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변호사로 산다는 것] 서면 작성만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어느 의뢰인이 나에게 사건을 맡기게 된 이유를 말했다.
내가 한 말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법리와 실력을 원하시면 저를 찾으시고,
인맥을 원하시면 전관들을 찾아가시라.”고 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선임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이 말을 듣고 결정을 했다고 한다.
인맥도 법리가 있어야 통하는 것이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인정받기가 쉬운 일이 아닌 게 불복의 현실인데
누구를 안다고 해결될 일이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법리와 실력이 먼저이고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무기는
법리가 최고다.
법은 상식이다고 하지만
세법은 상식으로 판단하면 되는 법이 아니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문언의 의미 이상으로 함부로 유추해석하거나
확장해석하면 안 된다.
그러니 문언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법리를 밝혀줘야 하는 작업이 필수이다.
그러한 작업은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세법에서의 실력은
개별세법을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세법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원리를 터득해야 한다.
그게 국세기본법이고
국세기본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엄격해석의 원칙이나 실질과세의 원칙 등
세법의 기본원칙들이다.
실질과세라고 하면서도
실질의 개념을 물어보면
멍해지듯이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세기본법 사례연구를 저술하면서도
세법의 기본원칙은 가장 뒷 부분에서 설명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과세사건은 세법 각론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국세기본법으로 푸는 것이다.
이 이치를 알기까지 나도 많은 사건을 접해야 했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2015. 4. 8. 자 네이버
블로그(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에 썼던 글이다.
4년이 지난 오늘 이 글을 다시 보면세 세상을 보는 내 눈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세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알면 봐주고 모르면 칼같이 하고
모르면 기각 용쓰면 인용이다.
사람의 본능이라서 그런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세무공무원이나 공부 좀 더 했다는 검사나 판사라 해서 더 기대할 것도 없어보인다.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그냥 운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판사라 해서 다 올바르고 정직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검사라 해서 다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세무공무원 중에는 성깔부리는 이도 있지만 구제마인드가 있는 이도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법무과장 시절 어느 직원이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조사국에서 법무과로 들어온 어느 직원의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다.
자기 기준으로 보면 자신은 선이고 납세자는 악이었다.
자신은 옳고 이에 토다는 사람은 부딪쳐야 할 대상이었다.
동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피곤한 존재였는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사람에게 조사 받았던 납세자가 불쌍하죠.”
옆에 직원이 했던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 공무원을 상대하는 게 가장 피곤하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가 중요하다. 그건 복불복이다. 어찌보면 운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의뢰인은 대리인을 믿고 사건을 잘 해결해주길 바라며 돈을 주며 사건을 의뢰하지만 10년 넘게 세금사건만을 해보니 과연 의뢰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갈수록 사건을 함부로 자신할 수 없고 그러기 때문에 함부로 사건을 수임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돈을 함부로 받아서 일도 해결해주지 못하면 업만 쌓을 것이다.
아무리 법리가 강하고 사건을 보면 훤히 알 수 있다 해도 변수는 사람이다. 사심없고 법리가 강한 사람 만나면 예견한 대로의 좋은 결과가 오기 마련이겠지만 세정현실에 그런 사람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당연한 사건은 용 안쓰고 좋은 결과 받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세금이 돈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다들 얽혀있다. 액수가 크면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돈 되는 쪽으로 증거조작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길 사건이면 이기게 해주고 억울한 사건이면 당연히 구제되었으면 한다. 세금사건은 개인을 상대로 하지 않는다. 국가를 상대로 한다. 문제는 돈이다. 돈 없이 국가를 상대해서 불복하기 힘들다. 세무대리인이 그물을 얼마나 촘촘히 짜느냐가 비빌 언덕이 되는데 문제는 자원봉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면작성하는 작업이 그만큼 품이 들어간다. 그게 실비다. 요즘은 서면작성만 해주는 게 더 맘이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인맥이 있으면 의뢰인들이 알아서 동원해보라고 한다.
억울하고 이겨야 할 사건에 대한 나름대로의 절충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