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인생] 117 푼돈 아끼다 큰돈 나간다
깎는 게 취미이자 일상생활인 사람들은 못깍으면 엄청 손해보는 느낌을 들어서 그런지 콩나물 값 깎듯이 상담료도 깎기를 원한다. 푼돈에 엄청 인색한 이들과 달리 상담료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담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인정하고 오는 사람이다.
캐나다로 이민가고자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내고자 하는 아들이 국세청 고객만족센터에 인터넷으로 세가지 사항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그리고 답변이 왔다. 안심하고 그대로 따라서 했다. 11억 5000만원짜리 어머니 소유 아파트를 자신이 8억원에 사면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물어본 것이었다. 나름 확신을 가지고 어머니 양도세 2000만원, 저가양도에 따른 증여세를 아들이 3,400만원을 신고하고 납부하였다.
그런데 2년 후 어머니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고지서가 날라왔다. 저가양도는 부당행위이므로 어머니가 양도소득세 1억 2,000만원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가산세만 4,000만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소송에서도 국세청이 이겼다. 정당한 과세처분이라고 확정되었다. 법리를 떠나서 국세청 고객만족센터에 물어서 한 건데 가산세라도 깍아달라고 하였으나 이마저도 기각되었다.
신고는 납세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하루 수천 건의 상담을 하는 국세청이 공적견해를 표명한 게 아니고 단지 상담안내를 해줬을 뿐이라는 이유였다.
세무공무원도 솔직히 세법을 모두 알지 못한다. 세법이 얼마나 광범위한데 그걸 다 알고 있겠는가. 담당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영역이 많고, 법리를 따져가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예규에 따른 행정에 익숙할 뿐이다. 법무과를 가야 그나마 세법전을 따져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니 납세자는 국세청에다 물어만 보면 다 되는 줄 알고 있다. 전문가를 찾아서 전문지식을 얻을 생각을 하지 않고 무료상담만 찾아다니면서 지식쇼핑을 한 다음 마지막으로 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그동안 익혀들은 지식에 대해 화룡점정을 하고 싶어한다.
슈퍼에 가서 껌을 사도 껌값을 주기 마련이고, 백화점 가서 물건 깎지도 않고 나중에 송금해준다는 말 하지 않는데 왜 머리 속의 지식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돈을 주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기대수준에 맞는 전문가 만나기 힘들고 전문가들은 다 도둑놈이라는 사고가 은연 중에 깔려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긴 로펌도 상담은 무료로 한다. 그러니 오히려 상담료를 받는 쪽이 돈만 밝히는 이상한 놈이 되기 쉽다. 특히 변호사는 공익의 대변자라고 주구장창 외치는 구호때문일지도 모른다. 허세작렬이다. 좋은 말 하는 것과 본능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