해라. 네 회사로 줄 자산을 담보로 수천억을 대출받아 내가 쓰고 그 중 일부만 나중에 넘겨줄께. 대신 수천억의 부채는 네가 떠맡어라.’
원칙대로 하면 아버지는 양도에 대한 세금을, 아들은 취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근데 적격분할이면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내가 부자여도 이렇게 좋은 부의 편법승계방법을 놓치면 바보다. 그래서 적격분할로 세금을 감면받은 건이 수백 건이나 되는 걸로 들었다.이런 식으로 악용되는 게 적격분할이다.
그래서납세의무성립일에 감면요건 충족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는 중차대한 쟁점이다. 하급심이 나 몰라하면 대법원이 당연히 정리해줘야 하는 게 대법원의 의무다.
근데 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게 판사의 전권이다. 안하면 되는 거다. 말하기 곤란하면 안해도 된다. 대법관이나 하급심 판사들이 과연 알면서도 그랬는지 아니면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그랬는지 알길이 없다. 판결문 뒤에 있는 판사 속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그게 판사의 자유재량이라는 것이다. 판사의 양심에 맡긴다는 거다.
판사가 신이 아닌 이상 그들도 알게 모르게 지은 허물이 있는 거다. 모든 사건을 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기때문에 그래서 판결에 대해 함부로 확신에 차서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게 사람의 한계다. 범부는 착각이 심하면 확신으로 삐쳐나온다.
앞으로 퇴임한 대법관들의 행로가 궁금하다. 그분들은 앞으로 로펌에 가면 안된다. 특히 사건을 대리했던 로펌은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법원 판사가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회사의 임원으로 가서도 안된다. 그 사건의 경우 판사가 그 기업의 임원으로 갔다는 게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