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MBN 인터넷라디오 방송
세금이야기 : 날인 없이 서명한 자필유언의 효력(출처 : MBN 인터넷라디오 방송)
2009년 10월 15일(목) – 세금이야기 : 날인 없이 서명한 자필유언의 효력
출연 : 고성춘 조세 전문 변호사 아나운서: ‘세금이야기’ 시간입니다. 고성춘 법률 사무소의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자리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성춘: (인사)
아나운서: 세금문제는 알쏭달쏭 쉽지 않은데요. 오늘도 쉽게 풀어볼 수 있도록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사례 >자수성가한 갑은 평생을 낭비하지 않고 착실하게 돈을 모았고 처자식 없이 독신으로 살았다. 말년에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을 가지던 갑은 갑자기 사망하게 되었고, 유족으로는 사망한 형과 동생이 있었고, 형에게는 형수와 조카들이 있었는데, 갑이 사망한후 유족들은 모 은행의 지점으로부터 갑의 예금이 보관돼 있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유족들이 확인한 결과, 은행예금만 120억 원이 넘었게 들어있었다. 그리고 유언장 1장도 같이 발견되었는데, 유언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본인 유고시 본인 명의의 모든 부동산 및 금전신탁 및 예금전부를 교육기관인 모 대학교에 한국사회사업발전기금으로 기부하나이다.”유언장 내용과 작성 날짜, 주소, 성명이 모두 갑의 자필로 작성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유언장이었기 때문에, 유족들은 가정법원에 유언장의 검인신청을 하여 모 대학교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유언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부를 받은 대학교가 해당은행에 예금출금을 요구하였더니, 은행 측에서 유언장에 망인의 날인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예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 예금을 변제공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족들은 1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으로 하여 상속세 신고를 하였고, 그들끼리 서로 상속재산을 일정비율로 나눈다는 내용으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였다. 또 “날인이 빠졌기에 유언장의 법적 효력이 없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청구소송을 냈고, 모 대학교는 “자필 증서에 의한 유언장은 진의가 확인 되는 만큼 유언으로써 효력이 있다”며 또 다른 소송을 냈다. 한편 세무서는 상속인들이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총 상속세액을 40억 원으로 하여 결정․고지하였고, 그 후 상속세의 징수를 위하여 위 은행의 공탁금을 압류하였다.—————————————————————–아나운서: 이야기가 복잡합니다. 상속받은 재산을 대학교에 기부했는데, 날인이 없다해서 은행 측은 주지 않고.. 여기에 대학교는 효력이 있다고 소송을 하고, 세무서는 상속세를 납부하라고 은행 공탁금을 압류하고…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볼까요?
고성춘: (먼저 유족들의 주장을 보면.. ‘세금을 안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유언의 효력이 소송으로 다퉈지고 있기 때문에 판결이 나면 그에 따라 세금을 내겠다. 지금 상속이 됐는지 여부를 우리들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데 세무서장은 이미 상속이 된 걸로 보고 상속세 그것도 수십억 원이나 하는 세금을 내라고 하면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 그 많은 돈을 내느냐‘하는 입장인데요. 유족들에겐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답답한 노릇이죠. 게다가 가산세만 해도 몇 억원이나 되고요…)
아나운서: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안내고 싶어서 안내는 것이 아니라는 건데요.저는 유족들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데요?
고성춘: (한편으로는 세무서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갑의 총 상속재산 중 91%가 금융재산이기 때문에 법원조정 및 판결에 따라 유족들에게 처분이 쉬운 금융재산 등으로 각각 분배될 경우 세무서는 나중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그것도 그렇네요. 상속인들이 상속세를 내면 다행이지만 내지 않고 재산을 빼돌리면 징수할 수 없게 되니까요…
고성춘: (게다가 현금은 임의로 처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록 상속세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조세채권의 조기확보를 위해 상속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세무서는 상속세 실지조사가 끝난 후 상속세 과세가액을 증액한 뒤 당초 결정 세액에 20억 원을 더 추가하여 총 세액을 60억 원으로 증액하고, 이를 상속인들의 상속지분비율에 따라 납부할 것을 고지하는 부과처분을 하였다…)
아나운서: 60억원..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인데요. 좀 억울하기도 하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결론이 났나요?
고성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유언장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유족 편이었다. 1ㆍ2심 재판부는 “날인이 누락됐다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받아들여 예금 120여억 원은 甲의 유족들에게 상속되어야 한다고 최종 판단하였다. 그러자 유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무서를 상대로 가산세를 매긴 것은 잘못이라고 소를 제기하였다. 유언장의 효력에 문제가 있어 甲의 상속재산이 유족들에게 귀속이 되는지 여부가 소송으로 다투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상속세를 제대로 신고하거나 이를 납부할 수 없었는바, 위와 같이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서가 상속인들에 대하여 신고 및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법원 판결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위와 같이 유언의 효력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를 미리 신고․납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였다…)
아나운서: 그렇죠. 유언의 효력이 문제되고 있는데.. 세금을 낼 수도 안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이렇게 문제가 해결됐나요? 아니, 아까 대학교에서 소송을 했다고 했잖아요?
고성춘: (하지만 모 대학교는 포기하지 않았다. 판결에 불복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 사건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인 甲의 날인이 누락되어 있기는 하나, 甲이 그 외의 모든 내용을 직접 기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날인이 없다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도외시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날인과 동일시되는 서명이 있는 이상 날인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있다는 이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적고 '날인'하여야 한다.”는 민법 1066조 제1항의 날인 부분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자유 행동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나운서: 어휴, 날인 한번 안했다가 문제가 정말 커졌는데요. 이번에는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는 건가요?
고성춘: (여기에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모 대학교 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민법 1066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최종적으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입회인 없이 작성된 자필 유언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변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적 분쟁과 혼란을 막기 위해 유언장에 날인을 요구하는 민법 조항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자필서명만 있는 유언은 위ㆍ변조 위험이 크고 인장은 동양문화에서 문서의 완결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으며 자필서명 만으로는 당사자의 진의 확인이 어려운 만큼 자필서명과 날인 두 가지 모두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아나운서: 오늘 또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네요. 자필서명만으로는 유언장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으니까 반드시 서명과 함께 날인을 하는 것이 좋겠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성춘: 고변호사의 TIP
유언을 할 때는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듯이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는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제1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제외한 다른 4종류(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 유언의 방식은 유언 과정에 증인 또는 공증인이 관여하게 하여 위와 같은 유언의 형식적 엄격주의를 확보하고 있으나,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은 이와 달리 증인 등 제3자의 관여가 없는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서 그에 따른 위․변조의 위험이 그만큼 많아지고 진의의 확인도 어렵게 되므로 그 형식의 엄격성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고 그 엄격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민법은 유언자 본인이 직접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따라서 반드시 서명하고 날인까지 해야 자필유언장은 효력이 있습니다. 유언을 정확하게 해놓지 않으면 결국 위와 같은 분쟁만 야기하게 됩니다. 기부하려 했던 본인만 마음을 선하게 쓴 것이고 살아있는 상속인들은 고액체납자가 되어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하고 또 소송까지 가는 지루한 공방을 감내해야 합니다. 결국 위 사건처럼 모두에게 씁쓸한 뒷맛만 남기게 됩니다.